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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계관:

국정원 5급 사무관, '대악마' 기사단장 그리고 콤비네이션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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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 대원, 고위 서큐버스 심문관 그리고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왜 그냥 포기하지 않는거야? 영원한 쾌락이 눈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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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장님, 정찰 보고 드립니다! 거대한 비행 기계 2대는 현재 인간들의 진지에 내려 앉아 인간들을 태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복장으로 보아, 태우고 있는 것은 군인들이 아닌 민간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석궁을 등에 매고 쌍안경을 허리에 찬 하피 정찰대 소대장이 날개로 경례를 올려 붙이며 말했다.


"...민간인이 있었나. 패잔병들이라 순식간에 무너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끈질기게 버텼던 이유가 그거였나 보군. 정찰병, 그 기계에서 내리는 인간들은 있었나?"


"아닙니다! 상자 몇 개를 내리긴 했지만, 기계에서 내린 인간은 없었습니다!"


엘레아노르는 하피 정찰병의 보고에 머릿속에 오히려 물음표가 더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는 적의 후방에 병력을 더 투입해서 혼란을 일으키는게 제대로 된 병법 아닌가? 


"인간들의 진지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병력들에게서 딱히 별다른 보고는 없어. 갑자기 뭔가 안에서 엄청 바쁘게 움직여대긴 하는데, 진지 밖으로는 움직이려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는데."


검은 털빛의 늑대 수인으로부터 귓속말을 전달 받은 켈이 말했다.


"마도 통신이 가능한 전 방어선에서 비행 기계들의 폭탄 공격이 보고되고 있어요. 몇몇 부대에서는 인간 군대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고. 피해는 크진 않지만, 다들 인간이 야간에 공격을 올 지는 몰랐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고요."


손에서 연한 붉은 빛 구체를 피어올린 채 눈을 감고 있던 젤렌이 입을 열었다.


그때, 회의실 입구에서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들려오고, 곧이어 갑옷을 걸친 켄타우로스 기사단원 한 명이 문을 열고 엘레아노르 기사대장에게 경례를 한 뒤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단장님, 그... 자신이 와이번 공격대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와이번이 기사대장님 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회의실 탁자에 걸터 앉아 거대한 도끼를 한 손으로 들어 숫돌로 날을 갈던 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와이번? 와이번이면 우리 전투단 소속도 아닐텐데."


"지금 말인가? 목적은 뭐라고 하지?"


"인간들의 비행 기계와 관련된 거라고 합니다. 직접 교전을 했다는데, 관련해서 꼭 말해야 하는게 있다고 저희 전투단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전달할게 무엇인지는, 직접 이 부대의 지휘관에게 말해야만 한다고..."


"들여보내게."


엘레아노르의 대답에 켄타우로스 기사단원은 회의실 문을 연다. 


회의실 문 너머로 회색빛 흉갑을 걸친 진녹색 비늘의 와이번이 호랑이 수인과 말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당장 비켜! 너희 같은 하전사들에게 말할 만한게 아니란 말이다! 너희 지휘관에게 직접 말해야..."


"야, 난 우리 족장님이랑 대장님 말만 듣거든? 허가 없으면 못 들어가니까, 불만 있으면 한 번 덤벼보던가!"


"크흠. 엘레아노르 기사대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들어오시지요."


고성이 오가던 둘의 말싸움은 켄타우로스 기사의 헛기침과 이어지는 말에 갑작스레 중단되고, 와이번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호랑이 수인을 흘겨본 뒤 기사단원을 따라 회의실 문으로 들어섰다.



상당히 젊어 보이는 진녹색 비늘의 와이번은, 전투를 치루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갑옷과 복장 곳곳에 아직 굳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다. 상당히 많은 피에 먼저 치료부터 받으라는 말을 하려던 엘레아노르 대장은 그 피들이 모두 갑옷 안 쪽 에서 배어나온 것이 아닌, 밖에서 묻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투란의 발톱' 와이번 비행대 소속 제23 습격대의 리더가 기사대장님을 뵙습니다!"


와이번 습격대의 지휘관임을 증명하는 노랗게 칠해진 어깨의 견갑이 젊은 와이번의 경례 동작에 '찰칵'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음. 인간들의 비행 기계에 관련해 말할 것이 있다고 들었네."


