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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정체성과 지향성을 시스헤테로남성으로 잡고 있는데, 가끔씩은 나한테 디나이얼 여성이라고 하는 tg 친구가 있음.

 

걔나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면 그냥 어느순간 자기가 남자라고 생각했다거나 같은 동성을 좋아했다거나 그렇다는데

솔직히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분명 어떤 것을 계기로 느끼는 바가 있어서 이성애로부터 벗어나 정체성을 구축한 것일텐데.

아니면 그 이전부터 자기가 다른 시스들과는 달랐다던가 같은걸 느끼는거 말이야.

 

나 같은 경우도 내가 지금 여자가 된다 해도 딱히 자기존재에 불편감이 있을 거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해서 저런말을 듣고 그러는데(그렇다고 딱히 지금 상태에 불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님)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보면 결국 정체성이란 게 크게 중요한가 싶은 결론에 이르름. 내가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떤가가 된건데

단지 이건 나의 사고로 인해 도출된 결론이니까 이걸로 내 정체성이 정해졌다고 치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또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는데 ftm이나 mtf들은 어째서 자신이 여성이나 남성이라고 생각한걸까. 애초에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라는 것이 사회가 구축되면서 정해진 결과 중 하나이고 그렇게 따지다보면 결국 고추가 달렸어도 예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가 있고 보지가 달렸더라도 그 반대의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가 궁금했거든. 사회적으로 정립된 지금의 남성과 여성을 토대로 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남성과 여성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게이와 레즈들도 포함.

 

 

조금 글이 난잡해진 거 같지만 결론적으로 내 입장에서는 정체성이나 지향성이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어떤가 싶음. 젠더이분법이라는 것에 묶이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런 주장을 하는 퀴어들 대다수도 스스로 어느 틀에 갖혀있는 것이 아닐까. 정체성이라는 틀을 자신에게 입히고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젠더에 제약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듬. 내 생각은 젠더라는 게 언제든 바꿔 입을 수 있는 옷 같은 것이 아닌가 싶거든. 앞서 말한 명확한 표식같은(정신적, 심리적인걸 포함한) 무언가가 있으면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납득이 가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봤어.

시스입장이 쓴 글이라서 편견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답변해줬음 좋겠어. 지인 중에 퀴어가 많으니까 이런 저런 궁금증이 많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