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평소의 재래시장관 달랐다.


손님과 상인이 어울리는 화목한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비싼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뚱보가 입구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한 사내는 대머리였으며 나머지 한 명은 콧수염을 길렀다. 상인들은 둘을 말리려 애썼으나 그들은 상인들을 무시한 채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대결을 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어쩔 줄 몰라 식은땀을 닦고 있던 찰나, 그들과 똑같이 비싼 정장을 입은 사내 한 명이 나타나 그들을 제지했다.


“당신들! 비싼 정장을 입은 것을 보아하니 상당히 품격이 높은 사람들 같소! 지성인들답게 이성적인 판단으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합시다! 난 변호사요! 그대들을 도와주겠소!”


뚱보들은 마침내 자신을 이해해줄 지적인 사람을 발견했다며 변호사의 의견에 찬성했고 상인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변호사는 콧대를 높이며 우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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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중립을 맞춰서 양측을 대변하였고 콧수염과 대머리는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 웃음기를 보이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저울의 균형이 맞춰졌다. 변호사는 콧수염과 대머리 앞에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명절을 기념하여 음식을 살 예정이었는데 미역, 고기, 과일이 한 개씩밖에 남지 않아서 서로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는 거군요?”


“그렇소.”


콧수염과 대머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변호사는 감을 잡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 음식들은 내일이면 또 살 수 있을 거요, 그러니 서로 양보하고 합의를 이루어냅시다!”


변호사는 자신만만하게 합의점을 도출해냈고 상인들과 콧수염, 대머리는 변호사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둘의 싸움은 끝났고 콧수염은 만족스럽다는 듯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그대들은 진정 최고요! 동무들은 내게 모범이 될 거요!”


콧수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머리는 온몸에 전류 자극을 받은 듯 웃음기를 싹 빼며 말했다.


“동무? 소비에트 공산당 놈들이나 쓸 법한 그런 저급한 단어를 쓰다니!”


콧수염 또한 대머리의 말을 듣고는 예민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날카롭게 맞받아친다.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자본주의의 개가 아닌가?”


아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뚱보 두 명을 기준으로 주변에 공기가 무겁고 탁해지기 시작했다. 뚱보들은 다시 변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난 이자에게 음식을 양보할 수 없소! 자본주의의 개에겐 음식조차 과분하오!”


“나 또한 공산당 빨갱이에게 음식을 양보할 순 없소!”


둘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고 장작이 불타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 콧수염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오직 빨갱이들만이 그런 콧수염을 기르지.”


“대머리인 순간부터 돈만 밝히는 자본주의 개인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싸움은 서서히 격해지고, 상인들은 다시 땀을 흘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유일하게 변호사만이 태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 상인이 이상하다는 듯 변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근데..”


변호사는 말을 끊는다.


“쉿, 이것은 내 숙명이오,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민중들을 위한 계몽! 난 지금껏 한 번도 중재를 실패한 적이 없소. 날 믿으시오.”


변호사는 뚱보들을 제지하고 말을 걸었다.


“그만하시오! 공산주의, 자본주의 모두 허울만 좋은 신념일 뿐, 속은 구더기가 들끓는 것을 모르겠소? 무작정 신념을 따르지 말고 존중합시다!”


콧수염과 대머리는 그 말을 듣고는 즉시 변호사를 바라보았고 변호사는 그들의 시선을 즐겼다. 변호사는 그들의 시선을 보고 말을 꺼내려는 찰나, 콧수염과 대머리가 조금 더 빨랐다.


“도와주는 척하면서 나의 신념을 무시하다니, 보아하니 자넨 노동자 간의 불화를 조성하려고 하는 자본주의의 첩자였군.”


대머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콧수염에게 말한다.


“누가 할 소리를? 이 변호사야말로 당신이 첩자로 뿌린 빨갱이 아닌가?”


변호사는 그들 얘기를 태연하게 흘려들었다. 그에게 이런 대환 불쌍한 자들의 저급한 대화일 뿐이다. 그는 어서 이들을 계몽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콧수염과 대머리는 서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변호사에게 말했다.


“자넨 양측에 붙어서 간을 보는 박쥐 같은 놈이군! 비열한 놈!”