엘레아노르 기사대장은, 가볍게 맞경례를 한 뒤 바로 본론을 묻는다.


"예! 지금, 인간들의 비행기계 5대가 이 전투단 인근으로 이동하는 것을 저희 습격대가 추격했습니다. 처음엔 공격을 시도했지만, 저희 만으로 상대하기엔 인간 놈들의 기계가 지나치게 강해서... 결국 추격에만 그쳤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이 근방에서 무언가 목적이 있는지 속도를 줄이는 듯..." 


"그거라면 알고 있네. 이 주변에 우리가 현재 포위한 인간 진지로 이동해 인간들을 빼내려는 모양이더군."


이미 한참 전 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엘레아노르의 담담한 대답에 와이번의 표정이 잠시 흔들리지만, 이내 흥분에 휩싸인다.


"아, 벌써 포위까지 하신겁니까...? 역시, 노크샤이어 왕국의 기사단은 다르군요. 잘됐습니다. 저희 습격대도 진지 함락전에 참여시켜 주십시오! 아니, 시켜만 주신다면 선봉에도 서겠습니다!"


"포위진은 구축 했지만, 지금 인간들의 진지를 공격할 계획은 없네."


잔뜩 흥분한 얼굴로 의욕적으로 청하던 젊은 와이번의 표정이 엘레아노르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찬물 세례라도 맞은 듯 허탈해졌다.


"...예? 그게 무슨..."


"우리 정찰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 비행 기계들은 진지 내부의 인간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온 것으로 보인다는군. 즉, 할 일을 다하면 이 진지를 떠날 것이라는 얘기지. 자네 말대로 강력한 인간들의 비행 기계가 있는 동안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해 불필요한 피해를 더 입을 필요는 없지 않나."


엘레아노르는 굳이 물러날 적의 꼬리를 붙잡고 서로 난타전을 벌이며 피를 흘리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나, 군단에서 지원을 오기로 했던 마도사 병력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을 섣불리 궁지에 몰아 예상 범위 외의 피해를 입는 건 반드시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엘레아노르의 설명에도, 와이번은 전혀 설득되지 않은 듯 날카로운 이빨이 슬쩍 보일정도로 이를 꽉 깨물며 그녀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저 비행 기계들이 저희 종족 연합군의 영역 한 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지금 저희의 우세한 병력차를 이용해 밀어 붙여야 합니다! 저 날개를 지금 꺾어버려야 우리 대원들의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분노에 휩싸인 채 흘러나온 복수라는 단어에, 엘레아노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복수라니, 무슨 소린가?"


그 추궁에 분노로 일그러지던 와이번의 표정에 한 겹 슬픔이 덧씌워지고, 습격대 리더 와이번은 흥분이 한 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 습격대는, 명령 받은 대로 이 고대 인간들의 도시 위에서 경계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폭탄이 도시 이곳 저곳 떨어지기 시작하는 와중에, 말로만 들었던 고대 인간들의 비행 기계들이 어두운 밤 하늘을 무기로 침투하려는 걸 포착했습니다. 저희 와이번 습격대 하나면 인간들의 비공정도 상대할 수 있는데, 이 것들은 비공정보다 빠르긴 하지만 훨씬 작았으니 당연히 저희는 확신을 가지고 사냥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저 기계는... 저희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인간들의 기계나 마도구, 아니, 우리가 아는 모든 아인종들의 마도구와도 다른 무언가입니다. 분명, 엄청난 소음을 내면서 웬만한 하피 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와중에도 접근하는 저희를 포착했습니다. 한 밤중에 말입니다!"


"그리고는 마치 자기들 끼리 텔레파시라도 한 듯, 날렵한 비행 기계 3개가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려 그것의 배에서 엄청난 소음과 함께 붉은 광선을 쏘아 댔습니다. 마치 화염 광선이 볏짚을 자르듯이, 저희 대원들은 그대로 사지가 터져 나갔습니다. 그 짧은 몇 분의 전투... 아니, 학살극에서 대원들 스물 넷 중 일곱을 잃었습니다."


"저는 저 고대 인간의 기계를 제물 삼아 그들의 복수를 해야만 합니다. 저들의 피로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자네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저 비행기계가 있는 진지에는 민간인 인간들과 군인들이 섞여있네. 지금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면 그들 모두 전투에 휘말릴걸세."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들은 고대 인간들이 아닙니까! 민간인이고, 군인이고, 어차피 나중에 저희 아인종들을 모조리 죽이려 들 똑같은 족속들일...!"


