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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의 아무도 없는 교실.


따스한 햇살이 저물어가며 어둠을 조금씩 흐려그리다, 창가에 조용히 내려앉던 시간.

항상 상냥하고 활기차던 그녀는 창가의 노을에 기대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일이길래 집에 가지 말고 남으라고 한거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어딘가 시큰둥했던 그녀가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왜 이곳으로 불러낸 건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부탁이었기에 난 거절하지 않았다.


"아잇! 깜짝이야! 적어도 노크는 하고 들어오라구!"


그녀는 나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며 등 뒤로 무언가를 급하게 감추었다.

어렴풋이 보인 모습으로는 조그마한.. 상자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녀가 뭘 줄지에 대해 약간 눈치를 챘다. 하지만 여기서 등 뒤에 무엇이 들려있는지 물어본다면 그것은 큰 실례일 것이다.

그래서 모른척했다. 그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조금 뒤의 서프라이즈를 위해서라도 이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줄 게 있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행동만큼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나는 그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두개의 아름다운 눈동자.

묘하게 붉어진 두 뺨.

조금씩 거칠어지는 숨소리.


그녀는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나에게서 무엇이라도 숨기려는 듯, 당황하지 않았다는 듯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행동은 어딘가 허점 투성이라, 마냥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자, 잠깐, 잠깐! 가까이 오지말고 거기서 멈춰!"


보다못한 그녀가 결국 나의 행동을 막았다. 

나는 그때 아깝다고 생각했다. 한발자국만 더 앞으로 간다면 그녀를 만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급할 필요는 없다. 이 분위기와 이 느낌이라면, 서둘러서 좋을건 없으니까.


"알았어, 장난이야. 여기서 기다릴게."


나의 말에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것도 잠시, 잠깐 생각을 곰곰히 하던 그녀의 뺨이 다시 붉게 타오른다.

노을이 짙게 깔리며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진듯하게, 그녀의 두 뺨은 노을보다 짙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푸리나, 시간 없어. 우리 이제 교실 문 닫고 가야된다고."


"알... 아."


그녀의 행동이 답답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무엇을 전해줄지, 무슨 말을 할지를 상상하니 점점 내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왼손에 있는 조그마한 반창고를 보게 되었다.


'아하, 이제 알겠다.'


나는 그녀가 등 뒤에 숨긴 물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사한 벚꽃, 반대편 건물 아래에 핀 오색빛의 꽃들-


"이... 이거.."


그녀가 수줍게 건네준건 조그마한 붉은색의 상자였다. 

크기가 크진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는 그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마워. 지금 열어봐도 될까?"


나는 그녀에게서 그 붉은빛의 상자를 건네받았다. 

건네받기 전부터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피어나던게 이 상자때문이었나.


나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예상답게... 조그마한 초콜릿들이 들어있었다.


하나, 둘, 셋... 양이 많지 않았지만 확실히 수제의 느낌이 났다.

여기저기 흩뿌려진 장식용 사탕들과, 크기가 제각각 다른 초콜릿들이 그녀가 만들었음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었다.


그녀는 내가 상자를 열어볼동안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저 두 손을 가슴에 꼭 모아쥐며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바닥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고맙고 기특하다고 느꼈다. 그러기에 감사인사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응."


그녀는 나의 감사를 듣고도 여전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듯 했지만,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초조한 모습, 지금이 아니면 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저 당황한 표정.


그렇다면 내가 먼저 말 해야겠지.


"...푸리나, 나-"


"좋아...해."


"...뭐?"


예상을 깨고 그녀의 고백이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마치 오랫동안 참은 숨을 내뱉는 듯, 잔뜩 숨을 내쉬며 빨개진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두, 두번 말하게 하지 말라구!"


나의 당황섞인 대답에 스스로 '실패했다'라고 느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못들었다고 느껴서 부끄러움을 감추고 소리친걸까.


그런건 이제 아무래도 의미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녀와 내 마음은 서로 같을테니 말이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 처럼, 그녀의 머릿결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녀는 나의 손길에 당황했지만,

이내 머리를 맡기며 조용히 나의 손길을 음미했다.


"...나도."


조금 늦은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느때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대답 너무 늦었잖아!"


살짝 삐진듯한 그녀의 대답이 메아리처럼 나의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그 울림은 너무나도 포근해서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듯했다.


이윽고 그녀의 미소가 아직 덜 반짝이는 별빛과 함께 스며든다. 하늘을 수놓는다. 

오늘의 달빛은 조금 늦게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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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사탕 퍼먹다가 짤 좋아서 작문해봤음


하지만 나는 초딩때 고백받은거 뒤로는 소식이 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