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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계관:

국정원 5급 사무관, '대악마' 기사단장 그리고 콤비네이션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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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 대원, 고위 서큐버스 심문관 그리고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왜 그냥 포기하지 않는거야? 영원한 쾌락이 눈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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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위... 아무래도 저것 한테서 우리가 시간을 버는 수 밖에 없겠다."


내 말에 김 준위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헤드셋을 타고 들려왔다.


"아닙니다, 대위님. 저기 땅개들 냅두고 후퇴한다고 말했으면 뒤에서 대위님 발로 한번 차려고 했는데, 다행 입니다."


"송골매 2, 헬파이어 잔량 확인 바람."


"송골매 1, 현재 6발 남아있다고 알림. 계획이라도 있는건가? 이상."


"김 준위, 우리 히드라 로켓 얼마나 남았지?"


"지금... 56발 남았습니다. 전량 사격 가능합니다."


"송골매 2, 우리가 저공으로 기습 접근해서 적 위치를 확인하겠다. 우리가 방어막에 로켓탄 모두 쏟아부으면, 동시에 상승해서 보유한 헬파이어 미사일 전량 사격할 수 있도록. 입감 했는지?"


"여기는 송골매 2, 수신 완료. ...쉽지는 않아 보이는구만. 건투를 빈다."


"좋아. 이 새끼들한테 육군 항공대 불빠따 맛 좀 제대로 보여주자고. 김 준위, 기체 보고!"


"작전 가능 연료 10분, 좌측 유압, 엔진 이상 무! 우측 유압, 엔진 이상 무! 30mm 잔탄 10%, 히드라 로켓 56발 전량, 헬파이어 7발 사격 가능! 이상!"


"라져. 여기는 송골매 1, 문수봉-2 방어구역 상공으로 돌입한다. 이상."


조종 스틱을 앞쪽으로 기울이자 점점 기체가 땅에 가까워 지면서 조종석 디스플레이의 속도계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저 멀리 전방에 또다시 보랏빛이 번쩍이며 폭발이 일어난다. 


"적어도 어디있는지 모를 일은 없겠구만."


"저런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가진 놈이면 그런거 딱히 신경 쓰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가 한번 먹이 사슬을 뒤흔들어 줘야겠지. 좋아. 바로 위로 지나간다. 눈 크게 떠!"


눈 앞의 6층 정도 되어보이는 상가 건물의 지붕을 스쳐 지나가듯이 통과하자 눈 앞으로 수많은 예광탄의 궤적과 이상한 '마법'들이 날아오고, 날아가는 전장의 광경이 펼쳐졌다. 


그래도 예광탄이나 마법들이 오가는 방향 정도는 정해져 있어 어느 정도는 방어선이 유추 가능했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완전히 적과 아군이 뒤섞인 난전이었다. 


"저깄습니다! 4시 방향, 6차선 대로 한 가운데입니다!"


"오케이, 좌표 찍어! 일단 시야에서 벗어나고 다시 돌입한다!"


김 준위가 조종하는 열화상 카메라의 화면을 슬쩍 바라보자, 마치 경기를 관전 하듯 대로 한가운데서 가만히 서서 전장을 바라보는 '그것'의 모습이 슬쩍 보였지만 곧 건물에 가려 그 모습은 사라졌다.


"송골매 2, 여기는 송골매 1-2. 현재 최우선 목표 식별 완료. 식별번호 노벰버-식스-나이너. 확인 바란다."


"송골매 1-2. 식별번호 노벰버-식스-나이너 확인 완료. 타격 준비 완료되었다. 타격 신호 대기중. 이상."


"후... 좋아. 마지막 기회다. 정신 똑바로 차려, 돌입 한다!"


심호흡을 한번 깊게 내쉰 뒤, 조종 스틱을 꺾어 기체를 180도 돌려 다시 연기가 치솟고 폭발음과 함께 각양각색의 불꽃이 번쩍이는 전장으로 기체를 향한다. 


"최우선 목표까지 2km!"


조종 스틱을 잡은 손에 땀이 흘러내린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어디라도 좋으니 닦고 싶지만, 이런 중요한 순간에 1초라도 주의를 돌릴 수는 없었다.


"최우선 목표까지 1km! 곧 시야에 들어옵니다!"


나도 모르게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이 덜덜 떨리는게 느껴지자 죽음이 내 눈 앞까지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된다.