"그만!"


엘레아노르 기사대장의 단호한 호통에, 지휘 회의실에 있던 아인종 병력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일 났네요. 엘레아노르 기사대장 앞에서 저런말을 하다니."


"뭐, 원래 동료를 처음 잃으면 눈이 돌아가는 법이긴 하니까. 그래도 저 말은 좀 심했네."


켈과 젤렌은 엘레아노르의 인상이 험악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 자네가 말하는게 대체 제국의 광신도들과 다를바가 뭔가! 아인종들은 아이든, 어른이든, 수인족이든, 엘프든 모두 똑같은 족속이라며 서대륙을 피로 물들인 그 제국에 맞서, 아인종들의 생존할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우리 종족 연합군의 사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건가!"


17년간의 전쟁은 종족을 구분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을 점점 무뎌지게, 폭력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지속된 폭력이 만드는 광기에 인격이 젖어들지 않게 해주는 것은, 바로 올바름을 위해 싸운다는 믿음이라고 엘레아노르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젊은 와이번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제국놈들은...!"


"그들도 그러지 않았냐는 말은 하지 말게! 그거야 말로 제국의 광기를 막으며 스러져간 수많은 아인종들이 그저 죽여 없애야 하는 종족이 '아인종' 이 아니라 '인간' 이라는, 대상만 바뀐 광기를 위해 죽어갔다고 욕보이는 것이 아닌가!"


엘레아노르의 호통에 젊은 와이번은 입술을 달싹 거리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이내 입술을 꾹 다문 채 시선을 회피하며 중얼거렸다.


"...저는, 같은 와이번 동족으로써 산으로 돌아간 그들의 영혼을 위해 복수해야 한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습격대장, 자네는 지금 격해진 감정으로 평생 후회할 일들을 지나치게 성급히 저지르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난 그것을 허가해 줄 수 없네."


그렇게 '정당한 복수'를 행했던 다른 아인종들이 점차 더 큰 폭력과 불의에 물들어 제국의 광신도들과 종족만 다른 학살자가 되는 것을 많이 봤으니까.


엘레아노르는 그녀가 전장에서 너무나 자주 깨닫게된, 깨닫고 싶지 않았던 그 진실을 마음 속으로만 되뇌였다.


"자네와 자네 동료들은 우리 전투단의 의무반에서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겠네, 치료가 끝나면, 부여 받은 임무로 복귀하게. 이건 명령이다. 알겠나?"


엘레아노르의 말에 와이번은 반항하듯 아무런 대답도 없이 엘레아노르 대장을 노려보았지만, 엘레아노르의 굽힘 없는 시선에 결국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젤렌 마지스터의 손에서 연한 빛을 내뿜던 붉은 빛 구체가 밝게 빛을 발했다.


"잠깐, 군단 지휘부에서 지금 마나 통신을 보내고 있어요. 저희한테 직통으로요."


젤렌은 눈을 감은 채 손 안의 구체에 마나의 흐름에 집중하며, 구체를 통해 전해져 오는 마나 흐름을 천천히 해독해 나갔다.


"인간들의 역습이 모든 전선에서 보고됨. '세번째 번갯불' 전투단은 해가 뜨기 전 인간 진지를 반드시 함락시켜 후방의 위협을 제거한 뒤 본대와 합류할 것.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군단에서의 마도사 지원은 불가함."


엘레아노르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분노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피해를 최소화 하며 적의 진지를 빠르게 점령할 수 있는 그녀의 계획에는 숙련된 마도술을 시전 가능한 마도사가 여러명 필요한 만큼 군단 마도사 병력들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물론, 무식하게 저 진지에 전투단 전체가 덤벼든다고 해서 점령을 못하지는 않을 터였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번개같은 제압 작전은 양측의 피가 강을 이루는 혈전으로 변할테고, 엘레아노르는 그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후. 젤렌 마지스터, 우리 전투단의 마도사 병력 만으로 작전은 불가능한가?"


짧게 한숨을 쉰 엘레아노르는 여전히 빨간 구체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젤렌에게 물었다.


