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16)손유 동맹-2


-오-


노숙과 유비등이 서로간의 이야기와 토론을 하고 있는 사이 강동에도 서찰이 한장 도착했다.


사신의 손에서 손권으로 넘어간 서찰의 밀봉이 풀리고 그 내용이 처음엔 손권, 그 다음엔 다른 강동의 명사들에게 공개되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나라 승상 조조의 항복 요구서.


장황한 내용보단 최소한의 격식과 딱 필요한만큼의 내용이 있을 뿐이였지만 그만큼 함의된 바는 모두가 간단히 알 수 있었다.


"더 논의할 필요도 없습니다. 주공께서 속히 항복하시는 길이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강동의 이장, 장소-


그들의 미래가 걸린일이니만큼 당시 오에 있던 주요 인사들은 빠짐없이 소집되었다.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무례한 발언들을 올리시는겁니까!" 

-손권군 원로 장수 황개-


"주공! 선 주공들께서 피를 흘리며 세운 땅들입니다. 이대로 조조에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손권군 원로 장수 한당-


장소와 장광 형제를 필두로 한 항복파, 원로 장수들을 필두로 한 항전 파의 싸움에서 손권은 골머리를 앓았다.


'다른 군주들 같았다면 내 원하는 바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이곳은 피만이 아닌 강동의 유력자들과의 악수 까지 통해 세워진 땅,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히는건 감수했지만 하필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항복파의 대부분은 강동의 유력자, 즉 지방 호족들이였으며 장씨 형제 는 그들중에서도 우두머리로 속해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강해질게 뻔했다.


하지만 손권은 누구처럼 불합리한 타협 아래 평화를 만끽하기 싫었다.


원하는것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얻어내고, 내쳐야할것은 내친다. 손권은 그런 사람이였다.


"시끄럽소! 이곳은 조씨나 하후씨가 아닌 손씨의 땅! 강동은 손씨의 것임을 몇번이나 일깨워주어야 하는거요!"


"주공, 강동군은 채모의 형주군과는 다릅니다. 채모는 자신의 주인을 해치는 간악한 소인배지만 저희군은 모두 목숨걸고 손씨와 강동을 지 켜내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있는한, 조조는 계속 주공을 강동의 주인으로 인정할 수 밖에..."

-강동의 이장, 장굉-


항복을 주장하는 호족들의 입이 점차 늘어나자 이번엔 원로 장수와는 다른 젊은 혈기가 넘치는 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잘도 아시는구려! 우리가 이런 치욕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여태까지 목숨걸고 싸웠던것이 아니요!"

-손권의 검, 주태-


범을 연상시키는 포효에 힘없는 문관뿐만 아니라 같은 편인 원로 무장들 또한 놀랐다.


"말 잘했다. 주태! 역시 나의 충직한 심복이다!"


이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태 옆에 서 있던 장흠이 손권의 앞으로 나섰다.


"절대 저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함부로 조조에게 무릎을 꿇었던 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비성의 여포를 생각하십쇼! 그에게 싸울 의지가 남아있었더라면 죽 임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것입니다!" -주태의 전우 장흠-


"아니 장소님께서도 언급한거 아닙니까, 강동은 상황이 다르오!"


-강동의 효자 육적-


하지만 누가 말해도 서로의 목소리만 커져갈뿐, 상황 그 자체가 나아 지거나 손권과 몇몇 이들 외 누구도 이 살벌한 현장을 조율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날이 저물자 달아오를대로 오른 불장판은 너무나도 양측이 지쳤기에 항복 여부의 결정을 다음날로 미루기록 약속했다.


손권은 그날밤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어찌한다...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항복을 하기엔 너무 많은것을 희생하고 포기했다.


그러자니 무작정 항복을 반대하면 강동의 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르고...정말로 유비, 유기와 손을 잡는다고 조조를 이길 수는 있긴 한걸 까? 그 백만대군을?


제기랄...이정도로 큰 사항을 마음 넣고 털어놓으려면 노숙이 있어야 하는데, 감택과 제갈근으론 영 마음이 놓이지 않고.."


홀로 중얼거리며 고민하던 사이 노숙의 전령으로 막 강동으로 돌아온 정보가 나타났다.


"정보 장군, 손유동맹은 잘 해결된거요? 노숙은... 이럴때 가장 필요한 노숙은 어디 있소?"


"예, 노숙님의 예상대로 동맹 자체는 일말의 문제없이 체결되었습니다. 다만 형주의 문제 때문에 강하에서 정보를 더 수집하고 돌아온다 고 합니다.


