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에덴조약도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시간이 다소 흐른 어느 날, 나는 보충수업부의 일원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퇴학 위기를 모면하고 보충수업부는 해체되는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은 모양이라 지금도 이렇게 모여 공부하고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전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다음 시험에서 낙제를 받는 일은 없겠지.


이제 슬슬 휴식에 들어갈까,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꺼내려 한 순간 아즈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시험 범위 밖의 건데 물어봐도 괜찮아?"


"물론이지. 뭔데?"



흔쾌히 승낙했다. 테스트 범위 밖의 일이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척척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의문점은 빨리 해결하는 게 좋으니까.


호기심이 들었는지 아즈사의 발언에 다른이들도 주목한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아즈사가 날린 대사는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예상 밖이었다. 그야말로 폭탄.









"섹O가 뭐야?"









"어...?"



그렇게 목소리를 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나일 수도 있고, 아즈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게 누구든 모두가 경악의 표정을 아즈사에게 향하고 있었다.



"......"

"......"

"......"

"......"


"......?"



정적이 이 자리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것이 폭풍 전의 고요함임을 아즈사를 제외한 전원이 알고 있었을 터. 처음에 포문을 연 사람은 코하루였다.



"뭇, 무무무무무무무무무슨/// 너, 너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는 거야!!? 변태!! 이건 문답 무용으로 사형이야!!!?"


"어머어머어머어머! 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 아즈사쨩! 이 얼마나 대담한!! 그런 것에 흥미가 있다면 제가 하나하나 몸 구석구석까지 가르쳐 드릴게요!!!"


"아, 아아아아아아즈사쨩!!? 선생님께 대체 뭘 물어보는 건가요!! 여자아이가 남성분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 안 돼요!!"


"???"



대광란의 시작. 정적에서 돌변하여 귀를 뚫는 대절규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내 머리가 아픈 건 이 소리 때문일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즈사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했다.



"다들 뭘 그렇게 놀라는 거지?"


"네가 이상한 말을 해서 그렇잖아! 세,세세세세세섹O라니 그런 파렴치한 말을!!"


"자자, 진정하세요 코하루쨩. 아즈사쨩은 섹O의 의미를 모르고 물었을 뿐이니까요."


"당당하게 섹O라고 말했어!"


조금 전까지 가장 흥분했던 하나코가 코하루를 달랜다. 역시 머리에 통증을 느끼는 것은 이 간드러진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히후미는 몰라도 하나코와 코하루가 이 상황에서 얌전히 있을 리 없다. 틀림없이 이 자리는 초토화되겠지.



"모두의 그 반응, 섹O에 대해 아는 거로군? 그렇다면 가르쳐줘."


"어, 어어 그러니까 그건 뭐라고 해야 하나..."



여전히 무지를 드러내는 아즈사에게 히후미가 어떻게든 대답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부끄러운 것일 거다. 그리고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 있다.


한번 교실을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히후미에게 맡기는 게 상책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모두에게 한마디 한 다음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대담한 여자가 여기엔 있었다.



"......" 훌렁훌렁


"!!? 잠깐 너!! 왜 갑자기 옷을 벗어대는 거야!"


"선생님이나 다른 둘은 아즈사쨩의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 것 같아서 제가 알려드릴까 해서요. 물론 실천을 포함해♡"


하나코에게 부끄러움은 전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나코에게는 그것조차 향신료가 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은 하나코의 무쌍 상태.



"너, 너는 절대 안 돼! 아즈사의 교육에 안좋아! 그리고 실천이 뭐야! 여자아이끼리잖아!"


"어머어머 코하루쨩. 섹O는 자O와 보O를 삐걱삐걱♡♡ 하는 것만이 아니라구요? 동성끼리도 가능하답니다."


"자... 자... /// ㄴㄴㄴ너, 잘도 말했네!! 이 대변태! 사형이야! 지금 당장 내가 사형시켜주겠어!!!"


"코하루쨩 진정해요! 하나코쨩도 발언이 하나같이 너무 과격해요!!"