"아시다시피, 지원 오기로 했던 군단 마도사 병력들은 총 2열(Column) 이에요. 1열마다 상급 마도사 3명과 중급과 하급 12명이 있으니, 총 서른이죠."


"우리 '세번째 번갯불' 전투단의 마도사 전력은 마흔 다섯이 있지 않나. 그 정도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질' 이죠. 상급은 저를 제외하면 3명에 불과하고 중급 마도사는 간신히 두자릿수를 채우는 수준. 나머지는 단순 공격, 방어 마법 정도만 구사하는 하급 마도사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군단 직속 마도사 스물이 저를 제외한 저희 마흔 다섯 마도사 병력 전체보다 더 유능할겁니다."


"...하지만, 우리 전투단에는 마지스터인 자네가 있지 않나."


그 말에, 젤렌은 살짝 웃으며 날개를 펄럭였다.


"후후, 뭐, 그래서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는 않은거죠. 제가 어떻게든 해볼 수는 있어요. 단, 각 부대에 배정되어 방어막을 펼쳐주기로 했던 마도사들도 모조리 투입되어 제 마도술을 보조한다는 가정하에요."


"잠깐, 그건 허가 할 수 없네. 방어막 없이는 병사들이 충분히 접근하기 전부터 저 인간들이 다루는 무기에 죽어나갈걸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거의 즉답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오는 엘레아노르의 대답에, 젤렌은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한 숨을 쉬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대장,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작전과 방어막, 둘 중 하나는 포기 해야 해요. 아무리 저라도 한계는 있고, 단순하게 '노력' 한다고 못하던 마도술을 구사하거나 없던 마나를 만들어 낼 순 없으니까요."


"..."


전선에 방어막 장벽을 펼치는 것을 포기하고 계획했던 작전을 실행한다면 인간의 강철 기계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지만, 인간 병사들이 들고 있는 작은 무기에도 쉽사리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작전을 포기한 뒤 방어막 장벽을 펼친다면 인간 병사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물론 강철 기계들의 거대한 화포도 어느정도 버텨낼 수 있겠지만, 강철 기계들을 제압할 방도가 없었다. 그게 어떤 식으로든 죽기를 기도하며 병력들이 말 그대로 목숨을 던져가며 싸우는 수 밖에 없다.


어느쪽을 고르든, 결국 병사들의 목숨으로 지불될 선택이라는 사실을 엘레아노르는 알고 있었기에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그 침묵을 깨고, 묵묵히 회의실의 가죽 의자에 앉아 도끼를 갈던 켈이 입을 열었다.


"방어막 쯤이야, 어차피 어둠을 틈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버리면 방어막은 없어도 별 문제 안될텐데 뭐."


도끼의 날을 방 한 구석에 꽃혀있는 횃불에 비쳐보며 날에 남은 쇳가루를 '후' 하고 불어날린 켈이 씩 웃으며 말했다.


"대장, 작전대로 하자고. 우리 수인족 전사들이 마나 방어막 하나 없다고 무섭다고 징징대다가 죽어나갈 수준은 아닌거, 알잖아? 그 기계들만 어떻게 해주면 방어막 같은 것 없이도 인간들 쯤은 손쉽게 이긴다고."


그 말에 엘레아노르는 결심한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음. 마지스터 젤렌, 작전을 준비해주게. 방어막을 전개하기로 했던 마도사들은 모두 자네에게 지휘를 맡기겠네. 켈, 자네 병력들에게 방어 장벽을 기다리지 말고, 작전 시작 신호와 동시에 최대 속도로 적 진지에 근접하라 전하게."


"기사대장님, 부디 저희 습격대도 공격에 참여하게 해주십시오!"


엘레아노르가 각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와중에, 와이번 습격대장이 갑자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아까 제가 저지른 불찰을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려 작은 승리에만 집착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소한, 기사대장님 같은 분의 지휘를 받아 종족 연합군의 승리에 저희 습격대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해주십시오!"


"습격대장,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자네들은 치료를 받고 원래 부대로 복귀를..."


"기사대장님, 지금 군단의 마도사도 지원이 불가한 상황에서, 병력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지 않으십니까?"