그러나 그 공포를 마음 속으로 깊이 침투할 새도 없이, 다시 전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적 최우선 목표 식별! 전방 600m, 12시 방향 입니다!"


아까 식별했던 그 위치 그대로, 엄폐를 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공격하려는 행동도 없이 그저 가만히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서 유리벽 뒤에 있는 동물이나 상자 안의 햄스터를 관찰 하는 것 처럼, 우리가 그것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방금까지도 생각하던 죽음에 대한 압박 이라던가,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고찰, 애국심, 군인 정신... 같은 생각들은 깨끗이 머릿속에서 비워졌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죽더라도 '저 씨발년 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 거만한 인영에 밝은 초록색 조준점이 겹쳐지고, 나는 일체의 고민도 없이, 조종 스틱에 달린 방아쇠를 부서질 듯이 당겼다.


기체 양측에서 경쾌한 로켓 모터 소리와 함께, 수십개의 가는 회색 연기를 남기고 날아간 무유도 로켓들이 그것 전방의 반투명 방어막에 작렬한다.


동시에, 김 준위가 수동으로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들이 성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방어막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방어막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지만 주변의 갑주를 걸친 용인들만 거대한 폭발이 방어막을 휩쓸어 댈 때마다 경계하는 자세로 움찔거릴 뿐, 그것은 그저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방어막의 옆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하나 더 작렬했다.


"송골매 2, 1차 사격 적중. 2차 사격.... 발사." 


저 멀리 편대원이 사격한 헬파이어가 옆에서 적중하여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자, 반투명 방어막이 요동치며, 놀랍게도, 군데 군데 구멍이 난 듯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연달아 터져나가는 헬파이어 미사일의 화염과 연기 사이로, 그녀가 처음으로 주춤하는 모습이 열화상 센서로 희미하게 보였다.


도망친 것도 아니고, 허겁지겁 엄폐물에 몸을 숨긴것도 아니고 그저 자세만 살짝 바꿔 옆을 둘러 본 것 뿐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의 공격이 그녀의 평정을 깼다는 말이었으니.


"그래, 한 대 일땐 견딜만 했지? 이것도 견디나 보자, 새끼야!"


"방어막에 손상 확인!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준위가 고양된 목소리로 외치자, 나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 했다.


"좋아! 송골매 2, 계속 쏴! 지옥으로 보내버려!"


"3차 사격 발사.... 적중. 4차 사격 발사.... 적중. 5차 사격 발사.... 적중."


송골매 2가 읊어나가는 사격 횟수가 쌓일 수록, 반투명 방어막은 점점 더 밝게 점멸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6차 사격 발사... 적중. 헬파이어 전탄 사격 완료."


양 쪽에서 터져나가는 헬파이어 미사일에 마치 수명이 다 된 형광등 처럼 깜빡거리며 점멸하던 방어막에, 송골매 2가 발사한 마지막 대전차 미사일이 적중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보라색 반투명 방어막은 마치 최후의 힘을 짜내듯 밝은 섬광과 함께 공중으로 흩어졌다.


폭발의 흔적으로 방어막 안쪽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갈아 엎어진 6차선 대로의 한 가운데에, 아직 가시지 않은 대전차 미사일의 포연이 바람에 흩날리자 그것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헬파이어 잔탄 보고!"


"마지막 1발 있습니다!"


"발사!"


내 대답과 동시에, 마지막 남은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체로 부터 직선을 그리며 그것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미사일은 부서진 방어막을 넘어... 또 다른 방어막에 얕은 파동 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 모습에, 방금까지도 느껴지던 흥분이 완전히 가신 채로, 내 입에서는 한 마디가 새어나올 뿐이었다.


"이런... 씨발."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전차 미사일이 내부에 더 있던 방어막에 남긴 의미 없는 화염들과 매캐한 연기 뒤로, 그것이 다시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우리를 겨누는 모습이 보이자 마자 방어막 옆면에 여러 개의 폭발이 작렬하고, '그것'은 기괴한 지팡이를 겨누다 말고 폭발이 날아온 곳을 천천히 몸을 돌렸다.


"송골매 1, 당장 퇴출하라. 아측에서 엄호 사격 지원하겠다."


마치 도박장에서 마지막 판돈으로 차비마저 날려버린 사람처럼 넋 나간 얼굴의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은 송골매 2의 무전 이었다. 송골매 2의 무전에, 다시 조종 스틱을 꺾어 그것을 뒤로 한 채 속도를 붙였다.


