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한 마리가 담을 어슬렁 거린다.
비, 비가 와서 그런가..
검은 털, 검은 눈, 그 위에 서린 나의 모습.
결국 내 눈동자 속에 자신을 더 이상 넣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모두가 싫어하는 고양이, 안고 싶었다.
나는 우비를 찾았다.
나, 설마, 그 고양이에게만큼은 포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 어디에 서 있는 거지?
시계, 5시를 가리켰다.
좋아, 내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그 때, 고양이가 내 모습을 보고 도망치지 않는다.
그래, 그런 거야.
그런 상태로 존립되는 거야.
도둑은 그렇게 생각하고 담을 올랐다.
이윽고 화승총에 맞고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