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궂은 장난질도 적당히 해야 재밌지, 일정 선을 넘어가는 그 순간부터 짜증나고 화나기 시작하는 게 당연함.



셰이디는 그만 하라고 경고를 줘도 개무시하고 그냥 계속 할 것 같은 기분임, 미쳐버린 능력 가지고 한다는 게 장난질인데 말 더 해봤자 뭐겠음.



자기 재밌으려고 장난을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는 하겠지만, 상대 반응이 크고 방정 맞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기쁠 거란 말이지? 내 장난에 이렇게 재밌게 반응해 주는구나 하면서.



교주가 타겟이 된 이유는 바로 그 이유일 것임, 자기 장난에 제일 크고 재밌는 반응을 보여주니까.



몇 번은 그냥 넘어갈 거임, 장난에 당하고나서 그저 머쓱하다는 듯이 셰이디에게 미소를 보이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 는, 괜스레 또 장난치고 싶어지는 말만 내뱉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뿐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계속되면 질리고 지칠 게 당연함. 매번 똑같은 장난에 당해주는 것도 지겹고, '교주는 이런 바보같은 짓에 맨날 속아 넘어가는 거야~? 멍청하기는~' 같은 모욕도 이제 듣기 거북하고.



진지하게 그만해달라는 말을 해보지만서도, 셰이디의 표정은 듣는 둥 마는 둥 한쪽 귀로 흘리는 것이 보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끝내자마자 하는 짓거리가 짖궂은 장난질이고.



화나겠지, 언제까지고 당할 수도 없고, 저런 모욕을 더이상 귀에 담는 것도 힘들고. 



결국 교주는 그녀 앞에서 난생 처음으로 정색을 하겠지. 난생 처음보는 교주의 표정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 다시 장난을 이어가는 셰이디는.


곧 매정하게 자기 옆을 지나가버리는 교주를 보겠지.



'어..? 어?' 거리면서 계속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해보는 셰이디지만, 가는 말만 있을 뿐 오는 말은 단 하나 없겠지, 그러면 그럴수록 초조해지는 셰이디의 모습은 참으로 귀할 테고.



결국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멀리 가버리는 교주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이지만, 저런 모습이 하루 이틀이나 가겠냐고 콧바람을 쌩쌩 불어대며, 그 날 동안 교주를 어떻게 골려먹을 지나 생각하던 셰이디는 자기가 앞으로도 계속 무시당할 거란 사실을 모르겠지.



교주의 태도가 달라진 첫날에, 교주가 먹던 밥 위에 차원 이동으로 개구리를 떨궜을 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그 개구리를 휭 던져버리고는 다시 수저를 뜨기 시작하는 교주를 보고는,


'흥, 재미없구만.' 라며,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기겠지.



둘쨋날도 그러려니 하고, 셋쨋날도 그러려니 하겠지.



하지만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런 셰이디의 여유로운 모습은 사라져만 가겠지.



기껏해봐야 일주일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셰이디는 어느새 보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어, 장난이 인생의 낙이던 셰이디는 낙이 사라졌다는 느낌에 점점 초췌해지는 것이 눈에 보일 것이고.



한번은 교주 놀리기를 포기하고, 다른 요정이나, 엘프, 수인들한테도 장난을 쳐보지만, 해봤자 교주보다 재미없는 반응에 결국 그만두기를 반복하겠지.



몰래 바라본 교주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어. 늘 웃고, 늘 다른 사도들의 볼을 당기고, 머릴 쓰다듬고.



왠지 모르게 피어오르는 질투심에 화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겠지. 늘상 같은 모습으로 사도들을 반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아예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니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솔직하게 말해서, 그간 교주한테 수도 없이 장난을 치면서 아무런 마음도 안 생길 리가 없음. 반응이 알차고, 장난 친 보람이 있게 만드는 그런 모습에 장난의 대상이 거진 교주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면은, 교주의 반응이 식었다 하면 다른 반응 좋은 애들을 찾아 떠났을 거임. 주변에 보삼, 차고 널렸음.



하지만 보기에 교주보다 반응 좋아 보이는 사도들을 놀려도, 교주보다 별로다 라고 생각하고, 교주였으면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고, 이미 머리 속에는 교주의 관한 것들만 오톤트럭 두 대 정도 쌓여있을 것임.



자기도 모르게 교주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셰이디는, 여태 그 마음을 모르고 그저 장난으로만 그 마음을 풀고 있었을 뿐이었겠지. 지금, 교주가 자신을 무시하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는 내 안에 있는 그 마음이 뭔지 대강은 이해를 했을 것이고.



어디 구석탱이에 찌그려 피폐해진 모습으로 눈물만 가득히 흘리지만, 교주는 결코 오지 않을 것임, 모르는 것도 있지만, 알고 있어도 저것 역시 장난이라 생각하고 근처에 다가갈 생각조차 안할 테니까.