하나코의 폭주로 코하루의 폭주가 연쇄 발생했고, 히후미 혼자서는 이 대광란을 막을 수 없다. 이 자리에 폭탄을 투하한 아즈사는 귀여운 표정으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역시 초토화됐다.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또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없겠지. 바로 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선생님으로서 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 방관만 하다 마침내 네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모두 진정해!"



그 순간 소리가 뚝 멎었다. 일시적인 정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시끄러웠던 소란이 내 한마디에 멈춘 게 왠지 기분이 고조된다. 그리고 이 정적을 영속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다시 소리친다.



"아즈사가 섹O를 요구한 건 바로 나야! 다른 누구에게도 아즈사의 상대는 내주지 않아!!"



내용을 생각해도 동성에게 배우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 그리고 아즈사는 섹O를 지식으로써 나에게 요구했다. 그렇다면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게 무엇이 이상하랴.



선생님으로서의 열의를 담아 낸 목소리는 과연 학생들에게 닿았을까?



"......"

"......"

"......"

"......?"



모두들 한결같이 침묵하고 있다. 아즈사만이 이 침묵의 의미를 모르고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이런 고요한 공간을 깨는 것은 코하루였다.



"ㄴㄴㄴㄴ너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구나!! 이 변태 교사!! 사,사형이야! 현행범으로 즉각 사형이야!!!"


"역시나 선생님! 이 얼마나 당당한 고백! 말을 들은 건 아즈사쨩인데도 저도 모르게 제 아랫도리가 젖어 버릴 정도의 훌륭한 선언이에요!!"


"정말인가 선생님?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부탁할게."


"아... 안 돼요 아즈사쨩! 선생님과 세세섹O라니...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요!!"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한 말은 자리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된 듯하다. 코하루는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하나코는 콧김을 거칠게 내뱉으며 다가온다. 아즈사는 드디어 의문이 풀리는가 하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고, 히후미는 그런 아즈사에게 선생님만은 안된다고 멈춰있다.



"정의실현부로서 내가 너를 숙청해주겠어!! 뭔가 남길 말은!!"


"아즈사쨩이랑 섹O는 어떨지...! 제발 구경시켜 주세요!"


"왜 내가 선생님과 섹O하면 안 되는 거지? 그런데 섹O가 정말 뭐야?"


"그건, 그... 그러니까..."



이제 이 광란은 멈추지 않는다. 이 작은 교실에서 일어난 대광란은 이제 막 절정을 이루었고, 이제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기세를 얻고 말았다. 지금은 그저 이 열기가 식기를 무방비 상태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나... 선생님한테 여러가지 말했는데... 믿었는데... 선생님은 절대로 이상한 건 안할거라고... 사실은 믿었는데..."


"아아, 그래도 선생님과 섹O 할 수 있는 것은 아즈사쨩뿐인가요!? 저에게도 선생님의 생명의 물, 그저 한 방울이라도 나누어 주실수 없나요?"


"히후미, 가르쳐줘. 섹O가 뭐야?"


"그, 그러니까... 그... 우우우우우~!! 아 정말!! 섹O라고 하는 건요!!!"



히후미의 목소리에 놀라 코하루와 하나코, 그리고 내가 그쪽을 향한다. 자신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히후미는 멈추지 않고 소리를 높였다.



"섹O라는 것은 남성의 자O를 여성의 보O에 삽입하거나 입으로 자O를 물기도 하고, 보O를 핥기도 하고, 애O에 자O를 넣거나 해서, 그렇게 사랑을 확인하는 거에요오오오오오―――――!!!!"



경악의 시선이 히후미를 덮친다. 나는 물론 코하루와 하나코도 히후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아즈사도 겨우 섹O에 대해서 이해했는지 그 얼굴을 붉히고 잠자코 있다.



"......"

"......"

"......"

"......"

"......"



세 번째 찾아온 정적. 처음 두 번보다 긴 침묵이 유지되고 있다. 모두 어찌할지 모르는 듯, 그래도 이 정적은 깨진다. 이번에는 코하루가 아닌.



"앗... 아아아아... 아우우우우우우~~~/////// !!?"



히후미가 냉정해지고, 몇 초 후에 다시 냉정을 내다 버린다. 이 상황에 이르러 코하루와 하나코도 히후미를 위로한다는 선택을 취한다.