...그런데 오는중 들은바로는 조조군이 공격해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늙은 정보의 걱정많은 낯을 손권은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네..때문에 지금 강동은 두쪽으로 쪼개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나름 원로 장수중 머리가 돌아갔던 정보였기에 다른 말 없이도 이해가 가능하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주공, 노숙님이 절 보내시기 전에 한가지 조언해주신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요?"


노숙은 없었지만 그가 남겨주는 말은 틀린적이 없기에 실낫같은 희망과 같았다.


"조조는 이미 강동 평정을 마음속에 둔채 원정을 떠났을 확률이 높으니, 만약 강하의 수비 의지가 견고하다면 우리가 유비를 지원하기 전에 강동을 평정하려 할것이라 했습니다."


그의 말이 적중했음은 이전의 상황들 덕분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또, 만약 강동 내부에서도 조조에게 항복하라는 의견이 드세다면..그 땐 친히 파양의 주유와 그의 군대를 부르라고..."


그러고보니 강동 내부의 사정 때문에 새까맣게 잊힌 인물이 하나 더 있었다.


"아! 주공근! 왜 내가 그를 여태까지 잊고 있었는가!"


하지만 정보의 얼굴은 손권과는 달리 여전히 불편해보였다.


"주공...아무리 노숙공의 말이라도 주유를 믿을 수 있습니까? 새파랗게 어린 그는 지난번 하구의 황조를 이겨내는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조조입니다. 그것도 그 수는 백만대군에 달하겠죠..."


그의 진심어린 조언에도 손권은 이미 마음을 다 잡았다.


"형님이 돌아가실때 내게 분명히 말했소. 안의 일은 장소에게, 바깥의 일은 주공근에게 말하라고.


정보 장군, 나는 분명히 공근을 데려오겠다고 말하겠소. 그런데 지금 나를 말리는건 나와 형님 두명의 손씨를 농락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하오."


손권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정보 또한 선주공들에게 못지 않은 그의 패기에 감탄해 무릎을 꿇고 뜻 마저 굽혔다.


"예! 강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충성하겠습니다!"


한편 조조의 행방 따위 안중에 없었던 다른 이들은 파양에서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는데만 전념했고 결국 막 승리하였다.


달이 아주 밝은날, 능통의 수하들이 파양 반란의 주동자들을 포박해 장수들앞으로 내놓고 능통이 직접 주유에게 그들의 죄를 낱낱이 밝히고 있었다.


"주 장군, 수하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이 민가에..."


"볼것도 없네. 전부 참해라!"


적들을 모두 형장으로 보냈지만, 그들은 승리를 만끽할 틈도 없이 재빠르게 행장을 꾸려야만했다.


강동에 가서 조조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했지만, 노숙의 손유동맹도 성공해야 했기에 여몽은 근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스승님. 과연 노숙님이 성공하셨을까요? 만약 강하마저도 조조의 손에 넘어간다면..."


"예전의 너같은 소리 마라 여몽. 노숙이 정말로 외교 하나 성공하지 못할것 같으냐?


이 주유가 가지지 못한 모든것을 가진 남자야말로 노숙이거늘 니까짓 게 감히 그를 의심해!"


예상외의 주유의 반응에 여몽이 주춤해졌다.


"예..옙! 죄송합니다!"


갑판 선두 위에 서 있던 육손이 어둠 사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두사람 에게로 다가간다.


"전방에 이쪽으로 오는 배가 한척 보이는데 주공이 보낸것 같습니다."


"주공이?"


"어서 파양에서 저희가 돌아오길 재촉하는듯한데.. 우선 뱃사람부터 만나보시죠."


육손의 예상대로 손권의 부름을 받고 찾아온 감택은 손권이 직접 쓴 서신을 주유에게 넘겨주며 그들에게 강동 내부의 사정을 일일이 조리있게 설명해주었다.


"저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건 주유님밖에..." 

-감택-


"잘 알겠소 감택공. 여기까지 오시는데 수고 많았소. 뒤는 제게 맡기십쇼. 아 그리고 혹시..."


주유 본인이 직접 몇가지 사실을 확인한 후, 그의 군대는 그대로 전속력으로 진격해 하구를 거쳐 오로 단숨에 진입했다.


밤새 달려와 새벽에 손권과 만날때쯤 이야기를 들었다싶이 같이 있는 노숙과도 마주쳤다.


"공근!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네만 자네도 역시 무사했었군!"


"노숙 공!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그리고 또 한명도...노숙의 뒤에서 자연스레 나타났다.


"주유 장군, 소인 제갈량은 굳이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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