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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당연하게 내가 이성애자일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어요. 성소수자? 동성애? 양성애? 저랑 관련도 없다 생각했고 평생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뭔가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제 인생이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게 된거죠... 근데 동성이었습니다. 처음엔 우정이 낳은 산물이라 생각하고 저 자신에게 계속 암시도 걸고 착각하는거라 스스로를 세뇌시키기도 했어요. 근데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턴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런식으로 스스로 부정하고 마음을 돌려보려 애쓰는 것부터 좋아하는걸 시인한거나 다름없다는 것을요..
인터넷에 이것저것 찾아보고싶어도 기록이 남을까싶어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걸고 기록 삭제 같은 것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졌을 때 즈음부턴 이것저것 찾아보며 아 그때 그게 이거였구나.. 그래서 이런거였구나.. 하고 배워갈 수 있었으나 당시의 저는 조언을 얻을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제 감정에만 충실한 채 제 스스로의 판단을 따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몇날 며칠을 끙끙대고 괴로워하며 골머리를 앓던 제가 내린 결론은 살다보면 동성에게 끌림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지 그렇게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90프로를 이성애자로 생각하고 살아왔고 실제로도 이성도 두어명 정도 좋아했으니 겨우 동성 한명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해서 제가 동성애자라 결론짓거나 그런 극단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걸 알게된 거죠.
그렇게 생각하고 제 감정에 솔직해지니 누구나의 짝사랑이 그렇듯 몇달이 지나자 마음이 차차 식더군요. 그제서야 저도 미안한 마음에 그 친구와 저 사이에 적당히 쌓아뒀던 벽을 다시 허물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몇달간의 긴 텀을 두고난 후에 또 다른 반 친구가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동성이었죠. 애초에 여중이었으니까.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중이라서 그런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좋아한 애들은 여성적인 특징을 갖고있는 애들이긴 했지만(여성적이라는게 타고난 신체적 여성적 특징을 말하는겁니다. 그이상의 성차별적 의미는 없으니 오핸하지마시고..) 그 당시엔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기때문에 그리 판단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100프로 이성애자는 이성이 지구상에서 없어지더라도 동성에겐 끌림을 느끼지 않을텐데 아마 제가 동성애 성향을 조금 타고난게 있긴하겠더군요. 
각설하고... 그렇게 학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약 7개월간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기에 그냥 그렇게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애랑 친해지게 되었는데 제가 살면서 아마 이정도로 좋아해볼 일은 없을것 같다 싶을만큼 좋아하는 애가 생겼어요. 심지어는 친해지는 과정중에 그런 감정을 느끼게되서 친해지는걸 어찌 할 수도 없더군요. 그 애가 친해지는 과정에서 되게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제 이름 나오면 걔 이름 따라오고 걔 이름 나오면 제 이름 따라나오는 그런 대단히 친하고 각별한 사이가 되어있더군요. 감정은 갈수록 커졌어요. 걔 자체에게 매우 강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제가 사람을 엄청 가리고 친구 사귈 때도 기준이 되게 높아서 제가 진심으로 친하다 생각하고 좋아하는 애는 그리 많지않은데 걔는 그 중에서도 극극극 호감이었습니다. 그 애에게 저도 비슷할거라 장담합니다. 걔도 절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방향이 다른거겠죠.
 걔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걔 만날땐 다른 애들 만날 때보다 더 신경쓰고 더 이야기 하고싶고.. 걔도 똑같이 행동하긴 했어요. 그런데 전 솔직히 지금도 걔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걔나 저나 솔직히 평범한 우정같진 않아요... 걔도 절 좋아한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우정같진 않습니다. 제가 지금껏 친구를 많이 사겨봤지만 이런 우정(?)은 처음이거든요. 서로 되게 아끼는 느낌입니다. 이리 말해도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은 잘 공감가지 않을겁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고 저는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1~2년간의 짝사랑을 했어요. 한번도 마음이 꺾인 적 없습니다. 그야말로 일편단심이었어요. 주변애들도 저랑 걔를 좀 그냥 친구 이상으로 보더군요...;; 
어쨌든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전 남녀공학에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남자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 친구를 꾸준히 만나고 있는데 계속 걔 생각만 나고... 점점 좋아지고... 돌겠습니다. 
제 생각엔 동성애에 더 가까운 양성애 성향을 타고난 제가 
이성애 위주의 사회에서 이성애자인줄 착각하고 살다가 조건이 좀 갖춰지니 동성애 성향을 제 스스로 자각한 것 같아요. 그런거겠죠? 
횡설수설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든 한번쯤 꼭 말하고싶었어요. 마무리를 어찌하지... 네. 아무튼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