"... 송골매 1 수신 완료, 퇴출중. 적 지휘관 개체의 공격은 고속 기동을 통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절대 기동을 멈추지 마라. 이상."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밝은 노란색 빛이 그것의 지팡이에서 번쩍이기 시작한다. 잠깐, 노란색...?


"송골매 2, 주의해라. 이전과 다른-"


그 순간, 눈 부실 정도로 밝은 광선이 지팡이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 급히 기체를 틀던 편대원의 동체 중앙을 가로질렀다. 


광선에 직격 당한 아파치 전투 헬기는 마치 거대한 작두에 썰려 나간듯 꼬리 날개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채 연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고도를 잃기 시작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송골매 2, 기체 통제가 불가능하다! 공격좌표 찰리-4 상공에서 현재 추락중! 반복한다, 찰리-4 상공에서-"


"이런 개 씨발, 저건 또 뭐야!"


"방금 대체 뭐였습니까?!"


"또 무슨 말도 안되는 개좆같은 마법이겠지, 씨발...! 사령부, 여기는 송골매 1, 송골매 2가 적 지휘관 개체에 격추되었다! 위치는 공격좌표 찰리-4, 그리드 알파 쓰리! 반복한다, 송골매 2가..."


송골매 2의 절박한 무전이 헬멧을 통해 들려오는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오지도 못할 구조 요청을 무전으로 남기며 그 괴물에게서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잠깐이나마 그것을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는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던 전의는 그 기대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무력감과 비참함 뿐이었다.


"대위님, 오른쪽에!"

 

갑작스러운 김 준위의 외침에 뒤를 보니 무언가가 우리 헬기를 향해 가까워 지고 있었다. 아까 그 네 팔 달린 그것의 주변에 있던 뿔과 넓은 날개를 가진 인영 세 개가 3시 방향에서 이쪽을 향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씨발, 살려서 보내지는 않겠다는 거냐...? 김 준위, 따라잡히기 전에 선공 한다! 기체 돌리면 바로 기관포 사격해!"


오른 쪽에서 점점 커지는 인영들을 곁눈질 하며 조종 스틱을 움직여 기체를 틀자 김 준위가 빠르게 기관포를 조종해 가까워지는 용인들에 십자선을 겹친다.


"사격 중!"


익숙한 진동이 기체를 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대형을 이루어 날아오던 용인 중 하나가 폭발과 함께 자세를 잃은 채 땅으로 내던져진다.


나머지 용인 둘이 급히 산개 하여 더욱 속력을 내고 아파치 헬리콥터의 전자 이미지 추적 장치는 더욱 바쁘게 움직이며 탄도학 적으로 계산된 30mm 기관포탄을 뱉어낸다.


용인 들이 거리를 200미터까지 좁혔을 때 다시 폭발과 함께 인영 하나가 더 지상으로 사라진다.


남아 있는 용인은 하나로 줄어있었지만 우리로부터의 거리도 현저하게 줄어 있었다.


그 때, 비명에 가까운 김 준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관포 소진! 사격 불가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포성과 섬광을 내뿜던 30mm 기관포는 틱-틱-틱 거리는 소리만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이 곳을 향해 날아오는 최후의 용인은 어느새 이목구비와 의복, 장신구 까지 구별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어깨와 복부, 가슴을 가리고 있는 딱 맞는 금빛 갑옷을 걸치고, 노출된 신체에는 부드러운 피부 대신 마치 미늘 갑옷과 같이 단단해 보이는 비늘들로 둘러 싸인 거구의 여성은, 그것 보다 훨씬 넓은 날개를 활짝 편 채 이 쪽을 향해 기차처럼 돌진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미형의 인간 여성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수준의 이목구비도 보였지만 지금은 살의가 가득 담긴 눈과 분노로 비틀려있는 얼굴 근육이 두려움 만을 일으킬 뿐이었다.


나는 뒤늦게 기체를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8톤의 육중한 보론 카바이드 동체는 이미 모멘텀이 붙어버린 채 10m 안쪽으로 다가온 살의로 뭉친 금빛 갑옷의 용인을 피할 정도로 민첩하지 못했다.


엄청난 '쿵' 소리와 함께 일반적인 사람은 그대로 육편이 되었을 속도로 헬기와 부딪혔는데도 불구하고 이 용인은 용케도 조종석을 붙들고 그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조종석 내부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기대신 스치기만 해도 베일듯한 손톱을 가진 주먹으로 방탄 유리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먹이 방탄 유리를 때릴 때마다 생명체에서 나오는 힘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충격과 '쾅' 소리가 조종석 내부를 울리고, 12.7mm 중기관총 탄환도 방어할 수 있다고 교육받은 방탄 유리에 간 금은 놀랍게도 그녀의 주먹이 닿을 때마다 점점 커졌다.


