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많이들 아키타입: 어스(이하 어스)를 알퀘이드라 부르고 있고 실제로 이건 틀린 말이 아니라 딱히 문제는 없는 표현인데,
아주 딥하게 빠는 달빠가 아닌 이상 알퀘이드는 알아도 어스는 딱 '알퀘의 다른 측면' 정도로만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스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볼까 함. 

스토리에 관련된 요소들은 최대한 쳐냈지만 설정에 관련된 것들을 다루다 보니 페그오, 월희, 페엑을 포함해서 다소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점 유의해서 봐주셈.


글이 쓰다보니까 장문주의가 되어버려서 바쁜 사람들은 맨 끝에 내리면 3줄요약 있으니 그거 보면 됨 

아키타입: 어스는 누구인가?

어스는 월희의 여주인공 알퀘이드 브륜스터드의 또 다른 측면이며, 내면에 봉인된 그녀의 근본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음. 페그오 식으로 표현하면 얼터에고 정도로 생각하는 게 편할듯.
먼저 어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얼티밋 원'과 '아키타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니까 그 두 가지부터 해보자면



얼티밋 원 (원초의 하나):

월희 시리즈, 페이트 시리즈, 공의 경계 시리즈와 마법사의 밤 시리즈를 아우르는 타입문 세계관에는 얼티밋 원이라는 설정이 존재하는데,

이에 관한 것이 처음 등장한 건 월희, 페스나도 아니고 아예 타입문이 세워지기도 전에 나스가 집필한 소설 '강철의 대지'임. 

https://typemoon.fandom.com/wiki/Land_of_Steel
https://dic.pixiv.net/a/%E9%8B%BC%E3%81%AE%E5%A4%A7%E5%9C%B0#:~:text=%E9%8B%BC%E3%81%AE%E5%A4%A7%E5%9C%B0%20%EF%BC%BBover%20count%201999%EF%BC%BD&text=%E7%94%9F%E7%89%A9%E3%81%AE%E4%BD%8F%E3%82%81%E3%81%AA%E3%81%84%E4%B8%96%E7%95%8C,%E3%81%AB%E8%A6%86%E3%82%8F%E3%82%8C%E3%81%A6%E3%81%84%E3%82%8B%E3%80%82


강철의 대지는 지구의 인류문명이 사실상 멸망에 치달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고, 여기서 등장하는 얼티밋 원들은 간단히 말하면 '각 천체를 대변하는 최강의 존재' 라고 볼 수 있음. 
천체의 의지를 수행하는 수족이면서, 동시에 해당 천체에서는 각종 자연현상들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천체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는 존재임.

여기서 천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이유는 대표적인 행성인 지구, 수성, 금성 등등... 에서는 물론이고, 일개 위성일 뿐인 달에도 존재하기 때문. 

천체가 어떤 조건을 거쳐야 얼티밋 원을 낳게 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지만 얼티밋 원은 천체의 대리인인 동시에 일종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바는 생명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그 장소에서는 얼티밋 원이 탄생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음. 현실의 달에는 당연히 생명체같은 건 없지만 타입문 세계관의 달에는 문명이 존재했고, 

(정황상 얘 세력과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는) 모종의 이유로 멸망한지라 ㅇㅇ
하여간 이런 얼티밋 원들을 가리키는 일종의 분류명이 존재하는데 (개체명이 아님. 개체명은 전부 따로 있음) 이게 Type: XXX의 형식을 가짐. 수성의 최강자는 Type: Mercury, 달의 최강자는 Type: Moon 같은 형식인 거.



아키타입:
이것에 관한 설정은 한그오에선 아직 나오지도 않은 2부 7장에서나 풀렸기 때문에 때문에 최대한 핵심만 요약해서 적자면,
'아키타입' 이라는 건 정령들 중에서도 그 태생이 다른 수많은 정령들과 근본 자체가 다른 존재들을 가리키는 용어임.


이에 관련된 설정은 2부 6장에서 이미 자세하게 묘사됐는데, 
-2부 6장의 핵심 설정 중 하나인 '요정향 아발론'이라는 것은 '별의 내해'이며, 
-더 나아가 아발론은 단지 이를 가리키는 수많은 명칭 중 하나일 뿐이고 (즉 다른 신화에서 아발론 비슷한 환상의 세계가 있다면 그건 근원적으로 같은 공간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소리)
-'별'(여기서는 항성만이 아니고 주요 천체들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을 일종의 의지를 가진 생명체로 취급하는 타입문 세계관 상 별의 내해라는 것은 지구의 내부, 마음, 두뇌 정도가 될 수 있겠음.


그리고 아키타입은 그런 별의 내해에서 태어난 존재들을 가리키는 용어임.
즉 2부 6장을 해본 페붕이들은 알겠지만 님들이 떠올리는 몇몇 캐릭터들도 설정상 아키타입이라 분류될 수 있음. 

지구의 내해에서 태어나 지구의 근본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기 때문에 '아키타입', 즉 원형이라는 분류명이 붙게 된 것.



여기까지 알았으면 이제 의문인 점이 두 개 정도 생길 수 있음. 
첫번째는 알퀘이드와 어스가 같은 존재라고들 하는데, 대체 왜 '달공주' 알퀘이드의 다른 측면이 아키타입 '어스'지? 이고,
두번째는 어스는 등장 대사부터 스스로를 얼티밋 원(원초의 하나)라고 부르고 있는데 왜 'Type: Earth'가 아니라 'Archetype: Earth'일까? 가 될 거임.

