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다음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삭막한 무대. 중간에는 성의없이 선이 그어져 있다. 좌우에는 냉장고와 책상이 하나씩 있다. 조명은 주로 무대 왼쪽에 있다. 무대는 전체적으로 어두움.

1은 왼쪽, 2는 오른쪽에서 동시에 등장한다. 둘 모두 같은 옷, 기묘하게 다른 표정. 둘은 등장 이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책상 위에 앉는다. 잠시동안의 침묵.


1: (먼 곳을 바라보며)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야.

2: (퉁명스러운 어조로)세상은 너무 난해해졌지.

1: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침묵) 이대로라면 세상의 남은 귀퉁이들마저 이런 류의 공간이 되는 게 아닐까? (책상 위에서 내려온다.)

2: (책상 위에서  내려간다)뭐,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까.


둘은 동시에, 선이 그어진 무대 중앙으로 이동한다. 서로가 선을 사이에 두고 코앞에서 마주볼 때까지.


2: 벽, 이군.

1: 그런순 없어.

2: (가만히 팔을 들어 벽을 만지는 시늉을 한다.)

1: (큰 소리로)그런 순 없어. 인간이란...!(흠칫 놀라고는 황급히 팔을 들어 있지도 않는 벽을 만지는 시늉을 한다.)

2: 벽이 왜 벽일까?(벽을 치는 듯한 동작. 1 역시 같은 동작을 취한다.)넘어야 하기 때문에? 아니, 넘을 수 없기 때문에.

1: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참 나, 한심하군.


둘은 동시에 뒷걸음질치다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다시 한 번, 잠시의 침묵.


1: 세상은.

2: 그렇기에 좌절의 연속인거지.

1: 그래도 계속될거야.

2: 그래, 좌절.

1: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인간을 믿어.

2: ...너무 우울한 소리였나.


2는 말없이 일어나, 이번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책상에 앉는다. 한편 1 역시도 일어난다, 중얼거리면서.


1: 인류 문학사를 보더라도...(끄응)인류 상상의 산물들은 결코...(잠시 바지를 턴다)그래, 허무하지 않았어. 인류(허리를 핀다)...는! 전진한다. 그것도, 인간의 관점에서.


둘 모두 책상에 착석. 각자 무언가를 꺼낸다-1은 종이와 팬, 2는 구형 노트북.


1: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뭐,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지.

2: (말없이 머리를 감싸쥔다.)

1: 잘만하면 이 이해할 수 없는 공간에서 금세기를 상징하는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잠시 머뭇거린다)뭐, 꼭 내가 쓴 작품이 금세기를 상징하게 될거란 보장은 없지만!(2, 조금 고개를 든다.)그래도 참, 꼭 이 공간에서 세기의 역작이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단 말이지.

2: (고개를 완전히 들고 굽은 허리를 핀다)후... 사실 잘 모르겠지만.

1: 내 예감은 틀린적이 거의 없다고!

2: 예전에,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남아있으면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었으니까.


1은 밝은 표정으로 종이에 각종 글자들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반대편에서 2는, 익숙치 않은 모습으로, 천천히 자판을 두드린다.

갑자기 1이 입을 연다.


1: (연기조로)아 네. 그렇습니다. 저에요, 금세기 최고의 작가.(호흡)아, 성공비결이요? 가장 컸던 건 아마도... 믿음이겠네요. 물론 하느님 같은 건 말고, 인류와 인류의 창작에 대한 믿음이요. 아마 그 믿음이 저를 이 위치에 있게 해준 것이겠죠.


마치 인터뷰를 하는 듯한 모습. 하지만 손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1의 말이 끝나고, 무대는 한동안 과장된 연필 소리와 자판 소리로 가득 찬다.

2, 갑작스럽게 노트북을 덮는다. 그리고는 선을 응시한다.


2: 거울.

1: (여전히 무언가를 적으며)모더니즘 시인 이상.

2: 거울 저편의 나는 과연 나일까?

1: 나는 모더니즘이 좋아.(침묵)맥락없었나? 듣는 분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2: 그리고,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와 동일인물일까?

1: 대답이 없는걸 보니 아무도 듣지 않았거나 무시당한거군.(침묵, 그리고는 무대 반대편을 바라보다가 흠칫 놀라고는 종이와 연필을 정리한다)

2: (잠시 쉬고)어쩌면.


그러던중 갑자기 무언가 소리가 난다. 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1: 무슨 소리야?

2: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1: 이런 건 대답이 될 수 없어.

