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어느 날 밤. 게헨나 학원 자치구 내


게헨나적으로는 일상사인 폭발 사건의 뒤처리가 끝난 현장에 한 대의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건 응급의학부 부장 히무로 세나, 그리고...


"선생님, 커피입니다. 부디."


"응, 고마워"


세나가 발신한 모모톡의 사건 정보를 읽고 어슬렁어슬렁 찾아온 샬레의 선생님.

물론 현장 대기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잠잠해진 상황에서 다시 출동할 것 같지는 않다.

밤바람에 날아가는 무언가의 잔해를 바라보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야기꽃이 핀다.


"이런 시간까지 선생님이 남으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하지만, 소중한 학생을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


"딱히... 대기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게다가, 나도 세나와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말이야."


"...그렇습니까."


여전히 선뜻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없는 것도 아닌 세나.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선생님은 커피를 마시며 말을 잇는다.


"사실 세나랑 이렇게 얘기하는 건 오랜만인데, 요즘 어때?"


"그렇군요. 게헨나에서는 사건이 매일 일어나니까 그때마다 출동하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아하하, 여전하네."


"에덴 조약으로 인해 게헨나 내부가 변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겠지..."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관계가 일단락되었다고 해서 게헨나의 치안이 그렇게 변화할 리도 없다.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한 선생님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말을 끊는다.

세나도 더 이상 할 말은 없어 선생님 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을 깨려는 듯 정시 연락의 호출이 울린다.


"네. 접니다. ... 그렇습니까. 그럼, 그쪽도 오늘은 해산해도 괜찮습니다. 네."


짧은 통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는다. 한숨 돌리고 나서 손안의 커피잔을 홀더에 놓고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대기가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려고 합니다만..."


"그런가, 그러면 나도 샬레로 돌아갈까."


"지금부터 샬레로 돌아가면 늦습니다. 오늘은 응급의학부 부실에 묵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선잠용 간이침대 뿐이긴 해도."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조금 더 선생님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 정해졌군요."


오랜만에 선생님과 둘이서 얘기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전하고 싶은 말이 세나에게는 있었다.

그 말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부실에 갑자기 초대하는 것은 역시 너무 성급했을까.

그렇다고 선생님이 와주신 이상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런 세나의 마음 따위는 알지 못한 채, 커피에 곁들여진 과자를 뜯는 선생님을 태우고 구급 차량은 밤의 게헨나를 달려 나갔다.




거의 차가 없는 밤의 게헨나를 질주하던 두 사람이 돌아온 응급의학부 부실은 조금 살풍경했다.

부원이 사용하는 사물함이나 자료를 담은 수납장, 선잠용 침대 등이 무기질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여기는 대기나 준비할 때만 사용하니까요."


"그런가. 그것도 그렇네."


방구석의 주전자에 차를 내리면서 누구나 품을 인상을 선생님이 입에 담기보다 먼저 세나가 해설을 넣었다.


"그래서 세나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게?"


"......"


"세나?"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알았어. 괜찮아."


선생님께 차를 낸 뒤에도 세나는 그 옆에 앉지 않고 자료 선반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지금부터 선생님에게 전하는 것의 무게를 우선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한다.

그런 세나의 모습을 보며 세나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선생님도 긴장된 표정이 된다.


"... 선생님께서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차를 다 마실 무렵, 그때까지 버티고 서 있던 세나가 비로소 말을 꺼냈다.

그런 뒤 세나는 자료 선반에 손을 뻗어 몇 장의 자료를 꺼내 선생님께 내밀었다.

그 동작은 그 자료를 매일같이 꺼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했다.


"어... 내가 봐도 되는 건가?"


한편, 선생님은 아무리 봐도 진료기록부 같은 모습을 한 자료를 받아 곤혹스러워했다.

아무리 부장이 봐달라고 얘기했다해도 외부인이 선뜻 보아도 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하고 있다.


"네,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이유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그, 그렇다면..."


"!!?"


자료를 왼쪽 위에서부터 훑어보기 시작한 선생님은 이내 깜짝 놀랐다.

그날... 에덴 조약 체결의 날 선생님을 기록한 진료기록부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기록된 자료에서 선생님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소견란에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라는 기재와 함께 필요한 대응이 줄줄이 적혀있다.

오해나 착오가 일절 일어나지 않도록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문장이기 때문에 사실적이고 선명하게 그날의 일이 떠오른다. 구급차 안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었을 텐데.


"윽......"


"죄송합니다. 좀 자극이 강했던걸까요."


극도로 사실적인 서술에 기분이 나빠지는 선생님을 본 세나는 비로소 그의 옆에 기대듯 앉는다.

우선 선생님이 침착해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이것은 이미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의 선생님은 이것을 극복했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무슨 일이신가요?"


"그 일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니."


그날 의식을 되찾은 그는 일어섰고, 곧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사선을 헤매고 있었음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세나는, 혹은 세리나나 하나에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미안함으로 머릿속이 차오른다.


"이제야 눈치채셨군요."


"그... 정말 걱정을 끼쳐버려서 미안해."


"네. 혼자 트리니티의 병원을 빠져나갔다고 들었을 때는 무슨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미안했어. 학생에게 이렇게까지 걱정을 끼치다니."


"아뇨, 나쁜 건 선생님이 아니니까요."


세나는 그런 선생님의 행동을 더 이상 나무라지 않았다.

