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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사령관이 함 내의 지휘관 개체들을 모조리 회의실로  소집했다.


하아암... 아직도 졸린데 무슨 소집이래... 사령관도 참...


그만큼 중요하다는거겠지. 졸리기는 하다만...


그 때 사령관이 나타났다.


다들 모였나? 새벽에 부른건 미안한데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니 그 중요한 일이 뭐길래 이 시간에 부르냐고...


말 잘했네. 이제 보여줄 참이다. 리리스, 들어오시라 해!


그러자 황룡이 리리스에 의해 귀갑묶기로 묶여 끌려왔다.


자 인간님, 이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 리리스?


네 주인님~


내가 분명 "모셔오라" 하지 않았니...?


네, 두번째 인간님 모셔왔습니다!


그러면 왜 두번째 인간이 귀갑묶기로 묶여있는거니...?


자꾸 도망치려 하시길래 간단한 조치를 취했어요 주인님!


시발 여긴 어디야... 난 왜 귀갑묶기로 묶여있는거고... 뭐 니들도 해병대 아종 비슷한거냐...?


잠, 잠깐만요! 바로 풀어드릴게요! 아니 이거 얼마나 단단히 묶인거야! 리리스, 푸는 것좀 도와!


그렇게 사령관과 리리스가 황룡의 귀갑묶기를 풀려고 발악하던 때, 지휘관 개체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뭐야, 저거 진짜 두번째 인간이야?!


맙소사... 인류멸망 이후 인간님이 사령관님 말고 더 살아계셨다니... 감마의 영역에서 버티셨던 걸까요?


일단 뇌파는 확실히 인간이다만... 또 다른 인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


게다가 꽤나 꼴리게 생겼...


저 미친년은 회의중에 뭐라는거야!!!


둘 다 조용히 하도록. 회의 중에 무슨 추태인가?


그러던 중 황룡의 귀갑묶기가 다 풀렸다.


허억... 허억... 죄송합니다... 저희 측 인원이 다소간의 과민반응을 해서...


(이걸 풀어주네...? 게다가 맥락을 보니까 내가 묶인것도 그냥 저 년이 골 빈 년이라 독단적으로 한 것 같고... 적의는 없나... 하는 말이나 들어봐?)

그... 아까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저도 당황스러워서.

그나저나 상황이 이해가 잘 안가는데, 멸망이니 두번째 인간이니 오르카 호니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생존했으면서, 인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거야?


생존이요...? 아 그 해병대 개새끼들 사이에서 생존했냐는 말이면 맞기는 한데, 근데 그놈들은 저능아인데다가 공군 공포증때문에 포항시면 몰라 인류에 영향은 못 끼치지 않나요?


하아? 아까부터 뭐라는거야? 해병대? 공군공포증? 포항시는 또 뭐야?


소관의 산하 병력중에는 해병대 역할을 하는 병력도 있소. 방금 발언은 사과해줬으면 하는데.


아니 그건 또 무슨 씹소리세요;;; 해병을 지휘한다고요? 

'오도해병'이 타 해병 부대로 점점 전염된다는게 밝혀져서 국제협약으로 해병이라는 병종이 금지되고 육군으로 대체된지만 15년 아닙니까?

북한이 해병대 비밀리에 양성했다가 통제 실패해서 육군 8할이 갈려나가고 겨우 제압했다는 기사를 제가 1년 전에 똑똑히 읽었...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고계신거죠...? 오도...해병? 북한은... 블랙리버 한반도 북부 자치구를 말하는건가요? 저희는 철충한테서 생존했냐고 물어본건데...


아니 철충은 또 뭡니까? 제가 취미로 기계공학, 생물학, 야금학, 국제정치학 등등 여러 공부를 좀 했는데 그런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는데요?



그렇게 길고 긴 대화가 시작됐다...


-2시간 후-



아... 네 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쯤 해도 될 듯 한데...

그... 임시 숙소로 데려다 드릴까요?


아... 예 뭐... 벌써 임시 숙소도 마련해 놓으셨군요...? 그... 수고하셨습니다...


황룡은 어디선가 나타난 페로의 인도를 자연스럽게 받으며 회의장을 나갔다.


아니 그 황룡이라는 사람, 정신병자 아니야?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멸망 후에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으니... 미칠법도 하지... 쯧쯧...


미친 척 하는것일수도 있소. 어쩌면 모종의 이유를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것 일수도 있지.


