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14) 적진을 꿰뚫는 용-6


"너희 따위 개미들이야 백만명이 처들어와도 무섭지 않다!!!!"


"히이이익!"


"저..저놈 대체 언제까지 저러는것이냐! 이쪽은 2만명이라고!"


연인 장비의 포효는 그 자리의 모든 자들을 감탄하거나 두렵게 만드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움직였던 조조군의 전부가 모였음에도 약해지긴 커녕, 계속 변함없는 저 위세.


'저건 대체 뭐냐, 정말로 매복이 있는것이냐? 하지만 유비에게 그럴 병력이 남아있을리가...!


심지어 그 조조도 허와 실을 판별해낼 수 없었다.


'...관우와 마찬가지로 장비는 천하에 몇없는 최고의 맹장..!


"월 꾸물거리고 있는것이냐! 오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그리로 움직이 겠다!"


정말로 당장이라도 돌격할것 같은 저 목소리에 겁을 질린 장수도 있었다.


시간이 더 끌리기전에 결판을 내야한다고 생각한 장합은 조조에게 간언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조조.


"...저정도로 무모하다면 무언가가 필시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만 퇴각하자."


말 그대로 장익덕의 담력에 2만 호표기와 조조가 넘어가버린것이다.


장판파 위의 장비는 말 그대로 기뻐 당장이라도 그들을 추격해 베고싶 은 심정이였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 도망쳐라 이 겁쟁이들아! 으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동시간, 강하에서 관우를 만난 유기는 유비 일행이 처한 상황과 현재 형주의 판세에 대해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아니 그럼..양양이 조조 손에 넘어갔다는것입니까?"


관우의 적토마는 모두 다 알다시피 천리마였기에 그 혼자 먼저 도착하는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양양뿐만이 아니오, 이곳 강하를 제외하면 사실상 형주의 모두가 넘 죽 엎드린 셈이지!"


"크윽...아버님...관장군, 사실 저희도 강동과의 대치 때문에 당장 사용 가능한 전함이 몇척 없습니다."


관우는 노해 원월도의 끝부분으로 바닥을 한번 내리쳤다.


"뭐요!"


"진..진정하세요 장군, 숙부님과 제갈 군사 정도를 태우는덴 일도 아니 나, 백성들까지 전부 태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였습니다!"


"어찌 그리 형님을 모르오! 그러면 분명히 억지로라도 자리에 남을것 이 하늘같은 우리 형님이오!"


꽤나 답답한 상황에 적절한 조력자가 나타난다.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자! 관장군!"


서둘러 움직이던 유비와 조운등은 다행히도 선두에 있던 제갈량과 따 로 이동했던 진도, 관평, 유봉등과 합류했다.


"관평, 관우의 소식이나 유기의 군사는 아직인가?"


"죄송합니다 주공. 아직 어떠한 소식도 들려진 바가 없습니다..."


만에 하나 유종처럼 유기도 조조의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비의 머릿속은 새까맣게 잠겼다.


이 강변을 넘기만 하면 강하인데,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큰일이였다.


"형님! 형님!!!!!"


하지만 그 불안을 깨부수듯, 그때 장비와 20기 정도의 병사들도 군에 합류했다.


"둘째야! 어디 다친 구석은 없느냐! 혼자 조조군을 상대한다 할땐 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


*조조놈! 내 허장성세를 보고 놀라 달아났소! 이제 장판파까지 끊었으니, 조조도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꺼요!"


유비는 형제가 제대로 돌아와 정말 기쁜 심정이였지만 이내 다시 전처 럼 걱정 많은 표정이 되었다.


"...왜 그러죠?"


"장장군. 홀로 조조를 속여내신것은 엄청난 일이지만, 한가지 실수를 하셨습니다.


조조가 장판파가 끊어진것을 보았다면, 장군이 조조를 걱정했다는것을 눈치채겠죠. 그렇다면 매복 또한 없었다고 판단했을것입니다."


"...아. 하지만 다리가 끊어졌는데 무슨 수로..."


"장판파가 큰 다리도 아닌데, 새로운것 하나를 다시 세우는게 뭐가 어 렵겠습니까? 여차하면 전군을 끌고와 강을 메우는것 또한 가능할것입 니다."


앞에는 장강, 뒤에는 따라붙을 조조군까지 그야말로 배수진을 스스로 채워버린 상황이였다.


유비가 친히 쌍고검을 뽑고 말했다.


"진도, 조운! 병사들을 다시 무장시켜라! 조조와 여기서 사생결단을 내겠다!"


그러나 아까부터 계속 강 너머를 지켜보던 유봉이 소리쳤다.