"진정하세요 히후미쨩!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어요! 그만큼 제가 항상 하는 말이니까요!"


"맞아! 게다가 상황에 휩쓸려 좀 이상해졌을 뿐이니까! 곧 우리도 잊을 테니까!"



그래도 히후미 한 사람의 대광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친구를 아끼는 그녀지만 지금은 그 친구의 목소리 따위는 조금도 닿지 않는다.



"이제 시집갈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히후미는 교실을 뛰쳐나가 어딘가로 달려가 버렸고 코하루와 하나코도 뒤쫓았다. 미안 히후미... 이렇게 된 원인은 나에게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나와 아즈사만이 남았다.



"그... 선생님///"


"응?"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해. 그래도 의미를 알았으니 기뻐. 내 상대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겠다고 말해준 거///"


"어?"



거기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 말투가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훌륭하게 네 사람에게 오해를 낳았음을.



"앗, 아니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 그럼 난 히후미를 쫓을게!"



그렇게 말하며 아즈사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속도로 교실을 나갔다. 난 아마 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보인다.


혼자 남은 나는 생각했다. 다음에 그녀들과 만날 때 이전같은 상태로 있을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되도록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어쨌든 지금은 세 사람이 히후미를 잘 위로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고 교실을 나가려 하지만 그녀들의 짐이 그대로라는 걸 깨닫는다. 이거 어쩌지...



이리하여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한 교실을 무대로 하여 일어난 대광란은 일단 막을 내렸다.





다음날



오늘은 샬레의 일로 트리니티의 티파티에 발길을 옮겼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나기사였고 미카와 세이아는 없는 모양. 일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나기사와 둘만의 다과회로 멋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


"응?"



그림 같은 분위기에서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던 나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기분 탓일까? 말을 걸어온 전후로 약간 분위기가 달라진진 듯한...



"여기 오시는 길에 뭔가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나요?"



있었지... 유난히 시선이 느껴졌고 시선을 느낀 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 있던 학생이 쏜살같이 달아났으니까. 도망치기 직전 뭔가 소곤소곤 얘기하던 게 기억난다.



"지금 트리니티에선 어떤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분명히 분위기가 무겁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나기사의 분위기도 점점 위태로워져 간다. 이제부터 나에게 있어서 중대한 무언가를 선고할 게 분명해. 확신과 다를 바 없는 예감에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폰이 진동한다. 아마 모모톡이겠지. 이야기 도중 실례되는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왠지 지금 당장 모모톡을 봐야 한다는 사명감과도 비슷한 무언가에 홀려 나기사에게 동의를 받을 것도 없이 모모톡을 열었다. 하스미로부터의 모모톡. 내용은 이러했다.



『현재 트리니티에서 선생님이 보충수업부 분들과 교실에서 난교 파티를 개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은 트리니티 내부에서만 소문이 돌고 있지만 선생님은 유명인사기에 조만간 키보토스로 소문이 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부터 보충수업부 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저속한 소문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만 믿는 사람도 생길지 모르니 부디 조심해주세요』

『... 정말로 믿고 있으니까요?』



세상에, 선생님으로서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소문이 이 트리니티에 만연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런 소문이 키보토스 전역을 누비려 한다니...


그 교실에서의 소란을 들은 거겠지. 그 광란은 끝난 줄 알았지만 그 여파는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계속 남아 있었고, 어디까지고 비대해지고 있다.


하스미의 말대로 사실무근, 하지만 한 번 퍼진 소문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도 있을 정도니까.



"아무래도... 소문이 뭔지 아셨나 보네요."



나기사가 말을 걸어온다. 나를 보는 눈은 날카롭고 오해를 풀지 않는 한 내게서 눈을 떼지 않겠지. 보충수업부에는 히후미가 있으니. 소문을 믿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그녀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을 테니까.



"그럼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선생님? 부디 제가 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 나는 나기사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분명히 이 설명은 한 번만으로는 끝나지 않을거다. 약속된 바쁜 미래를 떠올리며 나는 나기사에게 일의 전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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