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영웅들의 시대


19) 제갈량과 주유


주유의 활약 덕분에 전쟁 초반부터 조조군의 위세는 크게 꺾이였다.


수전에서의 뼈아픈 패배 덕분에 조조군이 당장은 장강을 건너 처들어 오지 못하는 틈을 타 송겸이 주유에게 제안을 했다.


"조조군의 기세가 한 차례 꺾였습니다. 이 틈을 타 아군이 파상 공격을 진행한다면 조조도 피해가 클테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퇴각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주유는 큰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추가적인 공세를 가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기세가 꺾였다는 부분에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조조의 백만대군과 아군 전력의 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단순히 기세만을 믿고 싸우기엔 전세가 너무 불리하다. 상대는 형주마저도 잔여 병력이 남아있는 한편, 아군의 병력은 거의 강동 대부분. 저들의 피해를 우리의 피해라고 동일시 여겨서는 안된다."


그러니 같은 막사에서 회의를 하던 장수들중 주연이 나섰다.


"대도독, 혹시 장기전을 염두해시는겁니까? 조조군이 강동의 폭염을 견디지 못할것은 자명하나..."


"장기전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당장은 공격해선 안된다. 이건 차분히... 차분히 시간을 두면서 한수 한수를 신중히 둬야 이길 수 있는 전쟁이다."


주연 다음으론 주유의 의견을 어느정도 파악한 태사자가 다른 조언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관건은 조조군의 수군 전력을 약화시키는것이겠군요!


대도독, 제게 별동대를 편성해주십쇼. 후방에 있을 적의 보급선을 공격해 조조로 하여금 숙련된 형주 수군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좋은 생각이군! 채모는 현재 수군 훈련을 총괄적으로 도맡고 있을테니 분명히 눈엣가시인 문빙이 빠지겠지!"


그렇게 태사자와 그의 별동대가 발빠르게 움직여 쾌선들만으로 엉성한 방비의 보급함들을 공격하니, 육지 기동전에 특화된 능력자인 하후연도 직접 검을 들며 적들을 상대해야했다.


"배를 오른 적들은 최대한 상대하지말고 한곳으로 몰아라! 여기서 패할 수는 없다."


그도 충분히 분전했지만 작정하고 덤벼든 강동군 앞에선 중과부적임을 깨닫고 적벽의 본대에게 지원군을 요청한다.


"상대가 보급을 노리니 우리쪽에서도 정예 수군을 뺄 수 밖에 없겠구나. 문빙, 일부 형주 수군의 지휘권을 양도할테니 어서 가서 하후연을 지원해라!"


"알겠습니다 승상. 최대한 빨리 도착하도록 하겠습니다."


강동군의 저항이 생각이상으로 강하자 유엽은 노심초사 간언했다.


"승상, 아군이 적군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것 같습니다. 잠시 조인 장군이 있는 강릉으로 후퇴하는건 어떨까요?"


"나는 수많은 전장에 가봐서 아네. 이때는 먼저 발을 빼는쪽이 영원히 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 채모와 장윤에게 알려라! 수군 훈련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고!"


얼핏보면 전장이 길고 긴 장기전의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세는 당장이라도 주유와 조조의 기세는 물과 기름이 만나기 전과 다름 없었다.


그리고 이는 제갈량이 원하던 바와 일맥상통했다.


'이번 전쟁에서 조조는 너무 성급히 적벽을 공격했어. 시작부터 보급로가 끊길 위기에 처하다니, 보급대에게 형주 수군을 지원했으면 같은 수는 통하지 않을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해.


주유는 지금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있어, 조조를 상대로 초반부터 이 런 우세를 잡는것은 쉽지 않다. 기회가 될때 조조군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줘야..!'


제갈량이 약 3일에 걸쳐 노숙과 함께 끝내고 주유의 막사로 오자 그가 크게 반겨주는것을 알아챘다.


"제갈 군사, 처음부터 낯선 지역을 돌아다니느라고 고생 많았소."


