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18) 주유와 조조


손권의 완강한 항전 의지는 그대로 양양의 조조에게 들려갔다.


당연히 항복할것이라는 유엽과 정욱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두 사람은 즉각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조조는 그것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됐네. 어차피 그렇게 기대도 하지 않은 부분일세, 어디 천하통일이 그리 쉽겠나?"


즉후 확정된 강동 정벌을 위해 장수들을 불러 모아 이쪽도 고지를 했다.


"하후연, 강릉의 조인에게 지원을 받아 이번 강동 정벌의 보급대를 맡아라."


"네!"


"조순은 호표기 부대를 지휘하여 양양성을 통제해라.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내게 연락을 취하고."


"알겠습니다."


후방 담당은 정해졌으니 이제 이번 최대의 관건인 수군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문빙. 현재 형주의 수군은 어떤가?"


"예 승상, 함대와 병력은 하구와 강하때문에 손실이 있었지만 최소 기존의 7할 가까이는 바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옛 형주군 장수 문빙-


문빙은 뼛속까지 유표의 수하지만 채모 때문에 의지와는 무관되게 조조군으로 출사했다.


하지만 조조는 그간의 실적등을 조사한 결과 수군 지휘력을 황조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 평가해 그를 수군 부도독으로 임명해 적극적으로 기용하려 한다.


"아주 좋군, 그렇다면 다들 아군의 도하 지점은 어디가 제일 낫겠다고 보는가?"


채모도 문빙에게 질세라 스스로 나섰다.


"승상, 소장의 견해로는 적벽이라는 곳이 도하하기에 안성맞춤일것 같습니다."


"적벽?"


"네, 단순히 평면적인 지도로만 봐선 납득이 안 가실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담지 못하는 해류를 파악해볼때 백만 대군이 이동할 여건이 충분합니다."


"그런가...적벽 외의 다른곳들은 대군을 이동시킬 해류가 마땅히 없는건가?"


"그렇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수군을 이동시키기 위해선 적벽으로 도하해야합니다."


백만이라는 대군과 적절한 도하 장소까지 일이 잘 풀리고 있음은 틀림 없었다. 허나 서황과 장합이 추가적으로 나서서 간언했다.


"승상, 도하할 곳이 마련된것은 좋으나 강동의 현지인인 장수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장장군의 말대로 상대가 충분히 예측할만한 곳이라면 한꺼번에 전군을 몰고 가는것은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군사를 나누어 강동의 수군을 적벽에 묶고 친히 승상이 강하를 정벌하심은 어떨까요?"


장합의 대안은 나쁘지 않았다. 적벽을 공략하는 사이 후방의 가까운 강하에 위치한 유비와 유기가 공격하면 그것대로 위험했다.


"흠..."


조조는 이 문제에 대해 꽤나 심도있게 고민했지만..


"악진, 형주 수군 3만을 앞세워 강하의 강변 앞에 대기해라."


"예."

-악진-


결론적으론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장합이 억울하다는듯 호소했다.


"승상 어째서입니까? 강하의 전력은 크지 않습니다. 먼저 선제 공격을 하신다면..."


"그 말도 분명 일리가 있네. 하지만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강하의 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우리 쪽에서 적당히 적을 묶어놓은 다음에 손권군을 격파한다면 그때 서야 천천히 강하를 공략하면 되는거야!"


지금 조조의 모습에서 익숙한 모습을 본 장합은 제 사정대로 근심이 있었다.


'한때 원본초도 관도에서 장기전을 포기하고 무리하게 단기전을 펼치 다가 큰 화를 입었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것인가?'


"모두 출정 준비를 해라, 적벽으로 간다!"


백만 대군을 위한 북소리는 형주를 넘어 강동까지 진동시킬 기세였다.


한편 주유는 그보다도 먼저 조조군의 경로를 예측해 이제 막 적벽에 도착해있었다.


강동의 대군이 진을 치고 장강 하나를 두어 조조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육손, 적벽이 왜 적벽이라 불리는지 아는가?"


"네, 대도독. 이곳에 있는 가파른 절벽들과 빠른 해류가 특이한 조화를 내며 빛을 반사해 절벽을 붉은색으로 보이게 하여 적벽이죠."


"그래, 지형의 특이점 때문에 유독 적벽의 해류는 가파르지. 그 덕분에 적벽이 아니라면 조조군의 대군은 적벽이 아니면 도하조차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제대로 된 수군은 옛 형주군밖에 없으니 방어 또한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확연히 다르죠. 방어만 해서 이길 수 있는 전투가 아닙니다."


이번엔 여몽이 주유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여몽? 벌써 진지가 구축된건가?"


"아닙니다 스승님, 조조군에서 사신이 아닌 달랑 편지 한통만을 보냈습니다."


여몽이 건넨 밀봉된 편지 한장을 주유가 받고 열어 그 내용을 셋이서 같이 확인해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나라 승상 조조가 보내노라..? 흥, 웃기지도 않는군"


주유는 첫문장을 읽자마자 콧웃음부터 치며 서신을 다시 접었다.


"내용을 확인하지도 못했는데.. 괜찮으신겁니까 대도독?"


"육손, 여몽. 전군에 전해라. 내가 직접 선봉에 설테니 전함으로 이동중일 조조군을 영격한다고!"


양양에서 적벽으로 곧장 진격하던 백만대군의 수군은 적벽의 붉은 절벽이 보이는 지점까지 도착했었다.


