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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텀블러 pinkdiamondprince

번역 본인. 의역 오역 재구성 있음

 

자신을 무성애자나 무로맨틱으로 정체화하는 건 다른 섹슈얼리티에 비해 훨씬 힘들수도 있습니다. 존재의 무(無)를 입증하려는 것 같은 행위니까요.

 

당신 앞에 한 연못이 있고, 당신은 그 연못에 거북이나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가정합시다.

 

연못을 관찰하다가 거북이를 발견했다면 "우왕ㅋ굳ㅋ 여기 거북이가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겠고, 아니면 물고기를 발견해도 비슷한 식의 생각을 하겠죠. 아니면 둘 다 발견한 경우에는 이 연못에 거북이와 물고기가 둘 다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겁니다.

 

하지만, 거북이를 한 마리도 찾지 못했다면?

정말로 거북이가 한 마리도 없을수도 있지만 그냥 거북이를 찾는 운이 더럽게 나쁜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거북이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냥 나뭇가지였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거북이가 있기는 있는데 희귀종이라 정말 몇 마리만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거북이를 찾기 위해서 뭔가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저쪽에 있는 돌덩어리들이 사실 거북이들인데 당신에게 그 둘을 구별할 능력이 없는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거북이가 정말 없는 걸지도 몰라요.

몰라요. 당신은 모릅니다.

 

그 와중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에 거북이가 반드시 있을거야! 언젠간 찾을 수 있을거야." 

"네 연못에서는 거북이 몇 마리나 나왔어?" 

"물가에 식물을 심어서 거북이를 유도해봐."

"거북이가 없다니, 네 연못에서 무슨 재앙이라도 있었니?"

같은 말을 던져댑니다. 그리고 당신은 빈 그물을 가지고 축축한 옷과 지친 표정을 하고 그냥 서있을 뿐이죠.

 

하지만 거북이나 물고기가 안 산다고 해도 당신의 연못의 생태계는 멀쩡하게 돌아갑니다. 원래 생태계라는건 가지고 있는 걸로 시스템을 구축하니까요. 거북이가 없다고 해서 뭔가가 부족한 건 아니에요, 그냥 거북이가 존재하지 않는 연못의 생태계가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누가 도와주겠답시고 당신의 연못에 거북이를 십수 마리 투하한다면 그거야말로 무슨 문제가 생기겠죠.

 

그러니까 완전한 확신은 없어도 돼요. 거북이가 없다는 걸 확신하기 위해서 그놈의 좆같은 연못을 밀리 단위로 탐색할 필요는 없어요. 무성애자, 무로맨틱이라는 라벨이 나랑 맞는것 같다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혹시 나중에 거북이를 발견한다면 그때 연못의 이름을 고치면 됩니다. 그럼 되는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