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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감정을 몰랐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어차피 짝사랑일 거 남자였다면 이런 고민도 없지 않았을까.

 

어차피 이전부터 ㅇㄷ을 보건 애니를 보건 여자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전에도 남들이랑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음.

동성애자에 가까운 바이섹슈얼이라고 정체화할 때도 있었고...

진짜 레즈비언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도 크게 거부감은 없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지향성이 좀더 확실해지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긴 하더라.

 

여자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고 마음 맞는 여자랑 연애하면 진짜 행복할 것 같은데

가끔씩은 왜 하필 나냐는 생각도 들고 남자랑 결혼해서 애낳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

잘못된 게 아니라는 말은 질릴 정도로 당연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들고

평범하지조차 못 한다는 생각을 할 때면 너무 우울해지고

퀴어 카페나 사이트 알아보다가도 문득 내가 왜 이걸 알아보고 있냐는 생각이 들어서

가입했던 카페 싹다 탈퇴하고 폰 잠궈버렸다가

결국 다시 노트북 켜서 성소챈 들어옴ㅋㅋㅋ하...

나를 속이고 산다는 기분에 커밍아웃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지금 이미 커밍한 바이들 빼고는 커밍 할 사람도 없고

학교 자체가 기독교학교다보니(여고 떨어짐ㅋㅋ) 엄두도 못 냄.

 

그냥 사람에 꽂히기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는 얼마나 힘들까.

지금은 그리 외롭다는 걸 못 느끼기에 괜찮지만 나중에 그럴 때가 오면 어플을 다시 깔아서라도 함께할 애인을 찾긴 할텐데

처음 좋아했던 헤테로 말고 내가 그렇게 모든 걸 걸고 미친듯이 사랑할 사람을 평생 만날 수는 있을지 모르겠음

당장의 그리움이 커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연애보단 사랑을 하고 싶다는 건 감정에 타협할 줄 모르는 내 이기심이겠지.

 

정체화 제대로 한 지 1년반 조금 넘었는데 바이라 생각하고 고민하던 시간이 길어서 적응이 안 된건지

본격적으로 사이트 찾아보고 정보 알아본 지는 얼마 안 돼서 그거때문에 현타온건지

처음 짝사랑하던 사람이 이미 결혼하신(졸업 2주전에 알았음) 여선생님에다가 아직 제대로 마음 못 접고 있는데다

그 선생님이랑 닮아서 잠깐 관심 가던 같은 반 애도 알고보니 군인 남자친구 숨기고 있는 헤테로여서

연애를 기대한 건 아닌데도 내가 퀴어라는 걸 한번 더 상기시켜줘서 그런건지

기대 없는 감정이 조금 지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 며칠 괜히 울적하고 무기력해서 익명의 힘을 빌어서라도 끄적여봄.

 

왜케 길어졌지. 읽는 사람이 있긴 할까 싶네.

앞에 무슨 소리를 지껄였는지 모르겠으니까 안 읽어보고 그냥 올려야지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