"꽉 잡아, 떨쳐낸다!"


조종 스틱을 한계까지 젖혀가며 기체를 뒤집고 좌우로 기울여보지만, 그녀는 마치 용접 이라도 된 듯 조종석 유리에 달라붙은 채 계속해서 그 주먹을 내려치고 있었다.


동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 까지 밀어붙여 그녀를 떨쳐내려 해보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커진 금은 조종석 정면 유리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마지막 '쾅' 소리와 함께 방탄유리에 주먹 크기의 구멍이 뚫린다.


"씨발, 씨발! 이 괴물같은 년, 대체 힘이 얼마나 센거야?!"


조종석으로 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쌍욕을 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조종 스틱을 계속 움직여보지만, 용인이 아랑곳 하지 않고 주먹 크기의 구멍에 손을 넣어 힘을 주자 금이 간 방탄 유리들이 뜯겨나간다.


축구공 크기 정도로 커진 구멍을 통해 용인과 내 시선이 마주치자, 용인은 여전히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틈과 동시에, 헬멧에 강력한 충격이 느껴진다. 용인이 빼낸 그녀의 손에 내 두개골 대신 뜯겨나간 조종석의 머리 받침대가 있는 것을 보자, 용인의 표정이 다시 분노로 비틀린다.


그 때, 뒷좌석에서 김 준위의 외침이 들린다.


"대위님! 받으십쇼!"


머리 위로 넘겨지는 물체를 반사적으로 잡자마자, 익숙한 그립감에 이것이 조종사용 부무장이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진다.


다시 그녀가 손을 들어 조종석 내부를 마치 죽음의 인형 뽑기와 같이 휘저으려는 것과 동시에, 권총을 꺼내 그녀의 가슴팍을 향해 격발했다.


귀가 멀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총구 섬광이 조종석을 가득 채우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그녀가 휘청- 하고 잠시 흔들린다.

 

용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나, 찢어지는 비명 소리는 물론 피 조차도 흘리지 않고 마치 모기에 물렸다는 듯 짜증에 가까운 표정으로 처음 듣는 언어로 욕으로 추정되는 단어를 중얼거릴 뿐이었지만 그 '충격'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 어차피 뒤질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 이 새끼야!"


양 손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계속해서 당겨나간다.


그녀와 거의 달라붙어 있는 수준의 거리 탓에 9mm 탄환은 착실히 조준한 그대로의 목표로 적중 했다.


한 발 한 발이 가슴팍에 적중할 때마다 조금씩 그녀의 몸이 뒤로 밀려나가, 균형을 잃고 휘청 거린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페달을 밟아 기체를 빠르게 회전시키자 균형을 잃은 그녀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나기 시작한다. 


조종석 내부를 헤집던 그녀의 손톱이 조종 패널을 할퀴고 지나가자 요란한 섬광과 함께 전자식 계기판과 패널 들이 부서졌지만 아랑곳 않고 기체를 더욱 더 빠른 속도로 회전 시켰다. 


마침내 균형을 잃은 그녀의 손톱이 기체 한쪽을 '지이익' 하며 긁고 지나가며 기체 꼬리 날개에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용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주체할 수 없이 회전하는 기체를 통제하려 조종 스틱을 꺾었지만, '푸쉭-' 하는 불안한 소리와 함께 기체 우측 엔진에서 불꽃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우측 엔진 출력 저하! 꼬리 날개 손상, 유압도 반응이 없습니다!"


"젠장, 꺼질거면 좀 곱게 꺼질 것이지...! 비상 착륙 절차 들어간다!" 


"APU 분리! 연료 덤핑 실시!"


깨진 방탄 유리로 바람과 검은 연기가 섞여서 들어오는 와중에도 기체 뒤에서 김 준위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저런 스위치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체는 어느새 지상 건물들의 간판까지 보일 정도로 지상에 가까워져 있었다.


"충격 대비!"


온 몸에 힘을 주고 양 손으로 조종 스틱을 감싼채, 혀를 씹지 않게 어금니를 금이 가는게 걱정될 정도로 악물었다.


그리고,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땅이 뒤집어 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아스팔트 파편과 흙먼지가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