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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항공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여 년 만에 처음 나온 국적항공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희소 가치로 인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매물이지만 막대한 인수비용과 향후 운영자금 등이 필요하다는 제약조건이 있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재계 서열 10위권 내외 대기업들로 인수 후보가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통매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인수가가 최대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해 계열사들 몸값이 높게 반영될 경우 매각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일부 대기업의 경우 2조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실탄 마련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17%), 아시아나IDT(76.25%),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인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 동원력이 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재 SK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나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는 롯데, 호텔신라, 신세계그룹, 물류사업을 하는 CJ 등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해당 기업들은 일제히 "사실 무근이다"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내부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이며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SK그룹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을 가져갈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룹의 재무 여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년 말 기준 그룹 지주사 SK의 계열사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1조11억원에 달한다. 그룹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불리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의 실적 호조로 2016년 7조원 수준에서 2년 새 4조원가량 증가했다.

인수·합병(M&A) 여력뿐만 아니라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풍부하다. 항공운수업은 유가 상승 시 매출과 이익이 하락하게 되는데 정유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 시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상호 보완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등 항공화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연계할 경우 SK텔레콤 가입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권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시너지 사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과 연계한 신규 관광 상품 출시가 곧바로 가능해 단기 그룹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SK항공'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으로는 현금이 풍부한 것은 물론 기존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며 "규제가 많은 항공업 특성상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한데 이 같은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 SK로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M&A 가능성을 부인해 왔지만 계속해서 거론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기존 국적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과의 한판 승부도 예상된다.

이 같은 인수 후보 조건을 두루 갖춘 곳으로 한화그룹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처럼 M&A를 통해 성장한 배경과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높은 편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은 기존 한화 면세점 사업을 만나 확장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또 한화그룹은 작년 LCC 에어로케이항공에 160억원을 투자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전력도 갖고 있다. 지주사 한화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3조원에 가까워 풍부한 편이다.

SK, 한화에 이어 자금력이 풍부한 후보군으로는 CJ가 꼽힌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필두로 한 물류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 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CJ는 2012년 금호산업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해 두 그룹 간 인연이 있다. 특히 CJ헬로 지분을 LG유플러스에 80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하면서 향후 대규모 현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6366억원이다.

애경그룹과 신세계 등은 자금력에서 다른 인수 후보군에 밀리는 모습이다.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5114억원에 그친다. 다만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현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은 눈여겨보고 있다. LCC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업 노하우가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LCC 영역에서 대형항공사(FSC)로 확장할 수 있어 벌써부터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너지로 보면 가장 앞서 있을 수 있으며 부족한 자금력은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 유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도 그동안 항공 사업과 관련해 남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신세계는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했으며, 2017년 티웨이항공을 2000억원에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경험이 있다.

롯데그룹과 호텔신라 모두 호텔과 면세점 등 관광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