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면서 등반가들의 시신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각) 미국의 CNN, 영국의 BBC 등 외신은 "녹아내리고 있는 에베레스트의 빙하로 인해 실종된 등반가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에베레스트에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한 1920년대 이후부터 약 300명의 등반가가 등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시신이 빙하와 눈 밑에 묻혀 있어 이들 중 약 100여 명의 시신만 수습됐다.
전 네팔 등반 협회 회장인 앙 체링 셰르파(Ang Tshering Sherpa)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과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실종됐던 등반가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후 시신 7구를 수습했다"며 "이 중에는 1970년대 영국 탐험대원의 시신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셰르파 전 회장은 "정상 부근인 해발 8700m 지점에서도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다"며 "꽁꽁 얼어붙은 시신의 무게가 150㎏이나 됐고 까다로운 위치에서 발견돼 이동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신 처리 비용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4만 ~ 8만 달러(약 4500만~90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네팔 탐험 운영 협회(EOAN) 관계자는 "(시신 수습을 위해서는) 네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정부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산악인 중에는 산에서 숨지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 점도 고민이다. 저명한 등반가 앨런 아넷 (Alan Arnette)은 "대부분의 등반가는 산에 남겨지기를 원한다"라며 "등반 루트를 확보하거나 가족의 동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시신을 옮기는 것은 무례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힌두쿠시 히말라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에는 에베레스트산이 위치한 히말라야산맥의 빙하 3분의 2가 녹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희준 인턴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