"하하..아닙니다 대도독, 고지에서 장군의 전투를 감상할 수 있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주유는 탐스럽게 제갈량의 부채를 스윽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


"좋은 부채 같구려. 내가 한번 다뤄봐도 되겠소?"


제갈량도 별말 없이 부채를 넘겨 주었다.

"멋지군...나도 하나 줄 수는 없는거요?"


"대도독, 천하에 하나밖에 없는 부채입니다. 우리 주공께서 대업을 이루신다면 장군에게도 같은 부채를 하나 마련해드리겠습니다."


"대업이라..."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무더워지는 날씨에 주유는 직접 투구를 벗고 시원하게 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대업이니 생각난것인데, 강하의 유황숙께서도 슬슬 나서주는것은 어떻겠소?"


같이 왔던 노숙도 또 신경전이 벌어질까봐 한껏 긴장했다.


"대도독, 동맹이라고는 하나 유황숙의 군대는 아직 재정비가 필요할 시기요."


"됐습니다 노숙공. 대도독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죠."


충분히 부채를 쓴 주유는 원 주인에게 그것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강하의 군대도 옛 형주 수군이오. 수전에도 확실히 능할테니, 강릉 강 변을 지키고 있을터인 조인의 수군을 공격해주는것은 어떠오?"


뻔히 보이는 주유의 의도에 노숙이 이를 말렸다.


"..유황숙과 우리 강동은 엄연히 서로를 돕는 동맹관계요, 무리하게 강릉의 수군을 공격하다가 강하가 무너진다면 조조가 강동을 치는데 훨 씬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텐데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하는게요?"


"조인은 배가 아니라 강릉에 있소, 게다가 현재는 수전에 유능했던 장수들이 전부 이 적벽에 모였으니 고작 수군 함대만 전멸시키는것은 어렵지 않을꺼요."


"네, 대도독께선 조조와의 정면전이 두려운것일테니까요"


그는 저번처럼 주유의 역린을 알면서 건드렸다.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사납게 날뛰지만, 동시에 자제력도 잃는다.


"...뭐라고?"


"조인, 조조와는 제대로 된 정면전을 승부 볼 수 없으니 고양이 손이라 도 빌리려는 것이 아닙니까?"


노숙도 제갈량의 대답에 감탄했다.


"대도독 못치 않게 군사도 대단하군요."


순간적으로 여유가 있던 주유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곧바로 다시 표정을 풀었다.


"그냥 해본 소리요. 사실 방금 강하로 보낸 정찰병에게 들어본 소식이 지만 강하의 수군과 조조의 장수 악진의 수군이 완전 대치 상황이라고 하오.


그러니 무리하게 강릉을 공격할 필요는 없어지게 되는 셈이지, 허나..."


"다른 부탁이라도 있으시군요?"


주유는 이번에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훗, 아닙니다. 제갈 군사가 해낼지 의구심이 들어서 말입니다."


"망설이지 마시죠 대도독, 군령장도 쓰겠습니다."


여기서 들어가는 제갈량의 강수.


노숙은 이제 두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것은 반쯤 포기했다.


"...이곳 적벽에서 한달안에 화살 10만개를 마련해다줄 수 있소?"


"병사는 어느정도까지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조조군 때문에 많이는 빌려줄 수 없소, 천여명까지."


제갈량은 더도말고 정말로 그 상황에서 웃었다.


"충분합니다. 31일, 그정도라면 화살 10만개를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마침내 조조와 주유의 대국뿐만이 아닌 제갈량과 주유의 첫 대국 또한 막 시작되던 역사적인 순간이였다.


십만화시를 모으기로 한지 일주일 후, 적벽에 위치한 조조군 본대는 속도는 더디지만 차근차근 수전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초반의 우세는 주유가 점하고 있었지만 백만대군이라는 위용때문에 조조도 주유가 위치하고 있는 고지로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강동의 장수들도 이를 가만히 앉아서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


저번처럼 주연은 아직도 선제 공격에 대한 미련을 크게 버리지 못한듯 하였다.