조조는 아예 들뜬 마음에 대장선 갑판위로 직접 올라 강동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였다.


"벌써 거병을 한지 어언 20년이 넘어갔다. 드디어 이번에야말로..."


"승상! 선두의 아군이 강동군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전보입니다! 강동의 대도독 주유가 직접 최전선으로 나왔습니다!"


찬물을 끼얹는다는 말에 딱 맞게 들어온 소식이였다.


"선두엔 채모를 비롯한 형주군이 있을텐데...장료! 자네가 중군의 함선 들을 30척 이끌고 지원해라!"


주유와 조조, 세기의 천재들간의 첫대결.


"적은 우리에 비해 확연히 열세다! 지리적, 선공의 이점만을 믿고 저리 날뛰는 것이니 당황하지 말고 배운대로만 하면 된다!"

 -옛 형주군 장수, 수군 부도독 장윤-


장윤과 함께 선봉을 맡았던 수군 도독 채모도 주유 함대의 기동력에 선봉대의 힘이 빠지고 있는것을 눈치챘다.


"적은 우리의 대열이 흐트러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절대 명령없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대열을 유지해라!"


두 사람의 지휘도 분명히 능숙했으나 사방을 살핌과 동시에 일괄적으로 복잡한 지시들을 내리는 주유의 지휘는 그 이상이였다.


"제 4,5,6 함선이 빠졌다! 동습! 준비된 함선들을 이끌고 돌격해라!"


"우리 차례다! 가자!"


"제 9함선! 적의 함선과 너무 근접해있다! 당장 후진해 화살을 쏘며 거리를 두어라!"


떨어지지 않는 적의 기동력 앞에 형주군의 대열은 점점 유지되기 힘든 양상을 보였다.


"채 도독! 적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분란해 아군이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모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주먹으로 기둥을 세게 쳤다.


"제기랄...! 주유 네 이놈....!"


장료의 지원군 빠르게 또한 진군하고 있었으나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왜 이리 속도가 나지 않는것이냐! 더 빨리 움직여라! 어서!"


방금까지만해도 천리마처럼 움직이던 병사들의 상태가 금새 나빠져 멀미를 하며 제 몸 가누기도 힘들어졌다.


장료의 부장 신분으로 있었던 아들 장호도 이를 지적했다.


"아버지! 지금 아군의 대부분은 수전과 거리가 먼 북방 출신들입니다! 지금 상황대로면 억지로도 제 시간 내에 맞춰가기 힘듭니다!"

-장료의 아들 장호-


"그래도 여기서 후퇴할 순 없다! 선봉의 정예 수군이 큰 피해를 입는다 면 이번 정벌은 첫단추부터 문제가 된다!"


지원군은 오지 않고, 선발대의 정신력은 주유의 현란한 지휘앞에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 채모와 장윤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


"강동의 진무가 왔다! 역적들은 어서 목을 내놔라!"

 -강동의 장수 진무-


"여기 주연도 있다! 살고 싶은 자들은 어서 항복해라!" -강동의 장수 주연-


속속히 숨통을 조여오는 강동군 때문에 그들은 결단을 내려야만했다.


"장윤! 징을 울려라! 어서 퇴각한다!"


전장속에서 징소리가 들리자 남은 조조군은 꽁무니 빠지게 후진하여 그들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했다.


"하하하하! 스승님! 저기 보시죠! 꼴사납던 채모가 드디어 후퇴합니다!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당장 그들을 쫓아 목을 베겠습니다!"


"아니다 여몽. 아군도 지나치게 기동력을 유지하느라 많이 지쳤다. 저들은 고작 선발대이니 더 이상 쫓을 필요는 없어!"


이렇게 적벽에서의 첫전투는 완전히 주유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적벽의 강동군을 공격하려했던 조조는 전략을 바꾸고 그들도 똑같이 물러난 틈을 타 강동군의 진지 너머 강변에 배를 세우고 진지를 세웠다.


그리고는 말끔히 패배해버린 채모와 장윤등을 문책했다.


"도대체 왜 패배했단 말인가! 우리 수가 저들보다 몇배는 많은데!"


"형주군의 수군만으로는 저들의 혼신을 다한 방어선을 돌파하기 쉽지 않습니다."


"채 도독의 말이 맞습니다. 다른 북방에서 온 병사들을 차차 훈련시켜 수전에도 익숙하게 하는것이 싸움의 관건이 될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넙죽 엎드리며 같은말로 빌었다.


"믿어주십쇼 승상! 시간만 주신다면 반드시 해내보이겠습니다!"


"..수군에 대한 권한은 그대들에게 있다. 그러니 만일 실패한다면 응당 그 책임 또한 져야만할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그와중 노숙과 함께 처음와보는 적벽의 지형을 탐색하다가 우연히 그들의 전투를 본 제갈량은 이를 무척 흥미로워했다.


"주 대도독은 역시 대단하군요. 강동군이 우세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정도일줄이야..."


노숙도 제갈량의 칭찬에 매우 동의했다.


"우리 공근이 다른건 몰라도 싸움 하나만큼은 조조보다 더 잘한다고 나는 믿소."


제갈량 또한 같은 마음이였으나 노숙과는 다른 생각을 했다.


'주공근...정말 대단한 자로다. 언젠간 분명히 강적이 될게 분명해.'


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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