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에는 모든 걸 기억한다


마도서와 재능 빼곤 다 무심하게 버릴 것 같지만 제리에는 사실 모든 마법을 공평하게 기억하듯 모든 제자를 공평하게 기억한다


재능을 끝까지 살리든 말든, 역사에 이름을 남기든 말든 그 제자가 좋아했던 마법까지 전부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후회는 없다


나는 그런 제리에가 한 남자와 섹스를 했었으면 좋겠다


탐구심 때문인지 변덕 때문인지, 계기는 안 중요하다


한 번 몸을 섞었다 해서 엘프인 제리에가 늦바람이 들거나 하는 일도 없을 거다


단지 어떠한 이유로(아마 섹스로 제자의 성욕을 풀어줬더니 더 빨리 재능을 키운다는 그런 이유) 한 남자와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고


그게 썩 싫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제리에는 그 섹스를 기억할 것이다


온 세상의 거의 모든 마법과 자기가 일궈냈던 제자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듯이 그 자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제리에는 플람메가 좋아했던 마법으로 그녀를 추억하듯이, 그 남자가 좋아했던 섹스로 으레 그를 추억할 것이다


후회 없이 섹스했던 그 남자의 자지를 기억속에서 나른히 되짚을 것이다


뒤늦은 연심이나 애타는 정욕 따윈 없는, 다만 잔잔하고 또 선명한 기억 속 풍경을 마음에 그리는


그런 제리에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을 수 없이 꼴려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