무릎을 꿇은 채, 기사대장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와이번의 얼굴에 희미한 흥분의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저희들의 참전이... 기사대장님의 병사들이 흘릴 피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당연히 기사대장님 같은 훌륭한 지휘관께서는 병사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전장에만 나가면 자신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거대한 악의 인간 세력에 맞서 복수극을 펼치는 와이번 영웅담이라도 써내려 갈거라 생각하는 건가. 젊은 지휘관의 혈기왕성한 어리석음에 속으로 혀를 차며, 엘레아노르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북쪽 공격 대형에 전개하게. 단, 여기 있는 켈 부대장의 통제를 반드시 따를 수 있도록. 알겠나?"


"예! 감사합니다, 기사대장님! 제 목숨을 다해 연합 종족군의 승리에 보탬하겠습니다!"


칼 같은 경례를 한 뒤 각오에 찬 얼굴로 지휘 회의실을 나가는 젊은 와이번 습격대장을 바라보며, 엘레아노르는 켈 대장에게 고갯짓을 했다.


"저 친구가 멍청한 짓 하지 않게 지켜보게. 되도록이면 중요한 역할은 맡기지 말고."


"죽고 싶어 난리인 것 같은데, 굳이 말려야 하나...? 아무튼 전장에서 보자구, 대장. 젤렌, 평소에 마법 잘 쓴다고 뻗댔는데 이번에 말아먹기만 해봐."


그녀 전용의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들쳐멘 켈은 피식 웃으며 그녀 옆에서 대기하던 수인족 병사들을 대동하고 회의실을 벗어났다.


"풋, 덩치만 큰 애 같아서는... 저도 전장에 나가볼게요. 마도사들에게 변경된 작전도 설명하고 마도술 준비까지 할 걸 생각하면 일분 일초가 급하니까요. 전장에서 뵙죠."


젤렌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맞은편에 대기하고 있던 빨간 피부의 서큐버스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서큐버스는 젤렌 옆으로 공손한 자세로 손을 모은채 젤렌과 걸음을 맞추며 말을 듣는다.


"카롯, 지금 각 공격부대 정면에 배치된 마도사들 모두 불러서 술식 준비 지점으로 데려와. 아, 또 하피 정찰병들에게 준비..."


회의실을 나서는 젤렌의 말소리가 희미해지자 엘레아노르는 그녀의 뒤에 열중쉬엇 자세로 흔들림 없이 명령을 기다리는 하얀색 갑옷의 기사에게 말했다.


"부관, 지도를 치우고 무기를 챙기게. 이제 생각의 시간은 끝났으니."


"각 돌격대에게 병력을 공격 준비 위치로 이동 시키라 전하게. 작전 신호가 떨어지면, 마나 방어 장벽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적진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 하라고도 전하고."


그녀의 말에 절도 있는 경례로 답한 뒤 지휘 회의실을 뛰어 나가는 부관의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으며, 엘레아노르 기사대장은 하반신 양 쪽에 결박한 백색 창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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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3 AM'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지샥 시계의 액정을 김 중위는 초조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조명이 빛을 비추고 있는 넓은 잔디밭 위로는 두 대의 육군 치누크가 거센 바람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색색깔의 옷을 입은 민간인들이 눈을 뜨기도 어려운 듯 눈을 반쯤 감은 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헬기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과, 그 옆으로 전투복을 입은 병사가 실려있는 들 것을 앞 뒤로 잡고 있는 의무병 두 명이 헬기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중대장님! 피난민 91명 전원 탑승 완료 했습니다!'


가슴팍의 워키 토키를 통해 김 중위가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제 절반의 목표를 달성했을 뿐이었다.


"의무분대! 중상자들은 얼마나 탑승했나? 시간이 없어!"


'여기는 의무분대! 헬기에 중상자들을 태울 공간이 부족합니다! 중상자들이 모두 들 것 위에 누워 있어서...'


"씹... 중상자들 겹쳐 쌓던가, 민간인들 보고 머리 위로 들고 있으라 하던가, 아무튼 무조건 어떻게든 태워! 지금 여기서 못 나가면 그 사람들 모두 죽는거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젠장, 이 괴물 새끼들 잠 다 깼을게 뻔한데,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불안한 손놀림으로 들고 있는 K2 소총의 조정간을 연신 딸깍거리며 헬기를 바라보던 김 중위의 주의는 옆의 무전병이 건네는 말에 흐트러졌다.


"중대장님, 호위 헬기로부터 통신입니다!"