어느날,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셰이디는 땅거미 다 져버린 적적한 새벽 시간, 교주의 집을 대놓고 쳐들어가겠지.



잘 준비 마치고 곧장 침대에 누워있었던 교주는, 역시 쳐들어온 셰이디를 보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려 했겠지만, 그 전과는 다른, 한껏 피폐해진 눈과 머릿결은 물론이요, 어디 갈 때까지 간 모습을 하고 있는 셰이디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어.



교주는 저걸 무시해 말아 고민하다가 꾹꾹 참아내면서 무시를 택하겠지, 저것도 다 꾸며낸 장난에 불과할 테니까, 한 두 번 속은 게 아니니, 교주도 이미 면역이 될 만큼 된 거야.



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셰이디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겠지. 늘 장난기 서리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어딘가 고통에 빠져 시름하는 그런 차가운 목소리를 교주한테 내뱉는 거지.



"...오늘도 난... 무시 당하는거야...?"

꾸역꾸역 무시한 채 등을 돌려 누워버리는 교주이지만, 난생 처음 보는 셰이디의 모습에 귀는 결코 닫을 수가 없겠지.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아니나 다를까 철그럭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불쾌한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셰이디는 장난기 하나 없는 눈을 띄운 채 자기 목에 낫을 치대어 꾹꾹 누르고 있었어.



"....장난을 안 받아준다면, 진심으로 나갈게."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낫이 비집고 들어온 자리로 새빨간 피가 주륵 흐르는 걸 보니 정말 죽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속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점점 낫이 목을 파고 들기 시작하면서 바닥으로 쏟아지는 피 역시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는 있지만, 셰이디에게 뛰쳐나가지는 않았어, 지금 이 상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이 짓거리 역시도 장난인지, 진심인지도 판단이 잘 안 서니까.



새빨갛게 물든 바닥을 보고서도, 그녀의 낫에 묻어버린 혈흔을 보고도, 교주는 나서기를 머뭇거리겠지. 



셰이디는 그런 교주의 모습에 후회 한 점 없다는 얼굴을 띄운 채, 그저 눈물 한 방울만을 또륵 흘려낼 뿐이겠지.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미안해, 교주 그동안 고생시켜서."


"그동안 내 유치한 장난같은 거 재밌게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심심했던 인생에 새로운 낙이었어, 교주와 함께 해서 늘 재밌었고, 행복했어."


"잘 있어, 나중에 봐, 그 누구보다 빠르게 먼저 배웅갈 테니까."



"....사랑해, 교주."



그 말은 들은 교주는 언제 가만히 있었냐는 듯이 급하게 셰이디를 향해 뛰쳐나가겠지.



목을 찌르고 있던 낫을 집어 저 멀리 던져버리고, 언제 무시했냐는 듯이 셰이디를 품 안에 품겠지, 어디 하나 부서질 만큼 엄청나게 강하게.



연신 미안하다고, 교주라는 게 바보같은 짓이나 하고 있었다고, 내게 뭔 짓을 하든 상관 없으니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외쳐대겠지.



그 말에 잠시 동안 대답이 없던 셰이디는, 곧 쿡쿡거리면서 웃어대기 시작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이 심각해보이는 짓거리 역시도 백이면 백 장난이었지.


여태 피인 줄만 알았던 그건 사실 토마토 소스였고, 자기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목 근처에다가 몰래 소스를 숨겨놓은 것 뿐이었다는 것을. 



"쿡쿡.. 결국 또 속아넘어갔네? 으응~?"


"유령이 죽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니 애초에 죽음이란 게 없는데~ 이런 유치한 장난에 속다니.. 푸흡!"



교주는, 어이가 없었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셰이디가 무사하다는 그 사실만으로, 교주는 한숨을 내쉴 수 있었겠지.



그저 그런 생각들을 품은 채 셰이디를 끌어안은 채로 몇십 분을, 그러면서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을 내뱉을 뿐이겠지.



어째 셰이디도 가만히 있을 테고, 자기가 잘못한 것이 뭔지는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느끼고 싶었던 교주의 따뜻한 품 안을, 지금 당장 마다할 필요는 없으니까.



은근히 흐르는 눈물 속 꽃피어오르는 안도감, 교주에 대한 또다른 마음 같은 건 이제 더이상 마음 구석에 숨겨놓을 필요가 없겠지.



"...앞으로는 장난같은 거 적당히 칠테니까... 그냥.. 곁에만 있어줘.. 계속.. 응...?"



"마지막에 내뱉은 말은... 진심이니까."




캬 시발 이런 스토리 어캐 참노~~



원래 장난 심한 애는 무시로 깨닫게 해줘야 순애임 ㄹㅇ



닭장닭장이라고 놀리지만, 예쁘면 다임 ㅇㅋ? 셰이디는 예브잔ㄹ아!



한 줄 요약: 셰이디 무시하다가 분노의질투착정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