"아버님 저기 보십쇼!"


전방의 수평선에서 이제 막 보이는 새로운 물체들. 깃발의 색을 보아하니, 때마침 강을 따라 전진하는 수많은 형주군의 함대들인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선봉의 대장선에선 갑판위에서 손을 흔들며 마중을 나온 관우와 유기 또한 있었다.


"숙부님 여기입니다!"


"형님! 이 아우가 왔습니다!"


유비뿐만 아니라 병사들과 장수들, 살아남은 백성들 또한 환호했다.


"선제께서 이 나를 돕는구나!"


양양으로 막 복귀한 조조는 혹여나 하여 뒤에 붙인 정찰병으로부터 장 판파의 소식을 들었다.


"...장비 하나와 20기뿐이였다고?"


"소인이 확인한 바로는 흙먼지는 말을 이용해 낸것이였습니다."


"수고했네..가보게."


무척이나 허탈해보이는 조조의 모습에 다른 자들은 지레 겁을 먹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폭발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탁자를 엎고 옆사람들이 귀가 찢어질정도로 울부짖었다.


"유비, 관우, 장비!!! 이 세 형제는 왜 내 앞에 무릎 꿇는법을 모르는가!


하후연! 장료와 서황 그리고 장합을 데리고 형주군을 포함한 양양성 의 전군을 이끌고 가 유비를 쫓아라! 한놈도 살려두지말아라!"


순유가 나름대로 죽음을 각오하며 진언했다.


"승상, 아마 유비의 이동 경로를 감안해본다면 유기와는 진작에 약조 를 한바가 있었을것입니다.


그러니 약조가 있었다면..유비를 맞아줄 선발 함대 또한 파견했을터, 더 이상 추격하여도 무의미할것입니다."


이번엔 서황이 직접 나서서 말했다.


"승상, 제게 군함과 병력을 맡겨주십쇼. 제가 직접 강하를 점령하고 오겠사옵니다!"


하지만 곧 이어 다른 전령이 도착하였다.


"승상! 전 악진 장군이 보내주신 전령입니다!"


"악진이? 무슨 일이길래 온게냐!"


"분명히 사신으로 보이는 자가 강하로 향해 수행원 몇명과 함께 나룻 배를 타고 가는것을 보았습니다!


동쪽에서 온것을 보아..강동의 손권이 파견한 사신일수도 있습니다!"


"강동이라..."


한껏 열받은 조조는 다시 차분하게 머릴 식히며 중얼거렸다.


"설마 이 상황에서... 손권..그저 애송이는 아니라는건가?"


한편 수많은 백성들을 무사히 구했음에도 배에 탄 유비는 기뻐하긴 커녕 매우 슬퍼보였다.


먼저 그것을 발견한 제갈량이 다가가 그의 심중을 알아보려고 한다.


"주공, 설마 배에 타지 못한 백성들을 생각하시는겁니까?"


"...그렇소 공명..살아남은것이 기쁘긴 하지만, 결국 오늘도 모두를 구하지 못했소."


"주공이 살아남지 않으셨습니까! 주공은 한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스 스로가 좀 더 존귀하신 분임을 인지하십쇼, 지금은 기뻐해도 됩니다..!"


두 사람이 서로 위로를 주고 받을때 눈치를 살피며 느린 걸음으로 갑 옷을 입은 유기가 다가왔다.


"저..숙부님. 실은 배에 다른 사신이 와 있습니다."


"사신이라니, 대체 누구인가?"


터벅터벅 유기에 뒤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 사신이라 불리는 자와 또 한명이 나타났다.


"저는 강동의 손씨 가문을 섬기는 노숙이라합니다. 이렇게 은인 유황숙을 직접 찾아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노숙공의 호위 무사 정보입니다." 

-손권군 원로 장수 정보-


유기와 대치하던 손권이 어째서 사자를 파견했는지는 유비는 알 수 없었다.


"반갑소 노숙공, 그나저나 어째서 날 은인이라 부르는거요?"


"소인은 원래 서주 출신이옵니다. 황숙께서 이전에 서주를 구원하신적이 있으시니, 황숙은 제 은인이시죠."


마찬가지로 제갈량 또한 서주 출신이였기에 노숙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들은바가 있었다.


"아..."


"그리고 그 은혜를 잊지 않아, 강하로 오기전 저도 제 주공께 몇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유비와 제갈량, 두 사람 모두 제안에 대해 얼핏 예상이 갔다.


"당분간은 저희 강동은 형주 토벌 작전을 전부 보류하도록 하고,


유황숙과의 동맹. 즉 손·유 연맹을 체결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적진을 꿰뚫는 용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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