통신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 중위는 무전기의 수화기를 낚아챘다.


"당소 북극성 하나. 보고 바람."


'여기는 파랑새 셋. 어... 현재 대피소 남쪽 방향 1... 아니, 2km 정도에서 적들 이동이 다수 확인 된다.'


씨발, 그럼 그렇지... 김 중위는 조용히 욕을 중얼거리며 통신을 이어나갔다.


"알겠다, 파랑새 셋. 해당 적들에 대해 사격 가능한지?"


'사격은 불가 하다고 알림. 건물들 틈새로 지나가는 것만 잠깐씩 보인다.'


"파랑새 셋, 포착되는 적의 수는 얼마나 되나? 그냥 정찰 병력으로 보이나?"


'정찰 병력 이라기엔 움직이는 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 중간 중간 본 것만 세어도 스물은 되어 보인다. 파랑새 넷, 그 쪽은 어떤가?


'당소 파랑새 넷, 대피소 서쪽도 적의 모습이 잠깐씩 보인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아, 지금 몇 명 더 지나갔다.'


김 중위가 무전기 수화기를 붙든 채 상공에서 북대전 대피소를 독수리 처럼 내려보며 엄호하는 전투 헬기들과 교신하는 동안, 가슴팍의 워키토키에서 기다리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당소 의무분대! 중상자 전원 어떻게든 탑승 시켰습니다! 민간인, 중상자 전원 탑승 완료 했습니다!'


곧이어 무전기 수화기에서도 치누크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북극성 하나, 여기는 파랑새 하나. 탑승 인원 전원 수용 완료. 이륙 준비 하겠다.'


치누크 수송헬기의 로터가 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더욱 거세진 바람을 잔디밭 사방으로 퍼뜨리기 시작한다.


'중대 본부, 당소 2소대! 전방에 적 병력 다수가 건물 사이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고 알림! 사격 해도 되는지?'


'여기는 4소대! 그 괴물들이 점점 많이 포착 됩니다! 갑옷 입은 말 부터, 동물 귀 달린 놈들이랑 뿔난 놈들... 아주 다양합니다!'


"잠깐, 잠깐! 파랑새 셋,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적이 해당 위치로 습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수송 헬기가 올 때 까지 엄호해 줄 수는 없겠나?"


김 중위의 다급한 말에, 무전기에서는 잠시 침묵만이 감돈다.


'북극성 하나, 귀소를 도와주고 싶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연료로는 불가하다. 지금 연료로는 기지로 복귀 하는게 한계다. 미안하다.'


"...알겠다. 무탈한 비행이 되길. 북극성 하나, 통신 종료."


'당소 파랑새 셋, 호위 대형으로 복귀하겠다. 북극성 하나, 건투를 빈다. 통신종료.'


김 중위는 힘없이 무전기의 수화기를 내려놓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 이었다. 설사 연료가 있다 하더라도, 귀환하는 수송 헬기를 호위하는 헬기들이 여기 있으면 수송 헬기들은 그냥 죽으라는 말인가? 


김 중위, 지금 같은 순간에 네가 평정심을 잃으면 안돼. 지휘관이 냉정을 잃으면 끝장인거야.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는 김 중위가 바라보는 창 밖으로, 치누크 헬기가 그 거대한 몸체를 기울여 이 곳을 벗어나는 것과 함께 기지 상공에서 수호천사처럼 맴돌던 코브라 전투 헬기들이 마치 경호원처럼 따라 붙는 모습이 보였다.




저 괴물들의 눈에 띄는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실내등과 비행등을 모두 끈 헬기들이 빠르게 칠흑같은 밤 하늘의 풍경과 녹아들어 분간할 수 없어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가 떨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헬기들의 로터들은 이내 저 멀리 투투투- 하는 작은 메아리만 남긴 채 저 편으로 사라졌다.


방금까지도 수십 명이 뛰어다니며 긴박한 대피 작전이 이루어 졌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제 대피소에는 불안한 침묵과 수송 헬기가 흩날렸던 시든 갈색 잔디 조각들만이 도로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들... 이상한 징후 포착되면 즉시 보고할 수 있도록. 이상."


