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나말이야?"

"그래 너."

 

페이는 설마하는 마음에 성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였고 지팡이 끝이 움직이며 자신을 계속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내가 여기 있는게 왜 이상하다는 거지?"

"우선 나와라. 설명은 그 다음이다."

"그러지. 먼저 내려갈게."

"괜찮겠어?"

"내려간다고 내려가는건 바보짓이예요."

"그런가....? 상관없어."

 

페이는 곧장 성벽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와앗!!!"

"페이! 괜찮아?"

"조심좀 할 것이지..."

 

페이는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갈 수 있었다....사실 계단에서 성문앞까지 굴러떨어졌고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든 채 성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우우...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몸은 괜찮은거냐? 아무튼,무사히 빠져나와서 다행이군."

"무슨소리인지..."

"저 성에 들어간 아인들은 신체의 일부밖에 돌아오지 못했지."

"..에?"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것이오! 용사면 용사답게 눈앞의 적을 상대하시오!"

"에?!"

 

그 하얀 사람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경악과 불신이 담긴 눈초리로 페이를 보았다. 그리고 페이또한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허리춤에 지팡이..아니 우산을 꽂아넣은 그사람은 빠르게 손을 뻗어 페이의 귀를 만졌다.

 

"느아앗!!"

"분명히 귀는 진짜인데.."

"만지지마!!"

 

페이는 그 사람을 향해 가위를 휘둘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가위는 쇳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어떻게.."

"아이기스."

"카학!"

 

그 사람은 페이를 밀쳐 넘어트린뒤 허리춤에 꽂아뒀던 우산을 꺼내며 말했다.

 

"넌 절대로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

"크윽.....젠장.."

"페이!! 지금 내려갈게!"

"호오..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용사들이 성문을 나서기 전. 비단을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뒤 용사들의 눈에 비친건 우산에 어깨를 관통당한 페이의 모습이었다.

 

"느아아악!!"

"미안하군. 하지만 네가 용사인 이상 난 너를 쓰러트려야 한다."

"크윽..무슨...소.."

"이렇게 되서 유감이다. 늑대."

 

그 사람의 우산은 페이의 목을 노리고 정확히 찔러들어왔다. 

 

"어라?"

"..페..이다."

"뭐?"

"늑대라..부르..지..마라. 내 이름은...페이..다."

"그렇군."'방심했다.'

 

페이의 모습은 끔찍했다. 몸에는 반대쪽이 보일정도의 큰 구멍이 여러개 뚫려있었고 한쪽 팔목은 겨우 붙어있었다.하지만 남아있는 오른 손에 들린 그 사람의 우산을 들어 그 사람에게 겨누는 페이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그렇군 페이, 난 로헤란그린이라고 한다."

 

로헤란그린은 천천히 페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한손을 들어 페이의 목을 자신의 우산과 같이 두동강 내버렸다.

 

"hasta la vista"

 

이제 로헤란그린은 더이상 하얗지 않게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페이의 몸에서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피로 붉게 물든 그의 모습은 공포스럽기도 했고 아름답기도 했다.

 

"셋 남았나..."

 

로헤란그린은 두동강으로 깔끔하게 잘린 자신의 우산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맨 먼저 하얗게 질려버린 바이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난...죽는건가..'

 

무슨 불행인지 페이는 목이 잘렸는데도 불구하고 살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쓰러진 자신의 몸을 보고 있었다. 자신은 살아있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고 눈 또한 감을 수 없었다.

 

'아...'

 

페이의 눈에 자신의 잘린 목 뿐만 아니라 바이를 향해 걸어가는 로헤란그린의 뒷모습이 비쳤다. 그의 뒷모습을 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것은 살의였다.

 

'그래...난 아직 죽을 수 없어. 적어도 저것만큼은 길동무로 데리고 가주겠어.'

 

살의를 품은 페이의 눈에 비친것은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자신의 몸이었다. 몸의 상처가 전부 나았을 때쯤 페이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자신의 눈에 시력이 돌아온 뒤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잘린 자신의 머리였다.

 

"무슨!!"

"히익!!"

"대체 뭘 보는...아직 죽지 않은건가!!"

"그러게 말이야."

 

페이는 손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자신의 손톱이 놀랄정도로 길고 날카로워졌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대단한 재생력이군."

"시끄럽군."

 

페이는 로헤란그린에게 달려들었고 그의 목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지만 아까처럼 쇳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소용없다고 했을텐데."

"이게 안되면 다른 방법을 써보면 되."

 

페이는 길게 뻗은 손톱을 집어넣은 뒤 로헤란그린의 왼쪽뺨을 후려쳤다.

 

"이건 효과가 있는 것 같군 그래."

"으윽."

 

페이뿐만 아니라 다른용사들도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페이의 주먹 말고는 모든 공격이 쇳소리를 내며 튕겨져나왔기에 사실상 둘의 결투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앗!"

"크아악!!"

 

로헤란그린의 손짓 한번에 페이의 왼팔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자라났다.그렇게 페이와 로헤란그린은 서로에게 유효타를 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의 상처는 빠른 속도로 아물었기 때문에 결투는 점점 로헤란그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젠장.. 짜증나는군."

 

로헤란그린은 다급하게 몸을 숙여 페이의 주먹을 피했다. 페이는 그런 로헤란그린을 비웃으며 내려다 보았지만 그 뒤 그의 동작이 그저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아악!!!"

 

로헤란그린은 페이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 뒤 우산의 잔해를 주워 페이에게 박아넣는 것으로 그를 땅에 고정시켰다.

 

"나중에 다시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말을 마친 로헤란그린의 등쪽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고 옷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순백의 날개 한쌍이 드러났다. 그렇게 날갯짓소리와 함께 로헤란그린은 그 곳에서 사라졌다.

 

"페이..괜찮아?"

"눈이 있으면 아니란걸 알텐데?"

"이봐!! 여기 이것 뽑는 것좀 도와줘!!"

 

페이는 자신의 배를 관통해 땅에 깊숙히 박힌 우산의 잔해를 뽑으려고 끙끙거리는 가넷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고..하셨소."

"어."

 

페이는 자신을 보고 괴물이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는 성을 나섰다.

 

"몸도 성치 않은데 어디가시려고요?"

"도서관이랄까...아까 그 녀석이 뭔지, 왜 주먹질 말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는지를 알아봐야겠어."

 

페이는 도서관을 찾기 위해 성을 나섰다.

 

"우와앗!!!"

 

그리고 계단에서 한번더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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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좀 그렇네. 비추,비추를 투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