변호사는 그런 뚱보들을 보며 눈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이제 상인들은 이들의 싸움이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변호사는 눈웃음을 띠며 말했다.


“하하하.. 이 친구들..”


뚱보들은 귀를 기울인다, 변호사는 말한다.


“못 배워먹은 놈들 주제에 박쥐?! 너희들이 내 자존심에 상처를 냈어!! 이 머저리들! 쪼다들! 멍청이들! 이 똥자루 같은 놈들아!!”


변호사는 황소처럼 콧김을 내뱉으며 뚱보들에게 돌진한다. 뚱보들도 그런 변호사를 보면서 말한다.


“박쥐 같은 놈아!!”


거의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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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싸움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만 않았을 뿐, 서로 언어적으로 큰 타격을 주었다. 콧수염은 도중에 주저앉아 울었고, 대머리는 이마에 땀이 흐른 거라며 훌쩍였으며, 변호사는 엄마를 부르짖었다. 근데도 그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상인들은 지친 나머지 야유를 보냈고 셋은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 상인들이 말을 꺼냈다.


“그만 싸워요! 자존심들은 엄청나게 세구만!”


아무리 자존심이 센 그들도 수많은 인파가 보내는 야유는 불편했으리라.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고 변호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원래 우린 미역, 고기, 과일 이 세 가지로 논쟁한 거 아니요, 지금이라도 식품의 소유권을 양보합시다.”


콧수염과 대머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상인들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외친다.


“셋을 셀 테니, 서로 자신들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해요! 지성인들답게!”


콧수염은 말한다.


“틀렸다고... 알겠소..”


대머리도 폐 속에서부터 깊은 한숨을 끌어내며 말한다.


“지성인답게..”


상인들은 숫자를 외쳤다.


“하나!!”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다.


“...ㅁ..”


상인들은 더 크게 외친다.


“둘!!”


세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보기만 하고 눈치를 본다.


“...미..”


상인들은 서서히 올라가는 혈압 수치를 목소리로 표현했다.


“셋!! 화해해요!!”


세 사람은 동시에 외친다.


“야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니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오, 이런.


상인들은 짜증 섞인 소리를 지르며 외친다!


“경찰 불러!!” 


타오르는 불씨에 장작을 넘어 기름을 부어버렸다. 콧수염은 두 명에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음식들은 내 것이야! 너희 자본주의의 개들에겐! 특히 너희들에겐 1도 굽히지 않겠다!”


대머리는 그런 콧수염에게 콧김을 내뿜으며 말한다.


“어차피 모두가 가난한 공산주의라서 돈도 없을 텐데! 나 또한 너희들에겐 절대로 1도 음식을 양보하지 않겠다!”


변호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반쯤 울먹이며 외친다.


“닥쳐!! 둘 다 똑같아 이놈들아! 난 지금껏 늘 성공만 해왔단 말이다! 음식은 내 거야! 내가 가져서 죄다 없애버릴 거야!”


참다못한 상인 한 명이 그들 싸움에 끼어들었다.


“저기 근데..”


셋은 똑같이 반응한다.


“시끄러!!”


셋의 토론은 격해졌고 나중엔 토론을 넘어서 서로 폭언을 내뱉으며 격투기를 벌였다. 콧수염은 수염이 죄다 뽑혔고, 대머리는 대머리라는 조롱을 수없이 받았으며 변호사는 그토록 아끼던 비싼 정장이 완전히 찢겨나갔다. 그들의 치열하면서도 추잡한 격투기는 경찰이 와서야 진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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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모두 연행되었고 끌려가는 와중에도 서로가 옳다며 목소릴 더 크게 내려고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상인들은 끌려가는 그들을 비웃으며 경찰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상인 한 명이 또 다른 상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말이야.”


“응? 왜?”


“아까 계속 그들에게 ‘저기 근데..’라고 했잖아. 무시당하긴 했지만, 뭐라고 말하려 했나?”


“아 그거? 이성적인 판단 하자는 것들이 음식 얘길 하다가 신념 관련 문제 넘어가면 왜 그렇게 예민해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 했지.”


“음... 나도 모르겠네.”


경찰서로 끌려간 세 사람은 끌려간 와중에도 치열하게 싸웠고 끝까지 본인들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같은 놈들끼리 추잡스럽게 싸우고 민폐나 부린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