김 중위가 워키토키에 중얼거리며 대피소 남쪽의 건물들을 매의 눈으로 훑는 동안, 그의 왼쪽에서 무언가 밝은 빛이 번쩍인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파란색 조명탄 같은 것이 서서히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 조명탄 어떤 새끼야! 기도비닉 안지켜! 내가 파란색 조명탄은 주지도 않았는데 그건 또 어디서 나서 쏜거야!"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있던 김 중위가 워키토키에 대고 거칠게 욕을 했지만,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말은 김 중위의 얼굴에서 핏기를 가시게 하는데 충분했다.


'...중대장님, 국군 보급 신호탄 중 청색은 없습니다.'


"뭐? 그럼..."


김 중위가 침을 삼키며 황급히 전방을 둘러보는 와중에 저 멀리서 '챙강-'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가로등 중 하나가 불빛을 잃고 도로의 한 부분이 어둠에 감싸인다.


처음엔 단순히 우연이라고 여겼던 유리 깨지는 소리는 이제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주변 가게의 조명이나 도로에 버려진 채 문이 열려있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들도 이내 점차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빛을 잃기 시작했다.


"뭐야? 전방 관측조! 보이는 거 없어? 보고해!"


'전방에 적들이 조명을 모두 부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 보고만 있지말고 빨리 어디서 부수는지 찾아! 일단 묻지말고 갈겨!'


'저기, 3시 방향! 석궁든 새인간...? 아무튼, 괴물이 가로등을 쏘고 있다! 지금 안보여도 일단 저쪽에 빨리 쏴!'


'씨발, 지팡이 든 놈 하나가 순식간에 건물 한 층 전체 형광등을 다 깼다! 쏘려 해도 보이지가 않는다!'


패닉에 빠진 무전들이 점점 더 많이 들려오고, 투타타- 하는 소리와 함께 예광탄 섞인 총탄 세례들이 이미 어두워진 건물과 도로를 할퀴지만 아스팔트 조각들이 튀는 소리와 애꿎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하늘에 새인간! 11시 방향, 저 위에 있다!'


솜씨좋게도 밤 하늘의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펄럭이는 걸 포착한 병사의 무전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M60 기관총이 불꽃놀이처럼 강렬한 예광탄들을 밤 하늘로 뿌리자 그림자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날갯짓을 멈추고 힘없이 원룸 건물 지붕 위로 떨어진다.


그러나, 유리 깨지는 소리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대피소 주변의 야경은 점점 더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대피소 주변의 광원이라고는 건물에 달린 채 몇 번 날아드는 화살에도 여전히 번쩍이며 음식들과 제품을 광고하는 간판들 뿐이었다.


"씹... 통신병! 무전기 줘봐!"


김 중위가 급히 국방색 무전기를 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직사각형 간판들도 마치 거대한 손바닥이 쥔 듯 밝은 스파크를 마지막으로 내뿜은 뒤 구겨지며 불빛을 잃었다.


방금까지도 흔히 보이던 상점과 빌라, 사무실 건물들이 있던 거리의 풍경은 이제 빛과 소리를 잃은 채 밤중의 숲과 같이 검은 장벽을 이루어, 그 속에 숨긴 것들을 내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대피소 건물들과 그 칠흑을 막아선 등대처럼 홀로 빛을 발할 뿐이었고, 지평선 멀리서 번쩍이는 주황색 폭발들이 잠시나마 거리를 약한 불빛으로 밝힐 뿐이었다.


총을 겨눈 병사들은 어둠 속에 휩싸인 거리가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잡아먹을 듯 긴장한 숨을 몰아쉬며 두려운 눈으로 훑어보지만, 어둠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잠잠할 뿐이다.


"야, 이 상병! 60mm 박격포 탄약 확인해. 새꺄, 어차피 너 소총수도 아닌데 뭘 보려고 해! 아까 수송 헬기에서 가져온거 다 여기다 옮겨놔."


젊은 부사관이 그 무엇보다 시끄러운 침묵을 깨려 병사들에게 속삭이듯 명령하는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다.


그 때, 어둠 저 편에서 칠흑을 꿰뚫고 낯선 소리가 울려온다. 


'뿌우-'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뿔나팔 소리였다.


김 중위는 그 뒷목이 서늘해지는 소리에 국방색 수화기를 내려놓고 반사적으로 외쳤다.


"전원, 전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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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90447694


Q: 왜 육군이 M60 씀?? K3 아님??

A: 치장물자 창고 깠더니 저게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