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전편에 많은 추천이 올라와 조금 놀랐었네요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거나 공감하시거나 둘중 하나였겠죠


제 이런 잡설, 궁금해하실분도 없으니 오늘은 바로 그 아이와의 이야기를 써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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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게 위로를 해주었던 그 아이와 하루하루를 조금은 알차게 가끔은 낭비스럽게 한달 가까이 보내었을때였나요


그 아이에 관련해 딜레마가 오고 말았답니다 바로 커밍에 대해서였죠.


비교적 최근에 친해졌던 아이였던지라 커밍은 커녕 스카이프조차 트지 않았었거든요.


어쩌면 절 이해해주지 않을까와 혐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하는 두 감정이 뒤섞이면서 꽤나 고통스러웠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진실을 말해야한다는 생각은 나날이 커져만갔었죠 사실 이미 그 아이를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절 이해해줄것이라고


어느 날과 다름 없는 주말에 의미없이 가놀 몇번을 돌리고 나서 제 채널에서 인맥들과 수다를 떨고 있으면 항상 그 아이가 나타났어요.


복싱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나아가는 MMA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런 고생스런 운동이 끝나면 항상 지쳐 잠들법도 한데 절 보러 늦은 오후에나마 와주는 그 아이에게 몹시 고마웠어요.


항상 ' 안녕 누나 다들 잘 있었어요?' 라고 인사해주는 모두에게 친절한 아이 그 얼굴이 가면이였을지도 몰랐지만 전 그럼에도 부끄럽게도 설레고 말았어요 그가 그랬듯 목소리도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에게 말이죠.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절친과 함께 짦게 몇번 디펜스류를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고 그 아이가 그리 하기싫어하는 가놀을 제가 조르고 졸라 그 아이와 짝지어져 함께 즐기기도 하면서 무척이나 행복했었어요(요즘은 VR챗이라는게 있던데 거기서 이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거에요.)


그렇게 비록 가상공간속이였지만 그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만일 만난다면 하고싶은것들을 게임 속에서나마 연기하며 이뤄가기도 했었어요.


그래요 아마 제 짝사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된것같아요 그리고 이 감정의 시작을 위해서는 그 아이에게 이해를 바랬어야했죠 제가 일반적인 여성이 아님을 말이에요.


밤새워서 준비했어요 어떻게 말해야 그 아이가 이해할까 편지를 길게 써 준비할까도 생각해봤고 내 목소리로 직접 전해야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그냥 진단서를 보여줄 준비를 한 채 제 인생을 주절주절 나열하고는 그 아이의 이해를 바라기로 했어요.


그렇게 다짐한 커밍 당일이 와버렸어요 게임 몇번을 하고 그 아이에게 말할 중요한것이 있으니 라인을 보라고 말했어요 어쩌다보니 그 아이의 절친까지 중요한 얘기라는 포인트를 들어버렸고 셋이 있는 라인 단톡방을 파 커밍을 하게 되었죠.


이게 참 큰 실수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후회하고 있어요.


그렇게 커밍이 시작됐어요 우선 제가 입을 먼저 열었죠.


이렇게 친한데 우리는 왜 실제로 만나거나 전화를 하는 그런걸 하지 않았을까 너희들은 궁금해 한 적이 없냐며 말이죠.


그리고 그 뒤는 쉬웠어요 이제 진단서를 보이며 내가 느꼈던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내면 됐거든요 다섯살 때 치마를 입고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낀 이야기 지금까지 정신은 여성임에도 남성의 몸에 갇혀 살아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그 아이는 담담하게 들어줬죠.


그리고 먼저 올라온 채팅은.. 참,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칼로 후벼파네요.


그 아이의 절친이 보내왔던 역겹다라는 소리였어요 더럽고 역겹다 난 그런거 이해못한다 어차피 동성애자 아니냐, 성 소수자들이 흔히들 들어왔던 폭언을 제게 쏟아붓기 시작했어요.


고작 일이분 남짓한 시간이였지만 제겐 한시간 같았죠. 이제 그 아이의 절친은 할말을 다 한듯 더 들어볼것도 없다며 그 아이에게 채팅방을 나가고 연을 끊음을 강요했어요.


그럼에도 그 아이는 자기 절친에게 먼저 나가보라는 말을 했어요 자기도 할말이 있다면서 말이에요 이때 느꼈어요 만약 저 아이가 저에게 같은 말을 쏟아붓는다면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그 아이의 절친이 먼저 나가고 몇분의 정적이 흘렀을까요 그 아이의 이름이 떠오르며 라인 음성통화가 걸려왔어요.


숨이 틀어막히고 한참을 고민했어요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냥 이번 한번 무시하고 채팅으로 물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반대로 몸은 자연스레 움직였고 전화를 받았어요.


'여보세요'


라며 그 아이의 목소리가 제 귓가를 타고 흘렀어요 살짝 무게감 있는 목소리 기억이 와전되었을수도 있지만 제가 상상하던 그 목소리였죠.


전 '응'이라며 나지막하게 답했어요 그 아이가 제게 몇가지 물어볼것이 있다며 제게 질문을 던져냈어요.


'지금까지 말한 모든게 사실에요?'


응 사실이야.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그럼 우리가 쌓은 추억은 전부다 거짓이였던거야?'


아니 정말 난 진심이였어.


'그거면 됐어 누나'


누나..누나 그러니까 그 한마디도 아닌 그 단어 하나에 눈물이 터져나왔어요 정말 방금 태어난 아이마냥 세상이 떠내려갈듯 서럽게 울었고 제 터진 울음이 멎을때까지 그 아이는 전화를 끊지도 싫은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모든걸 받아낼 뿐이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성으로써 인정받았다는 사실? 더이상 커밍으로 고민하고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 그럼에도 그 아이는 인정했지만 그 아이의 절친은 인정하지 못한 채 소문이 퍼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한참을 울다 눈물이 멎었을때 그 아이가 덧붙였어요.


'난 괜찮아요 그동안 어떻게 숨겼데 그만 울고 이제 웃어요'


그 따스한 말 한마디와 함께 그 아이와 밤새 전화를 이어나갔어요 제 짝사랑이 이어진건 아니였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황홀했어요 정말.. 당분간은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는듯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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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네요


11시에 잠드는 사람인지라 세면과 양치를 마치고 얼른 잘 준비를 해야겠어요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