2: 그저,

1: 오 위대하신 창조주여, 그대의 음성을 다시 한 번 들려주시옵소서!(과장스럽게 듣는 시늉)오... 그대의 대답은 침묵이니, 신은 침묵이다!

2: 핑계일 뿐일지도.


그리고는 침묵. 1이 내는 작은 웃음소리가 발작적으로 정적을 깬다.

1, 웃음을 멈추고는 말한다.


1: 흠, 뭐 마실거라도 있을까.


1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에, 2는 의자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향한다. 그리고는 문을 연다. 냉장고 안에는 순무들과 개어진 셔츠 한 벌이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2.


1: 그래도 겨울이야 다행이야. 여름이었다면 진짜로 목말랐을거니까!


1은 헤진 외투를 자랑스러운듯 바라본다. 반면 2는 바라보는것을 멈추고 외투를 벗은 후, 윗옷을 벗고, 런닝을 벗으려다가 멈칫하고는 그냥 차게 식은 셔츠를 천천히 입는다.


2: 춥군.(정적)춥다니, 정말 다행이야.


2는 무언가-침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내 이 공간에 그런 것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닳는다. 2, 한숨.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간다.


1: (펜을 굴리며)흠, 흠.(자신이 쓴 글을 읽는다.)

2: (몸을 웅크리며)나는 그래도 추워할 자격정도는 남아있는 모양이군.

1: 아아, 위대하고 거창한 부조리극이여!(웃는다)

2: 추워할 자격이 있다면, 인생을 살 자격도 있다는 말일까?

1: 음... 이 썩어빠진 녀석, 생각해!

2: (한 숨 쉬고)자격이란 무엇일까. 내 지인들은 내가 더이상 내가 아니게 만들게 하는 것을 막을 자격이 있는가. 지금의 내 에 대한 지분은 그들에게 얼마지? 정량적이지 않군. 나는 언제부터 내 가 된 것이지? 비논리적 관점에서 내 에 대한 나의 지분은 크지 않아. 이는 논리적 판단이지. 그렇다면 수많은 자신을 포기한 자들은 어떤 이들이지? 적어도 나에게 타인을 매도할 권리가 없는 것은 확실하니, 이에 유념한 가치관 전개가 필요하다는 자명한 사실은 너무나도 슬픈 색이야. 그렇다면 그들은 내 에 대한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한거야. 정량적인 사실이지. 분명 그들은 매도당하지 않는 관점에서 생겨난 지인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의 내 는 그렇게 생겼지. 지분은 결국 지지의 측면이니 지인들은 그의 변화에 동의한 것이야. 즉 변화한 이들은 지인에게 증오받았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들은 이 시점에서 매도당하지 않으니, 매도란 증오받지 않는 것이다. 사실 망할 자살자들이 중요한 게 아니야. 방금은 매도가 아닌 증오. 어쨌든 증오와 달리 사랑은 변함없음이니, 매도와는 상관이 없음이 자명하군. 내 의 경우에는, 지인들의 매도부터 살펴본다. 나는 변화의 자격이 없음을 통해 사랑받음을 알 수 있고, 사랑받는것은 매도와 공존 불가능하니 나는 증오형 어미인가. 이러한 나. 살아가는 나. 실질적 증오. 이러한 문제는 필요성에 의해 전개되는 것이 자명함이 밝혀졌고, 인생관의 해석이 그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함으로서 내 에 대한 지분의 나가 없어진 것이지. 그렇다는 것은 세상이 나의 본질을 변화시킨 것이겠군. 하지만 이 역시 나의 반입증-동의에 의해 성립되었으니 나가 내의 최종 판결자라는 권리는 아직 양도되지 않은 건가. 반공산주의 사상에 따라 모든 권리는 판매 가능하며, 양도권 역시 권리이지만, 가치 선정에 따라 차이나는 상품이지. 어린 시절의 동심과 창의력은 세금이 될 수 없는 매겨지지 않는 물질이지. 나의 상품은 어떨까. 악마와 죽음의 주인인 주님이라면 합당한 가치를 매길까. 오 나의 창조주 어머니는 한때 손해평가사였지. 지금은 손해평가사 하기를 그만두었으니 주님은 가치를 매기지 않아. 오 공산주의 만세! 아 자살. 중요한 것은 용기. 충분히 현명한 자라면 이유를 만들어내 결국 자신의 생존을 견고히 만드는데, 풍선 이론에 따르면 외압이 내부 압력을 급격하게 상승시켜 내부에너지가 증가하지. 이 울분의 열기를 해소시키는 방법은 급격한 부피증가이고, 사랑이 풍선을 터뜨리는 것은 열기 때문임이 밝혀진거지. 사랑은 변함없음은 폭발은 지켜냄. 나는 사랑받으니 터질 것이고, 터진 나는 더이상의 내 가 아니게 되는 거야. 이상의 연속적 정보가 나의 현명함이고, 생존의 견고화 작용에 의해 나는 자살의 불가함을 막는것이 불가능임을 입증했다. 역사적 생사무사례의 보편적 특이성의 이질감 혹은 술. 각종 신경화학작용의 노예는 각종 신경화학작용을 지배하므로 금주령의 실패는 모순인 것이야. 이질감, 추가적 생각 금지. 이 순간의 나를 정의한다면... 생사결정권의 나에 대한을 행사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결론이다.