어느쪽이던, 일단 믿어서는 안 될 사람 같습니다.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는 편이 좋겠군요.


확실히... 말이 안되기는 해... 믿기도 힘들고... 스스로를 오도해병이라 자칭하는... 테러리스트? 게이? 어쨌든 이상한 식인 동성애 무장단체한테 억겁의 세월을 감금당했고, 끝없는 고문을 받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오르카 화장실이었다고? 


...엔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커튼 뒤에 숨어있던 엔젤이 튀어나왔다.


...! 엔젤? 당신이 언제부터 저기에...


미안. 설명할 시간이 없었어. 우리도 저 사람 말이 거짓말인지 판단할 수단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일단 정신병자의 헛소리나,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구원자님. 정신병 특유의 광기나 거짓말을 할 때 느껴지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대화 내내 이성적이었다 해야하나...


뭐? 니 착각 아니야? 저 정신나간 헛소리들이 진짜라고?


메이, 진정해. 일단 엔젤이 하는 말을 들어보고...


다만...


다만?


대화 중간중간에... 형용 불가한 두려움과 고통, 혐오감이... 느껴졌어요. 저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이상한건, 그 부정적 감정들은 10초를 넘기는 일이 없었다는 거에요.


뭐? 우리가 대화중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라도 한건가?


그렇다기엔 그 감정이 너무 불규칙하고 겉 행동이랑 일치하지가 않아서...


... 황룡... 정말 미스터리한 사람이야... 일단 이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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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황룡, 그 또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이번에 알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일단 사령관의 말이 맞다는 가정 하에 나는 게임 세계로 건너온게 맞다 해야 할 것 같다.


그 리리스라는 사람이 씹통떡이 하던 게임에 있던 캐릭터와 외모에 이름까지 같은것도 이상한데, 무엇보다, 그 사령관 설명대로라면 인류는 '우연히도 어느날' 쳐들어온 고작 기계에 기생하는 철벌레 새끼들한테 좆망했고, '우연히도' 자기가 마지막 남은 인간인데 '우연히도' 남자 바이오로이드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해서 '우연히도' 자기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남자가 됐다. 게다가 바이오로이드는 또 '공교롭게도' 인간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도저히 말이 안되는 얘기야. 하지만 하나의 가정만 들이밀면 모든게 말이 된다.


이게 다 편의주의적으로 짜여진 씹덕겜 설정이다...


그러면 모든게 말이 돼. 갑자기 좆망한 인류, 전투용으로 생산된 개체가 비정상적으로 가슴이 큰, 전투에 비효율적인 형상을 하고 있는것, 모든게...


사령관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정황이 너무 잘 맞기도 하고 대화 중간중간에 유도심문을 몇개 숨겼는데 논리적인 오류가 없었어. 공군이 섭외한 국정원 요원한테서 직접 배운 유도심문이 딱히 관련 전문가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한테 모조리 간파당했을리도 없을테고...


두 번째로, 저 사람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다.


아까 내가 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당혹감을 느끼거나 할 때마다 커튼 뒤의 무언가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혹시나 싶어서 좆게이 새끼들한테 산채로 잡아먹히던 때 느꼈던 기분을 회상했는데 경악한 듯 크게 움찔거렸다. 


내 생각을 감시하려고 독심술사라도 숨겨둔 모양이지? 안 그러면 그렇게 딱 내 감정에만 맞춰서 움찔거릴리가 있나? 사령관의 설명에 따르면 바이오로이드는 뇌파 감지가 가능하니 독심술도 무리는 아닐거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닐거야. 아니면 커튼 뒤에 굳이 독심술사를 숨길 필요가 없이 그냥 그 회의하던 지휘관급 개체라는 것들이 직접 내 마음을 읽으면 되니까.

또, 그리 높은 수준도 아닐거다. 생각을 술술 읽는건 무리고 기껏해야 어느정도의 정확도로 감정을 읽는 수준이겠지. 만약 그 수준이 그리 높아서 생각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으며 100퍼센트 신뢰 가능하다면 그냥 처음부터 대놓고 내 대가리를 스캔했을거다. 애초에 움찔거리는 패턴을 보니 생각보다는 감정에만 거의 반응하기도 했고.


들어보니까 이곳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일종의 군벌 내지 작은 사회같은데, 독심술사라는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고급인력을 나와의 대화에서 동원했다는건... 나를 경계한다는 증거다.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사령관이나 지휘관 개체들의 말투를 보면서 그 경계가 점점 커진다는 것 또한 느껴졌다.


