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나는 과거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었다.

유료화까지 한 소설을 연중했을 때였다.


분명 처음에는 완결까지 달릴 생각이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물었었다.


돈이 없어서?

매일같이 랭킹에 들던 소설이다.

어지간한 직장인들 월급만큼은 받았다.


건강이 악화되어서?

매일같이 헬스장에 다니던 나다.

그 정도로 몸이 안 좋았으면 애초에 연재 자체를 하지 않았다.


들키면 그렇고 그런 일이 벌어질 내용이라?

이상한 내용은 아니었다. 평범한 판타지 소설이다.

주변인들에게 들켜서 부끄러울 일은 있을지언정, 쪽팔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그랬냐고?

정답은 그냥이다. 정확히는 다음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단지 초반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그렇지.


초보 작가가 흔하게 하는 실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이렇게 뒤틀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소재가 무럭무럭 떠올랐다.

물론 그 흥미로운 소재를 연재할 능력 따위는 없었다.


기껏 비싼 재료를 찾아놓고 전부 망쳐버린 요리를 내놓은 격이었다.


그 결과는 굳이 적지 않아도 되겠지.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한달 정도 쉬다가 올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독자들도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2달이 지나자 의문을 표하는 댓글이 달렸고,

3달이 지나자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2년은 많은 것들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매일같이 올라오던 알람도 꺼졌다.

반년전부터는 아무런 댓글도 달리지 않는 상태였다.

마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난 버젓히 다른 소설을 멀쩡하게 연재하고 있었다.


연중이력? 

예상과 달리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쪽 업계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 그럴까.

아니면 내 소설이 그런 걸 신경 쓸 정도의 작품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어느쪽이든 나에겐 좋은 일이다.

무책임한 연중작가에서 예쁜이 수술 받고 온 중고신입이 되었으니까.


어딘가에 사는 보라돼지와 고라니가 듣는다면 분명 노여워하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연중을 했고, 다른 작품을 멀쩡히 연재하고 있는데.


설마 연중했다고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있겠어.


-콰아앙!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치였••••••."


에미.


***


연중한 소설에 빙의당했다.

내가 작가라서 그런지 다른 소설과 헷갈리는 일은 없었다.


황제 이름을 퐁퐁따리로 지은 덕분이었다.


빙의국룰인 상태창을 외쳐보았다.

상태창은 없었지만, 대신 특전능력이 있었다.


개변능력.

내 의지대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어이가 없어졌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연중작중에서 내 소설을 고른건데.


짖궃은 장난이란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포기해버린 소설의 끝을 맺을 기회.


갑자기 의욕이 솟았다.

이 능력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 3분동안 유지된 생각이다.

난데없이 떠오른 새하얀 스크린 때문이었다.


['용사가 자살했다' 갤러리]


[작가 새끼 죽여버리고 싶으면 개추][8]

[개씨발새끼 5700자 마렵네][12]

[귀환만 해봐라 넌 죽을 줄 알아라][6]

[혹시나 모를 이유로 TS물약 준비한 사람만 개추][42]

[아, TS물약만 준비했겠냐고 ㅋㅋㅋ][17]


아무래도 나보다 먼저 온 독자들이 있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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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티내면 죽는다.














+) 작가티내면 차단한다는 공지보다가 떠올랐음.

이런 소설 있으면 추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