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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18살 고등학생이야(예비고2) 별명은 인프제라고하고 4달정도 여기 눈팅만 하다가 현생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비밀얘기하나 하러왔어

모두한테 공감이 될 말이지만..사실 이쪽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짓말은 기본으로 하나씩 하고사는 셈이잖니
그러다보니까 나같은경우는 살면서 종종 현타가 오더라..그럴때마다 내 속마음을 남들한테 털어놓고 그러다보면 나아지고 여튼 그렇게 살아와서, 내가 어떻게 이쪽에 호기심을 가지고 성지향성에 혼란을 겪었는지...등 진짜 "내 얘기"를 해보려고 해 그러다보면 현생이 좀이라도 나아지겠지 뭐

(2편을 읽기 전 1편 읽지 않은사람들은 한번씩 읽고와주라아

https://arca.live/b/lgbt/21137725?p=1)

자 그럼 얘기해볼게


돌이켜보면 16살 그러니까 중학교3학년의 나는 진짜 바쁘게 살아온듯해

고등학교 입시같은것도 많이 신경써야되고

그런데도 내신은 챙겨야되고..

지나간 시점에서는 진짜 별일 아닌듯하지만 그때는 왜인지 모르게 그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했었음

그러다보니 주변사람들이랑 연락을 아예끊고(원래도 잘 안했지만) 인생을 완전 마이웨이로 살았던것같아

원래는 되게 소심하고 그랬는데

어느순간 불편한거 다 얘기하고 싫으면 표정에 다 드러나고

내가 한 말이 상대방한테 어떤 영향을 줄지 진짜 1도 생각안하고 얘기하고다니는 그런사람이 되버렸음(왜그랬을까..)


근데 진짜 고마운게..정말 고마운게 뭐냐면


걔는 단 한번도 그런 내 모습보고 투정을 안했음

심지어 걔도 고등학교 입시때문에 학원다니고 그러면서도 진짜 잘해줬음

물론 걔도 사람이니 불편한건 바로바로 얘기를 해줬지만

막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그러진 않았기에

작은 다툼이 있고 서로에 대한 실망이 있어도 서로 노력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회복은 되더라


나는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별것도 아닌 고등학교 입시에 시달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 극복할수 있었다 이말이야

결국 뭔가..약간 빚을 진 느낌이라고해야하나

말못하는 고마운 감정들이 하나둘 쌓여감


그러다가 나랑 걔 고등학교 입시가 끝나고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준비기간이 다가옴

한 2주전이었나 걔랑 나랑 다른반이었는데

점심시간에 나한테 와서 약간 상기된 목소리하고 표정으로


우리 독서실에서 공부 같이할래?


이러는거야

나는 친구랑 같이공부하다가 그날 공부 날려먹은적이 있어서 좀 고민하긴 개뿔

이게 무슨 떡이냐 이러면서 좋다고 포옥 안겼음


결국 독서실에서 공부를 같이하게 됬고

걔 역시도 공부에 욕심이 많은애라

공부할때는 서로 말도안하고 진짜 열심히함(다만 20분에 한번씩 발로 허벅지 간지럽힘을 당했다는..)

그러다 눈 한번 맞으면 서로 흐뭇하게(?) 웃어주고

잘 모르겠는데 돌이켜봤을때 중간고사 준비하는 그 2주가 진짜 행복했었던듯


그러다가 중간고사도 끝나고 서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때

그 일(...)이 찾아왔음


중학교에서 정기고사가 끝나고나면 보통 영화틀어주는 선생님들이 계시잖아

나는 그당시에 고등학교 내신준비하느라 학원을 많이 다니고있어서 진짜 피곤한 상태였음(물론 아까 얘기했던대로 마음의 여유는 있었음)

그래서 그 영화틀어주는시간에 엎드려서 잤는데


세상에 내가 몽정을 해버린거야..


그래서 그날 하교하면서 걔한테 그걸 얘기하니까

갑자기 날 엄청 놀리면서 그걸 왜 지금얘기하냐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집으로 가자는거야

나는 엄청 당황했지만 그동안의 고마움이 있었고, 그 고마움이 믿음으로 바뀐상태였기때문에 결국 따라갔음

결국 그날에 나는 이쪽의 성에 눈을 뜨게되었고

그때부터 정말 본격적으로 내 성 지향성에 큰 혼란을 겪었던것같아


내가 진짜 게이인지

아니면 게이가 된건지

여자를 좋아할 순 없는건지

진짜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머릿속에서 피어오르더라


그렇게 내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때쯤

중학교 3년을 마치는 졸업식이 끝났고

이제 나랑 걔는 중학교를 벗어났기에 서로 약속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상태가 되버림


그러다가 겨울방학이 시작한지 2주정도 됬으려나

서로 연락하다가 만나자는 얘기가 나오고

나랑 걔랑 학원이 끝나고 서로 시간을 맞춰서

그때 걔가 나한테 고백했던 중학교 벤치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서로 수다를 떨었지

한 1시간정도 지났으려나

근황토크가 끝나고나니까..

난 내 속마음을 얘기하기 시작했음

솔직히 말해서 요즘 많이 무섭다, 내가 어떤사람인지 모르겠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모르는단어들이 줄줄이 나오던데

내가 모르는 세계를 접한것같다 등..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뭔가 우울해지더라고

그러다가 내가 울기시작했는데


걔가 나를 마주보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뒤로 와주는거야

그러고선 뒤에서

아무말 없이 그냥 포옥 안아줬음..진짜 따듯했음

내가 살면서 그런 온기를 사람한테서 느껴본적은 처음이었던것같아


그리고 나서 걔가 해준말이 있는데

막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고..이 글 보는 사람들이 한번씩은 읽어줬으면 좋겠어서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가져와봤어

오늘은 이걸 끝으로 마무리해볼게에

긴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다(정말 고맙다 진심이야)



복잡하게 고민하고 막 찾아보지 말고 이상한 용어도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끌리는데로 느끼고 얘기해주라 그게 훨씬 편해

..그러니까


너가 그냥 살아줬으면 좋겠어


생각은 많아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기 마련이거든...적어도 나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소중한 내 사람이니까.. 기운내고 당장 하고싶은거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