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논리학 언어철학 수학 교수님들 다 모여서 공동번역했고 저자인 닐 부부 자체가 저명한 논리학자들임.


이름은 논리학의 역사지만 전반적인 수학의 역사나 논증 그자체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거고, 인문계 학생들보단 오히려 이공계 학생들한테 더 알맞을 수도 있는 과학책이라고 봐도 무방할지도?


1권은 아리스토텔레스~근대 논리학인데, 아리스토텔레스 오르가논이 한역이 토피카만 돼있던가? 그럴텐데 삼단논법이랑 수사학 내용들 알차게 해석해놨음. 원전 자체가 번역이 안돼있는 상황에서 몇 안되는 주해라는게 의미가 큼. 중세 논리학도 아마 국내 서적들에서는 유일하게 담겨있는 책이라고 알고있음. 논리학 자체가 필수적이지만 비인기 과목인데다 번역상 난해함도 꽤 있거든. 벤슨 메이츠의 기호논리학에서도 논리학사가 개괄수준으로 나와있기는 해도 몇장 안되는거라...


에티엔느 질송의 중세철학사는 신학 측면의 책이라 아무래도 논증부분은 부동자같은게 아니면 많이 생략돼서 이쪽이 더 나음. 페리오 바바라 켈라렌트 펠랍톤같은 삼단논법의 형식들이 이때 많이 정리가 돼서 이쪽이 궁금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임


이후에 라이프니츠 대수랑 귀납논증같은 근대적 수학·과학의 발전이 논리학의 관점에서 조명돼있는데 수학철학을 하려면 근간인 라이프니츠와 칸트의 수학, 논리학을 알아야 해서 중요함. 존 스튜어트 밀 같은건 언어철학에서도 중요하고


2권이 흔히 하는 근대논리학인데 퍼스, 불, 드모르간같이 초기 논리학자들의 대수논리학이 간단하게 소개가 돼있음. 불 대수같은건 컴공이나 수학자라면 당연히 알아야할 그런 내용이니 더욱 중요하고, 삼단논법에 의존하던 전통논리가 수학이랑 결합하면서 대수적 체계를 갖추는 부분이 정말 흥미로움


이 다음이 현대논리학의 시작인 프레게인데, 개념표기법(Begriffshrift)의 내용과 해석까지 소개가 돼있음. 수학사에 관심있으면 알만한 힐베르트 프로그램과 빌헬름 아커만, 직관주의 논리도 자세하게 서술되어있고, 괴델의 완전성·불완전성 정리가 자세하게 나와있으니까 이런 부분에 관심있으면 유용할거임.


불완전성 정리가 처음 보면 괴델수 매기기부터 머리아픈데 여긴 잘 써놨더라고. 모리스 클라인은 내가 잘 안읽어봐서 모르겠고, 벤 샤피로는 역자가 수교과출신 초짜라 번역이 형편없는데 이 책은 좀 다르긴 함. 수학사 알기에도 좋을듯?


그 뒤에 있는 러셀의 명제논리 정립과 기호 사용은 너무도 중요한 내용이고, 루카셰비치의 3치 논리랑 루이스의 양상 논리도 표를 통해서 알기 쉽게 나와있음.


다치나 양상, 직관주의같은 비고전 논리는 국내에서 만나보기 참 어려움. 양상논리는 그나마 '가능성'이라는 부분에서 몇개 책이 나와있는데, 다치논리는 내가 알기로는 아마 없을거고 퍼지논리랑 직관주의 논리 정도가『논리철학』,『논리와 구조』라는 책에 나와있음. 


그런데 이건... 저자가 작심하고 낸거라서 접근성이 영 떨어짐. 전자의 책이면 학부수준으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데 후자는 수리논리학 듣고 석사수준은 해야 이해가 갈 정도? 적어도 내가 소개한 책중에서 가장 어려울거임


솔직히 책 내용이 쉽다고는 못하겠음. 1권이면 삼단논법과 근대로 한정돼서 좀 나을텐데 2권은 수학이 좀 받쳐주거나 배경지식이 있어야 수월하게 들어갈거 같음. 그래도 논리학사를 다룬 유일한 역본이라는 거에서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