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angrisser/86615353?target=all&keyword=%EB%9D%BC%EB%82%98%EC%9D%98&p=1


2화:https://arca.live/b/langrisser/86651948?target=all&keyword=%EB%9D%BC%EB%82%98%EC%9D%98&p=1





언젠가 그녀가 레온에게 거부 당했던 날, 라나는 그날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레온이 어떤 말로 자신을 거부했는지도, 거절 당한 이후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려하면 어둠만이 떠오를 뿐. 마치 보젤에게 잠겼을 때와 같은 그런 암흑만이 심상에 떠오를 뿐이었다. 



결국  실연의 고통을 호기심이 이겨냈을 때. 왜 자신을 거부했는지 이유를 다시 물으려고 마음 먹었을 때 레온은 이미 전사했다. 



답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그녀의 마음은 비워지기 시작했다. 그 공허는 끝내 먹이를 갈구했고, 허기에 굶주린 그녀는 어느 날 한 남자를 찾아갔다. 



그날을 위해 준비한, 모든 남성을 홀릴만한 옷을 입고서.



갈 곳 없는 몸뚱이는 기댈 곳이 필요했고 하룻밤의 치기가 찾아낸 그 쉼터는 엘윈이라는 또 하나의 그루터기였다.



서먹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의 남자. 사랑하는 레온을 죽인 남자. 그날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레온을 갈구했고 불꽃처럼 시리던 감정은 염치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엘윈은 그날 그녀에게 긴 이야기를 해주었을 뿐이었다. 



어제 뭘 먹었는지, 요새 유행하는 차는 어땠는지, 틈만 나면 리아나가 천공사수를 불러 자신을 혼내려 한다는 이야기라던지. 사실 레온을 따라 제국 쪽에 붙을까 고민했을 때도 있었다던지. 그는 라나의 말을 끊어가며 자신의 길고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짧지는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라나는 그게 엘윈의 거부라는걸 깨달았다. 



마음속의 연민이 욕망을 이겨냈고, 그 연민보다도 리아나에 대한 사랑이 컸던 엘윈이었다. 라나의 미모와 화려한 복장 또한 그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혼자가 되어 돌아온 라나는 수치심에 휩싸였다. 또 다시 거부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되돌아온 염치는 끊임없이 자신을 타박했다. 



며칠이 더 지난 후에야 그녀는 엘윈에게 감사했다. 만약 그날 밤을 함께 지새웠다면 그녀는 다시는 거울을 바라보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레온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었다.

분명히 서로 좋아했다고 믿었는데 그는 어째서 자신을 거부했을까. 



무수한 날 전장에 나서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장수로서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서로 좋아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착각에 불과 했던 걸까.



그 의문은 끊임없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타올랐고, 사라지지 않는 불꽃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화풀이를 하듯 마물을 처리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단죄의 성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 가운데 무수한 남성들이 그녀에게 다가왔지만 라나는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수없이 마물을 쓰러뜨렸음에도 왜 거부 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그 의문이 남아있는 한 그녀는 도저히 타인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녀의 기억이 성검에 붙들려 먼 미래에 왔다. 자신을 안내하는 성검 군단. 저 멀리 익숙한 남자가 보인다.



푸른 갑옷을 입은 용맹한 기사. 라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 억센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서 굳건히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날의 서글픈 기억을 잊고 영원히 찾아 헤매던 해답을 듣기 위해서.



그녀의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생겼다. 라나가 작은 목소리로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이름을, 레온이라는 그리움을 불렀다.






대충 티아리스 감사합니다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