선생님의 등 뒤로 돌아가 가볍게 껴안고 다정하게 위로하듯 선생님의 등을 쓰다듬는다.

그 표정은 평소의 쿨한 인상은 어디로 간 것인지 상냥했다.


"세나."


"네, 선생님. 저는 여기 있습니다."


"그때, 구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응급의학부 부장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이 빚은 제대로 갚아야겠네."


"선생님... 그렇다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평소의 쿨한 표정이 돌아온 세나는 선생님의 정면으로 돌아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응급의학부 중에 곤란에 처한 사람이 있어서 선생님이 그 사람을 돕는 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선생님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선생님에게 건네준 진료기록부를 집어 들고, 그것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 사람은 최근, 여기서 혼자 대기하고 있을 때 용무 없이 자료 선반에서 진료기록부를 꺼내서는 계속 그걸 보고 있습니다."


"... 음, 그건 뭔가 문제가 되는 걸까?"


"아뇨,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부원이라면 이곳의 자료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진료기록부라는 게..."


"네. 항상 같은 진료기록부를 꺼내서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즉...)



진료기록부를 들고 있는 세나의 손이 약간 떨린다.


"그리고, 그날을 떠올리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됩니다. 그 환자는 분명히 회복했을 텐데, 그건 거짓말이 아니냐고, 뭔가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해 버립니다."


"세나..."


"선생님. 부디, 그 사람을 안심시켜 줄 수 없을까요? 확실히 지금도 살아 있음을 전해줄 수 없을까요?"


에둘러 자신의 마음을 밝힌 세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선생님에게 보이지 않도록 진료기록부로 숨긴 결과 기록부가 눈물에 젖는다.

샬레의 선생님이라는,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사의 기로를 헤맸다는 것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는 이 기록부는 그녀에게도 마음의 굴레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세나..."


"네. 선생님..."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선생님은 일어나 세나 앞에 선다


"확실히, 곤란한 부원이 있었던 모양이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서..."


"아니. 세나는 잘 버텼어. 그러니까, 그런 일을 더 이상 겪게 할 수는 없지."


"...네"


"그러니... 자."


그렇게 말한 후, 선생님은 세나의 얼굴을 가리는 진료기록부를 집어든다. 그리고,




세나의 마음을 옭아매던 그것을 찢어버렸다.




팔랑팔랑 바닥에 떨어지는 조각들을 바라보는 세나를 한껏 끌어안고 그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댄다.


"...선...생님?"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는 세나. 하지만 지금의 선생님에게 망설임은 없다.


"세나, 들려? 내가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


"... 앗"


세나가 귀를 기울이자 확실히 그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쿵쿵... 심장이 뛰는 소리다.

키보토스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 그래서 의료전선에 있어도 부상자의 맥을 확인하는 일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나는 이때 처음 알았다. 심장 소리를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안심할 수 있는 지를.


"... 선생님, 감사합니다. 확실히, 살아계셔 주셨군요."


"감사해야 하는 건 내 쪽이야. 세나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그건 응급의학부로서... 아니, 지금은 그만두겠습니다. 그보다 좀 더 이대로 있게 해주세요."


세나는 완전히 안심한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붙어 눈을 감고 그의 살아있음을 계속 듣는다.

선생님은 세나를 끌어안는 힘을 조절하며 바닥에 흩어진 종잇조각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선생님"


"왜 그래. 세나?"


"예전,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미안, 무슨 얘기?"


"선생님과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 것 말입니다."


"아아..."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세나는 선생님의 옷을 꽉 쥐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저는... 계속 선생님이 옆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구급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지."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쉽게 실현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도.

그래도 세나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던 선생님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저기, 세나.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어. 샬레의 선생님이라는 입장은 좀 성가셔서 말이야."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실은 세나가 지금 말해준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안해, 이런 대답밖에 하지 못해서. 하지만 언젠가 꼭..."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이상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 이상 응석부릴 필요도 없었다.


"세나."


"뭔가요? 선생님."


"적어도 지금은 세나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마침 내일은 비번이기에 오늘 밤은 계속 옆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만, 선생님은 분명 내일도 바쁘실 겁니다."


"응 뭐 그건 그렇지만..."


세나는 그제야 선생님에게서 떠나 근처에 있던 간이침대 가장자리에 앉는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누워서 저와 얘기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원하는 타이밍에 주무셔도 되니까요."


"그럼 그렇게 할까?"


자신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그렇게 말하는 세나의 호의를 받아들여, 간이 침대에 눕는 선생님.

세나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자 조금 눈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눈을 감기로 했다.

하기야 이제부터 여기서 자게 될 테니 이상할 건 없다.


"괜찮으신가요? 잠자리는 나쁘지 않은가요?"


"응. 괜찮아. 엄청 좋아."


"그렇습니까... 그럼 차 안에서의 이야기를 계속할까요? 그러니까..."











"...하지만 선도부와 만마전 사이에서도... 선생님?"


둘만의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선생님은 세나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버렸기 때문에.


"잠들어 버렸네요."


모처럼이니 하고 선생님의 얼굴을 살짝 건드린다. 그 체온에서 살아있음이 확연히 전해진다.

그 따스함은 세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선생님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방에서는 심장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선생님이 듣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툭 한 마디 중얼거렸다.


"살아있는 몸이라는 것도 꼭 나쁜 건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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