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안나 20년(1860년) 겨울


"폐하, 수상대신이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수상은 담담한 얼굴로, 조금은 걱정된 얼굴로 임금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다."

"폐하, 지금 왕국 내외의 상황이 조금 안 좋사옵니다."

"말해 보세요."

"폐하, 신의 군대가 서부 스칸디나비아를 모두 정복해 스웨덴의 억압적인 통치에서 저들을 해방시켰지만, 백성들은 폐하의 은총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남쪽 프로이센에선 카를 마르크스라는 작자가 백성들을 선동하고, 노동자들은 이에 장단을 맞추고 파업을 일삼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 겁니까? 나는 임금이로서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면 그들이 저를 배신하는 일을 없을 겁니다."

"이 마르크스라는 작자의 사회주의라는 사상은, 마치 종교와도 같아서 한번 선동되면 자기 부모도 못 알아보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백성들을 함부로 그렇게 몰아가지 마시오! 한 번만 그딴 소리를 지껄이면 난 당신을 추방시키겠소!"


여왕은 화가 난 듯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고, 비서를 시켜 수상을 돌려보냈다.


"흥, 그따위 종교가 무섭다고, 내가 젊었을 때 독일하고 프랑스에서 계속 혁명이 일어났는데도 우리나라에선 안 일어났다구."


수상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계속 씩씩거렸다.


"아직 40밖에 안 된 주제에 뭘 안다고 저리 설쳐대는지...하 씨 여왕이 젊었을때 지 언니랑 모험한다고 설쳐대지만 않았어도 내가 바로 실권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아니 그 한스새끼가 문젠가. 아 맞다 그 새끼도 지네 나라에서 쫓겨나서 제1인터내셔널에 가담했다지. 아 그 새끼를 써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