"적의 병사들이 수전에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완숙 단계가 아닙니다. 제게 결사대를 맡겨주신다면 조조군을 전복시킬 수는 없으나 진영을 혼란하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때 대도독께서 조조군을 향해 총공세를 퍼부으십쇼!"


"주연 자네..."


주유 입장에선 한편으론 그가 미련해보였으나 또 한편으론 그의 의지를 높게 샀다.


"잘들어라, 이미 잘 알고 있는것 같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네는 뒤이을 조조군의 역공세에 목숨을 잃고 말걸세."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각오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 원칙과는 철저히 위배되는 바다. 나는 이번 전쟁에서 단 한명의 강동의 장수도 잃지 않을것이다. 이게 바로 나의 각오다!"


"하...하지만 상대는 백만 대군입니다!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고는 절대로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걱정말게, 나는 강동의 주유다! 그 무엇도 나를 쉽게 해칠수는 없어!"


주유의 자신감은 정말 대단했다, 절대로 자신의 패배를 계산하지 않 는 그런것이야말로 주유만이 낼법한 생각이였다.


"...슬슬 올때가 됐는데..."


수군 훈련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조조는 몹시 기쁜 마음에 아예 적벽에 대한 시를 짓고 있었다.


'길어도 2달 안...그쯤되면 충분히 완숙된 수군이 양성된다. 이 천하무적 조조님의 백만대군이 바다에서도 천하무쌍이 되겠지!'


그렇게 온정신을 팔며 시를 쓰다가 죽간에 땀방울들이 옹기종기 묻히자 지금이 무더운 여름임을 깨달았다.


"아...덥구나...정욱! 정욱! 유엽?! 어디있나?!"


혹시 몰라 군영을 순찰하러간 그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 또한 감지해 막사를 나가 허저를 불러 그와 함께 군영을 순찰하러 갔다.


예상대로 유엽과 정욱 모두 군영에 있었지만 그들만이 그곳에 있었던것은 아니였다.


찢은 옷소매를 가지고 얼굴을 가리던 두 사람이 허저와 조조에게 더 이상의 접근을 막았다.


"어서 도망치십쇼 승상!"


정욱의 등뒤로 상의를 벗은채 온몸에 반점이 나있고 신음 소리를 내 며 바닥에 누워서 고통받는 병사들이 보였다.


"날씨 때문에 군영에 전염병이 창궐하였습니다! 피하십쇼!"


다행히도 유엽의 몸에는 반점같은것이 나있지 않아 보여 다행이였다.


강남 지역의 무더위는 북방의 한족은 상상도 못할 수준이였는데, 조조가 그것을 몸으로 느끼자 더웠던 그의 몸은 순간 오한이 들었다.


"아...안돼...아직 2달이...!"


강하의 유비군과 대칭하던 악진에게도 별반 다른 상황이 아니였다.


"젠장...쪄 죽을것 같이 더운데다가 다들 물위가 익숙하지 않아 멀미가 장난 아니군. 승상의 명 없이 후퇴를 할 수도 없고.."


"악진 장군! 적의 수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전원 전투 준비! 진형을 제대로 갖추어 적을 물리쳐라!"


하지만 악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육전에서 강한 3만명이라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면 제대로 된 전투조차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군다나 상대마저도 악진의 편을 들어주기엔 너무 강했다.


관우, 장비, 조운. 유비군의 으뜸인 세 장수가 갑판위에 나란히 서 이미 수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배들을 몰아 돌격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그 관우님이 있다! 어서 가서 조조군의 개들을 무찌르자!"

-옛 형주군 장수 유반-


"이 연인 장비의 장팔사모를 받아라!"


유비군이 별다른 전술없는 배위 백병전만을 고집하려했는데도 악진은 분전하기 힘들었다.


"하아아아앗!"


이판사판으로 악진 본인도 창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나갔지만 전황을 뒤집기에는 그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의 언월도 때문에라도 불가능했다.


"악진! 이 관운장이 네놈의 목을 가져가겠다!"


투신 관우의 등장과 검격 하나하나가 전세를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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