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끝나고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둘은 서로의 집에서 더 먼 학교로 배정받았지. 적어도 학교에 가려면 1km는 넘게 걸었어야 했지. 학군 안에서도 겨우 2개 학교만 거의 5:5 비율로 보내주는데 왜 넌 그곳으로 배정받은걸까. 아무튼 학기가 시작하고 난 너가 떨어져 있어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고서부터 너가 먼저 보내는 페메의 수가 점점 떨어지더라. 그리고 예전에는 페메가 오면 항상 10분 안에는 답장을 하곤 했던 너가 점점 늦게 보는것 같고 아예 하루도 보지 않게 되었구나. 내가 너에게 너무 집착하는것일까, 그런 생각도 해보지만 그게 정말로 느껴지니 슬프기만 할 뿐이구나.

그래서 주말에 조금 연락 닿으면 난 기뻐서 항상 같이 만나자고 했지. 물론 거의 맨날 넌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숙제가 많다거나 학원에 간다거나 그랬지만. 뭐.. 너도 약속이란게 있긴 하지.. 그치.. 근데 왜 난 너에게 강요 비슷한걸 해버린걸까. 너도 분명히 답답했을텐데 나 혼자 망상에 빠져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어하는거야' 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난 참 한심했어. 그래서 결국은 만났지. 몇달에 한번씩인가 그렇게. 그래서 시내에 갔었나? 아무튼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는데 시내에 잘 가보지 않아서 해매는 널 볼때마다, 밥을 먹는 널 볼때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널 볼때마다 너무 좋았어. 그리고 너가 항상 짓고있는 표정을 볼때마다 너무 나 혼자 하면 안되지만 쑥스러워 졌어. 그때 조금 날씨가 안 좋긴 했지만 비가 올줄은 몰랐지. 그래서 비싸지만 편의점으로 가서 투명우산을 사서 같이 썼지. 그때 너와 어깨가 닿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 또 백화점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사고, 화장실에서 거울샷을 같이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릴때도 말이야. 그리고 내가 잠시 가만히 서서 널 봐라봤지. 너의 눈을, 청명하고 밝은 눈을. 

그 다음에는 언제였을까. 비가오는 7월달 이었던것 같네. 그때 시간 서로 겨우겨우 맞아서 아침에 동네에서 같이 만났지. 아침에 이슬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이젠 또 추적추적 여름비가 내리는구나. 끈적끈적하고 실증나는 이 날씨 속에서 널 바라보며 조금이나마 이 불쾌지수를 조금 낮출 수 있었던것 같아.
그때 롯데리아 갔었는데, 난 모르는 척 하면서 몰래 너가 마시던 빨대가 꽂혀있는 콜라를 들어 마셨지. 그걸 알고 넌 나의 머리를 세게 퍽 쳤었지. 난 맞으면서도 기분 한번은 좋더라.

그리고 입추가 지났을때였나. 내가 같이 만나자고 했지, 같이 독서실에 가자고. 이때 너 포기하기 직전이라 조금이라도 가능성 잡아보려고 너한테 잘보이려고 여기서 코디도 추천해달라고 하고, 아껴뒀던 브라이틀링 시계도 차고, 메신저백을 매고 갔었지. 그때 종일권을 끊어 놓고 명륜진사갈비에 가서 밥을 먹을때 혼자서 한접시는 먹는것 같은 너가 너무 귀엽더라. 그러면서 너가 적어도 1이라도 나에게 호감이 있기를 바랬지.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음료는 내가 샀었지. 난 버블티를 마시고 넌 뭐 오레오가 들어간 음료를 먹었었나. 그때 너한테 알려줄거 알려주고 혼자서 공부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넌 분명 이성애자인데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에게 날 좋아할걸 강요한건 아닌지. 그때 포기했어, 널 더 사랑하는것을.

이제 내일...이 아니라 오늘 몇시간 후면 만나는구나 넌 분명 내가 좋아했다는것도 알고 게이라는것도 아는데, 왜 날 계속 만나-주는거니. 입장이 달랐다면 난 부담스러워서 만나지 못했을것 같은데. 여태껏 비밀도 잘 지켜주고 계속 연락도 받아주고 그런 친구는 너뿐인데., 너마저도 내가 또 실수를 해서 놓칠것 같아 그리고 오늘 오해를 풀고싶어. 오늘 확실히 선을 정하자.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까지가 틀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