일단 첫번째를 설명하기 위해서 알퀘이드가 달공주(월희)인 이유부터 알아보자면 

알퀘는 '붉은 달의 브륜스터드', 통칭 '붉은 달'이라는 존재에게서 태어난 진조인데, 
https://typemoon.fandom.com/wiki/Crimson_Moon

https://dic.pixiv.net/a/%E6%9C%B1%E3%81%84%E6%9C%88

이 붉은 달이 바로 달의 최강종 Type: Moon임. 

달의 최강종으로서 군림하던 붉은 달이 위에도 이미 언급한 모종의 이유로 달 문명이 좆망하자 마침 딱 가까이서 새로 터 잡기 좋아보이는 (이는 얼티밋 원이 단순한 천체의 힘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과 의식을 가진 생명체라는 방증이기도 함) 지구에 이주해서 지구의 '가이아 억지력'과 교섭하여 행성의 경찰 역할을 할 '진조'들을 만들어냈음.
하지만 붉은 달 본인은 달에서 온 외부인인 채 그대로였기 때문에 지구의 억지력을 뚫고 제대로 터를 잡기 위해서는 지구의 개념 하에서 태어난 육신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언젠가 태어날 자신의 힘과 위치를 계승받을 완벽한 그릇을 폭주시켜 강림할 용도로 자신의 후손이나 다름없는 진조들에게 '흡혈충동'을 심었는데,


이는 MZ 갓겜 월희(구판 신판 상관없이)의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매우 중요한 설정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함. 

하여간 달의 얼티밋 원의 후손들인 진조들 중에서도 알퀘이드는 사실상 분신이나 다름없는 최고의 순도를 가진 그릇이기 때문에 'Type: Moon의 자리를 물려받을' 달의 공주가 되는 것임.



그런 알퀘는 월희 스토리 상 주인공 토오노 시키에게 초면부터 다짜고짜 끔살당하는 사건을 겪는데 (그 유명한 17분할) 

이로 인해 본래 진조를 숙청하는 진조, 필요할 때 쓰이고 붉은 달의 부활을 막기 위해 다른 진조들이 평소엔 천년성에 가둬두는 병기나 다름없던 차갑고 냉혹한 성격의 알퀘에서 다정다감하고 진정으로 인간스럽다 할 수 있는 성격의 알퀘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어느쪽이든 알퀘 본연의 모습이 맞으며, 붉은 달의 힘을 각성한 상태는 전자의 면모가 다시 커지는 것에 가까움.

위에도 적었듯 흡혈충동이 폭주한 그릇은 "새로운 붉은 달"이 되지만, 아키타입: 어스 상태는 정확히 말하자면 알퀘가 몸을 완전히 빼앗겨 과거의 붉은 달 그 자체가 다시 강림하는 것이라기보단, 
애초부터 평소에도 붉은 달로서의 모습(힘, 정신성 등)을 내면에 잠재워둔 알퀘에게서 그러한 면모가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다는 소리임.

설령 붉은 달의 측면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알퀘 본인의 의식을 잡아삼키고 튀어나온다 해도 (멜티블러드에서 어스 본인의 루트처럼) 결국 알퀘와 주도권을 가지고 다투며 다시 넘겨주기 때문에 알퀘이드라는 베이스를 공유하는 같은 존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음. 애초에 붉은 달이 되는 알퀘이드는 힘과 기억을 계승한 "새로운 붉은 달"이기 때문. 

이는 자신과 붉은 달(our father)을 분리해서 보는 멜블에서의 대사로도 뒷받침이 되는 사실임. 

또한 알퀘는 붉은 달의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 있으면서 동시에 지구의 내해에서 태어난 진조, 즉 지구의 법칙 하에 태어나 지구에서 살아가는 지구의 존재라 '달의 얼티밋 원'의 측면과 '지구의 아키타입'의 측면을 둘 다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임. 

허나 아직까지 지구의 얼티밋 원은 존재하지 않는데, 이 사실이 바로 두번째 '어스는 왜 Type: Earth가 아니라 Archetype: Earth에 불과한가?'와 연결되어 있음.


직전에 언급한 배경설정과 맨 위에 첨부한 스샷을 보면 알겠지만 알퀘이드의 공상구현화는 알퀘이드의 상태에 영향을 받을지언정 얼티밋 원의 그릇 아니랄까봐 지구를 가지고 노는 수준의 출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럼에도 여태까지 지구의 얼티밋 원이 아닌 이유는 2001년 출시된 월희 구판의 후속작 '가월십야'에서 처음 등장한지 2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고 2022년 일그오에서 어스가 실장되면서 마테리얼이 공개됨에 따라 드디어 이유가 밝혀짐.


설정으로는 분명 존재하는데 여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알퀘이드의 언니격 존재 '알트루주 브륜스터드' 때문에 원초의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것. 
즉 알트루주는 최소한 알퀘이드 급 출력, 즉 행성 스케일의 힘을 가지고 있고, 지구에서는 이 둘이 결판을 내야 진정한 Type: Earth가 탄생한다고 볼 수 있겠음. 이게 바로 아키타입: 어스가 아키타입: 어스인 이유임. 



3줄요약)
-알퀘이드는 본인을 포함한 진조들의 오리지널인 '붉은 달'의 후손이자 분신이다.
-진조들 중에서도 최강의 그릇인 알퀘이드는 새로운 붉은 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상태가 바로 아키타입: 어스. 한마디로 둘은 같은 존재가 맞다.


신나게 쓰다보니까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원래는 사실 아키타입: 어스가 한그오에 실장된 게 왜 한국의 달빠들에게 기념비적인 일인지 쓰려고 했고
그거 쓰기 전에 어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 좋을 거 같아서 시작하다가 본래 쓰려던 건 쓰지도 못하고 캐릭터 소개글이 되어버렸음;;
개인적으로 어스에 관한 건 쓰고 싶은 게 참 많은데 반응 괜찮으면 이 글 포함해서 3부작 나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