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행성은 서로의 비참한 운명에 얽혀있고, 아마노이와토에는 죽은 노래가 흩어져 있다.

그 노래는 시작과 끝이 없고, 흔적조차 없다. 그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적도 귀에 들어간 적도 없다. 가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타카마가하라는 아득하네. 마치 이즈모처럼. 그곳은 원래 모든 것이 조화로운 극락정토.

하늘과 땅이 변하고, 검은 태양이 일으킨 조수는 마치 밀어닥치는 신들처럼 거세구나.

팔백만 재앙신이 나타나 무자비한 도륙을 행하다가, 도리어 무상의 권능을 빼앗길 것이라 어찌 예측했겠는가?

이즈모국은 7만 33자루의 검을 부러트려 열두 호세조도(護世詔刀)를 만들었다네.

첫 번째는 「마코토(真)」. 「츠무가리노카미(都牟刈神)」를 베어 만든 것으로, 인간이 법리를 살피고, 만물을 분석해 기적을 재현하도록 한다.

두 번째는 「텐(天)」. 「아메노토코타치노미코토(天常立尊)」를 베어 만든 것으로, 높은 하늘을 담벼락으로 만들어 재앙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세 번째는 「메이(鳴)」. 「타케미카즈치노카미(建御雷神)」를 베어 만든 것으로, 번개로 하늘을 가르고, 유성처럼 빠르게 천벌을 내린다.

네 번째는 「아라시(嵐)」. 「시나츠히코(志那都彦)」를 베어 만든 것으로, 맹렬한 바람으로 대지를 부수며, 그치지 않는 거센 비바람을 일으킨다.

다섯 번째는 「소우(霜)」. 「아메노후유키누(天之冬衣)」를 베어 만든 것으로, 시간의 순서를 얼리고, 끝없이 얼어붙은 땅으로 순간을 영원히 만든다.

여섯 번째는 「이노치(命)」. 「이와나가히메(石長比売)」를 베어 만든 것으로, 황폐한 무덤에 꽃을 피우고, 생과 사가 끝없이 맴돈다.

일곱 번째는 「레츠(烈)」. 「카구츠치노미코토(迦具土命)」를 베어 만든 것으로, 화염으로 속세를 불태우고, 타오르는 불꽃은 들판을 태운다.

여덟 번째는 「카쿠(覚)」. 「야고코로오모이카네(八意思兼)」를 베어 만든 것으로, 수경에 비친 지난날로 앞날을 보고, 오랜 세월을 바라본다.

아홉 번째는 「이시즈에(礎)」. 「오오야마츠미(大山津見)」를 베어 만든 것으로, 열도를 하늘에 걸고, 땅을 가른다.

열 번째는 「센(千)」. 「오오나무치노미코토(大己貴命)」를 베어 만든 것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무수한 그림자의 물결을 이룬다.

열한 번째는 「소쿠(束)」. 「쿠나토노카미(久那止神)」를 베어 만든 것으로, 갈림길을 묶어 악령과 악을 없앤다.

열두 번째는 「쇼쿠(喰)」. 「야소마가츠(八十枉津)」를 베어 만든 것으로, 세속을 부패시키고, 신귀의 분간을 어렵게 하며, 사혼(四魂)을 둘로 가른다.

그 후 유세(幽世)는 일소하고, 치열한 싸움은 막을 내리고, 열두 자루의 차가운 빛이 모두 부서졌다.

남은 황혼(荒魂)의 기세가 울려 퍼지고, 검은 태양이 환하게 빛나자 마침내 세상을 짊어질 칼 두 자루가 탄생했다.

하나는 「하지마리(始)」, 또 하나는 「오와리(終)」. 사람으로 시작해 귀(鬼)로 끝났다.

끊어진 소리는 그치고, 떨어진 꽃은 시든다. 패자는 무(無)로 돌아가고, 승자는… 공(空)이 된다.

절뚝거리는 승려는 곡조가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신의 힘을 지닌 자들은 신으로 타락한다.

태양이 지켜보는 곳에서, 한때「이즈모」라는 이름이었던 땅에는 인간, 신, 귀(鬼)…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어 CV:

「백발귀」——윤용식

후에 「아케론」이라 불리는 소녀——박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