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달이 하늘을 가득 채운 밤이었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한 사내는 어디론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달빛을 길잡이로 삼아, 그는 다만 하염없이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절벽의 끝에 다다른 그는 거대한 달을 앞에 두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펴 땅바닥을 짚고,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회색 망령이요, 들리는 것은 그 유령들의 노랫소리였다. 그들의 비명과,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낙엽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기묘한 멜로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는 몇 차례의 기침으로 목구멍에 들끓어오는 가래들을 게워내고는, 다시 그 노랫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다시 보니 그가 보고 있던 것은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황금빛 태양 아래 사람들은 분홍빛 케이크를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고, 서로를 향해 웃음지을 뿐이었다. 그는 그 행복한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새털처럼 하얀 마시멜로에 손을 뻗었지만 그 달콤한 구름은 계속 그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행복감을 망치려 드는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그 불한당은 천한 누더기를 입은 채, 감히 자신들의 대열에 합류하려 드는 것이었다. 한발자국이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겨서, 타인들의 행복에 때를 묻히려는 그 사내는 정말이지 경멸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얻은 행복은 얼마나 값진 것인데, 얼마나 큰 노력을 해서 얻어낸 것인데, 그 추한 사내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대열에 합류하려 드는 것이다.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은 덤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시로 일관하려 했지만, 결국엔 어딘가에서 꼬투리를 잡아내어 그 사내를 저주하는 말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 사내는 여전히 행복이란 가치에 똥물을 퍼부으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들여보내라

 

 그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지도자를 맡고 있는 듯 한 노신사 한 명이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신사는 자신의 말에 위엄을 더하려는 양 저음의 기침도 빼먹지 않은 채, 자신이 든 지팡이로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사내를 가리켰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덩치가 큰 한 장정이 그 사내의 머리끄덩이를 우악스럽게 손에 쥐고는 땅바닥에 질질 끌어 노신사 앞에 던져놓았다.

 

 노신사는 정말 품위 있고 지조 있는 어조로 그 사내에게 말했다.

 

옛말에 성현이 이르기를, 사람에는 다 그와 맞는 직분과 지위가 있으며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자는 나아가 혹세무민의 화신이 되리라.”

 

그리고는 이 말을 덧붙였다.

 

천박한 놈

 

 곧 마을의 그 행복한 사내들은 손에 든 모든 것들을 그 사내에게 던졌다. 돌멩이, 케이크, 식칼, 고양이, 말 그대로 손 위에 들린 것이라면 모든 것을 그 사내에게 집어 던졌다. 포크 중 하나가 그 사내의 왼쪽 눈에 박혔다.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를 보며 사내는 절규했고, 사람들은 자지러질 듯 낄낄댔다. 사람들은 우리시대에 행복이 찾아왔다면서 환호했고, 지도자의 현명함을 예찬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노신사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 사내가 어디론가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검은 연기가 그 사내를 감싸더니, 이윽고 그 웃음거리가 있던 곳에는 허망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망친 것은 전부 이 노인의 탓이라며, 저 요망한 능구렁이를 쳐죽여 구멍 안으로 쳐 넣자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했고, 노인의 몸뚱이에 불을 붙여서는 그 주위를 미친 듯이 돌았다.

 

우리시대에 행복이 찾아오긴 한 모양이었다.

 

 

 그 검은 사내는 또다시 어디론가로 정처 없이 걸어갔다.

 

달은 잔인하게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었다.

 

p.s.왜 힐링물을 쓰려고 했는데 서로 쳐죽이고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