근데, 그러면 그 독심술사 개체는 누구지? 일단 날 호송하는 페로라는 살쾡이년은 아니야. 내성이 없는 사람은 간접적으로 듣기만 해도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끔찍한 기억을 몇번이나 회상했는데 미동도 없어.


나를 경계하는게 맞다면, 사령관은 아마 독심술사 개체를 몰래 내게 붙여서 내 생각을 감시하려 들거다. 저 사람들도 나를 신뢰 못하고 나도 저 사람들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입장이야. 내 생각을 안전하게 숨기지 않으면 혹시라도 나중에 위험해질 수 있으니 당분간은 끔찍한 기억들을 회상하며 지내야겠어... 적어도 녀석에게 방해는 되겠지.'


인간님, 도착했습니다.



아... 이 방입니까? 감사합니다. 페로라고 하셨죠? 이 일은 언젠가 보답하겠습니다.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페로는 순식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황룡은 긴장하며 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의심해 자신의 생각을 읽으려 했던 그 사령관이라는 작자는 방에는 무슨 수작질을 해놨을까? 초소형 카메라? 개쩌는 미래기술 텔레파시 기계?



'모든걸 의심해야 한다. 지금은 나도 저들을 마냥 믿기 힘들고 저들도 나를 못믿어. 하지만 주도권은 당장 살 곳도 여기를 빼면 마땅치 않은 내 쪽보다는 군대를 가진 저쪽에 있다. 일단 추가적인 의심을 사지 않고, 이 곳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저들의 진의를 알아내는게 제일 합리적이겠지. 하아... 내 팔자야...'


그런 생각을 하며 황룡은 문을 열었고 이내 사령관이 선택한 감시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중세부터 산업시대, 냉전의 치열한 첩보전,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단순하고 유서깊은 감시법


안녕하십니까. 이 정돈도 제대로 안 된 방에서 당신을 모시는 고생을 하게 된 바닐라-A1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바닐라라고 부르던지 알아서 하십시오. 당신이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그 두번째 인간이십니까?


감시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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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우리의 오도해병들...


젠장... 기열 참새놈들의 공습을 수습하느라 포신 빠지게 고생했군... 박철곤 해병! 이게 기열 황룡이 혼란을 틈타 탈영한 곳으로 통하는 해병-차원문이 확실한가?


악! 확실합니다! 6974892번의 드림워킹으로 찾아낸 곳이니 이곳에 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좋다! 아쎄이들, 기열 황룡의 부재로 인한 해병-건축자재(싸제용어로는 황룡의 살가죽과 뼈)의 부족으로 해병대 재건이 지체되고 있다! 새끼들... 수색!


악! 수색 실시!

좋아... 이 흘러빠진 차원을 수색하다보면 황룡도 금방 찾을 수 있을것이고, 겸사겸사해서 이 세계를 정복한 뒤 아쎄이 수급도...


그 때 갑자기 아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따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모두들 질서정연하게 역돌격 실시!!!!!!!!!!!!!!!!"


새끼들... 슈퍼 울트라 오메가 기열!


갑자기 역돌격을 실시한 아쎄이들, 하지만 포탈 뒤에는 황근출 해병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감히 선임의 허가를 받지 않고 역돌격을 한 찐빠의 책임을 물어 아쎄이들을 모두 한 접시의 따끈한 해병수육으로 만드셨다!


새끼들... 도대체 뭘 봤길래 이런 대형 찐빠를...


해병 수육을 게걸스럽게 쳐먹던 중 아쎄이들이 찐빠를 저지른 이유가 문득 궁금해지신 황근출 해병님은 포탈 안으로 들어가고야 마셨으니, 황근출 해병님이 그 곳에서 본것은...


뀨?


아! 스카우터! 그 비열하던 기열 공군의 첩자여!

비열한 기열 참새놈들이 탈영병 황룡을 보호하려고 이세계에까지 그 마수를 뻗쳤던 것이다!


따흐아아아아아아아ㅏㅇ아앙!!!!!!!!!!!!!!!!!!!! 근추리 참새 무섭따!!!!!!! 역돌격 실시이이이!!!!!!!!!


그렇게 이세계에 기열 공군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져버리고야 말았고 해병대의 황룡 구출작전(기열싸제용어로 재납치)은 무기한 연기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