단어의 끝. 무대 뒤의 박수소리. 2는 마지막 말 이후로 쓰러지듯 엎드린다. 뒤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앉는 1.


1: 럭키라면 지금 내 상상보다 더 잘 해냈을거야. 물론 나의 상상 역시 디디와 고고가 듣는다면 모자를 빼앗으려 달려들겠지. 자 그럼... 행동해!


1은 움직이지 않는다. 


1: 인류애적인 나로서는 고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생각하는 것...(몸을 부르르 떤다)나는, 포조일까 럭키일까.(침묵)둘은 분리 가능한 건가?(침묵)자,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현실로 돌아가자.


1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연다. 상당히 알찬 속. 1운 주저없이 몇몇 재료를 챙긴다. 1, 무대 왼쪽으로 퇴장.

잠시 시간. 조명이 전부 켜지며 무대가 밝아진다. 그리고 들리는 요리하는 소리, 푸근한 집밥 냄새. 2,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2: 배는 고프군...(크게 숨을 들어마신다)그래서 살만한 세상인가.


2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선을 넘어 무대 왼쪽으로 퇴장. 밝은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소리가 점점 줄어들며 암전.


그리고, 끝.


-이명,



문제: 다음 작품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해석한 이는?


알파: 위 작품은 화자가 거울 속 비친 자신에게서 자신의 또다른 페르소나를 투영시킨 작품이다. 2는 자신의 인격의 부정적 부분, 사회에 찌든 부분을, 1은 자신의 긍정적 모습을 반영한다. 처음에 화자는 거울을 통해 분리된 두 자아의 거리감을 유지하려(행동을 제약하려)하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두 인격은 극적으로 분리된다. 결국 화자는 마지막에 페르소나의 분리를 포기하고 두 인격을 받아들이게 된다.


베타: 위 작품은 동일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넣은 작품이다. 과거의 찬란함,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의 과거 미화로 점칠된 1은 이상적 인물로 그려지며, 반면에 2는 부정적인 인물상으로 그려진다. 현실의 무게감에 짓눌린 2는 자신의 과거를 소환하지만 결국 둘은 대화가 아닌, 혼자만의 말을 할수밖에 없다. 결국 위안을 얻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지만, 결국 과거의 자신을 마주봄으로서 2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감마: 이 작품은 전적으로 2의 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완전히 동일한 두 좌우대칭공간-이 일어남을 통해 이를 추측 가능하며, 작품 마지막의 빛의 변화 역시 꿈에서 깨어남을 암시하는 것이다.  2는 꿈속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철학과 문학을 바탕으로 1이라는 존재를 창조해냈다. 2는 이 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결과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의 구축에까지 성공한다.


델타: 이 작품은 2의 자살의 과정이다. 1은 찬란한, 2와 비교되는 멋진 모습을 계속해 보여주며 2를 절망에 빠지게 하고, 1은 자신안의 부정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끊임없는 혼잣말 끝 결국 2는 유언이라고도 할수 있는 자살의 합리화 과정을 끝낸 이후 모종의 이유로 삶을 끝낸다. 그리고 2의 죽음이 결정된 이후에야 그가 있던 공간에는 빛이 찾아온다.


엡실론: 이 작품은 모더니즘에 대한 오마주이자 풍자이다. 결국 있을 수 없는 일들을 희곡의 현실을 빌려 말하고, 이전에 그럴듯해 보이던 의견으로 받아들이던 각종 사상들을 효과적으로 비꼬는 것이 이 작품의 주 내용이다. 대화같이 보이는 둘의 혼잣말, 있지도 않지만 있는 척 하는 벽과 같은 요소들이 작품 속에 가득하며, 연극의 과정 속에는 암묵적 동의인 대칭성이 무시되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2가 가장 큰 요소인 선을 넘음으로서 직품은 무의미함을 역설하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