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채널을 볼 때마다 HRT를 하고 계신 분들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그 부러움이 더 강한 디스포리아로 변해 저를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대학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전 이미 남성으로써 3학년 1학기까지 수료(예정)했으며 올해 5월에서야 겨우 6년간의 침묵을 깨고 일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 상담을 받고 있긴 하지만 진단이 내려질 거란 보장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여차해서 7월 안에 결론이 난다고 해도 HRT 및 외적 적응 기간을 고려했을 때 여성으로써 다닐 수 있는 학년은 4학년, 그나마도 2학기 정도일 겁니다. 여러 돌발 상황이 있긴 했지만 이제 와서 휴학하기도 애매한 시기입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한 두명 정도를 제외하면 인간 관계를 깊게 가진 편은 아닌데, 이 역시 디스포리아의 영향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친구를 넓게 사귀는 성격이 아닌데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관계를 맺기가 꺼려지더군요. 그래서 절 다른 사람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워낙 pool이 좁은 분야라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될 테고 충격을 받기는 하겠죠.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에서 요구하는 대로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더 컸는데, 지금은 디스포리아가 음악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을 넘어서 심할 때는 악상을 방해하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음악으로도 디스포리아를 이겨낼 수 없다면,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끔찍한 일이 되겠죠. 작곡가로써 활동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정해진 이후 전 일관되게 목표를 향해 달려왔으나 젠더 디스포리아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음악이 존재했기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며 그래서 더더욱 진정한 자신으로써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HRT를 포함한 의료적 조치 과정에 있어 몇 개월, 몇 년의 차이는 분명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더 빨리 얘기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며 자책할 때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봐온 여러 케이스를 보면 성인이 되기 직전 바로 HRT를 시작하여 첫 신검에서 바로 6급을 받으신 분도 계시고, 고등학교를 다니며 꾸준히 트랜지션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임하려 합니다. 적어도 학부 졸업 후 유학만큼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서는 주변에서 진정한 저로써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 원하는 성별로 살아가며 원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삶의 만족감이 높아질 것은 자명합니다.


2차 상담까지 약 3주 정도 남았으니 남은 과제를 수행하며 최대한 억눌러 보겠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자신의 삶을 쟁취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