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부분이 익히 잘 알고 있을 한국의 도시인구 추이부터 살펴보자.

-1920년대는 조선의 도시화가 막 시작할 시기라서 순위에 읍도 아니고 면(!)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물론 읍제가 시행된게 1931년이라 아직 읍으로 승격된 면이 없었지만. 구 경성부의 일부였다가 1914년 부군면 통폐합으로 고양군에 편입된 성저십리 지역의 면이 순위에 무려 세 곳이나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북부지방의 도시들이 폭풍성장했고 따라서 광복 직전인 1944년(표에는 1945년)에 이르러서는 순위의 거의 절반인 아홉 곳이 북부지방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청진 같은 경우에는 1925년부터 1944년까지 무려 793%(20,649명->184,301명)에 달하는 성장을 보였다. 동 시기 남부지방의 인구가 조선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으며 북부지방의 두 배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선전. 지금이야 전국 5, 6위인 대전과 광주도 이 때 당시에는 10위권 밖이었다. 

-특기할 점으로는 1925년 전국 6위의 대도시였던 개성이 1944년에는 15위까지 가파른 하락을 보인 것과 1944년 일개 읍에 불과했던 흥남읍이 전국 7위의 도시로 도약했던 것이 있다.

-분단 이후에는 북부지방 도시들이 대거 순위에서 이탈함에 따라 순위에 엄청난 대격변이 있었다. 남부지방 도시들이 순위를 점령하다시피 하며 북부지방 도시들을 대신했고 1966년(표에는 1965년) 전국 농촌인구가 정점을 찍었을 때에 와서는 드디어 이전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강원도 도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등장과 함께 빠른 리타이어.

-이후에는 모두 알다시피 유래없는 엄청난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 1965년에는 순위에 세 곳에 불과하던 수도권 도시들이 2018년에는 과반수인 열한 곳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대로 동일한 기간 동안 호남지방은 여섯 곳에서 두 곳까지 줄어 세 곳의 호서지방에게 추월당했다.

-2018년 도시인구(주민등록통계인구)는 그 이전의 자료(총조사인구)와 집계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을 포함하냐 안하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으며 실제 인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일본.

-1925년의 인구 순위와 현재의 인구 순위를 비교해보면 한국과는 대비되게 현재 인구 순위에 올라와 있는 도시들이 1920년대에도 상당수 순위에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화가 일찍 시작되어 도시들의 순위가 일찍이 확립되었으며 분단된 한국과는 다르게 전범국으로 낙인을 찍힘에도 불구하고 본토는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되어 한국보다는 순위의 변동 폭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기할 점으로는 1920년대에는 오사카의 인구가 도쿄 인구보다 많았으며, 순위에 전국인구의 14%을 차지했던 규슈 지방 도시가 다섯 곳이나 있었고 인구의 4%에 불과했던 홋카이도 지방 도시가 세 곳이나 있었다는 것이 있다. 반대로 동시기 전국인구의 10%를 차지했던 도호쿠 지방 도시는 꼴랑 센다이 하나였다. 규슈는 몰라도 지금은 삿포로 제외하면 죄다 시망인 홋카이도를 생각하면...

-1940년대 점차 성장하던 일본의 도시인구는 태평양 전쟁으로 박살이 났고 그에 따른 유의미한 순위변동이 있었다. 주로 대도시와 전쟁특수로 성장한 도시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고 특히 원자폭탄 투하를 겪었던 1940년 기준 인구 343,968명으로 전국 7위였던 히로시마와 252,630명으로 전국 11위였던 나가사키는 각각 137,197명(27위)과 142,748명(25위)로 주저 앉았다. 이후 히로시마는 전쟁의 피해를 딛고 정령지정도시로 승격되었으나 나가사키는 그냥저냥 평범한 지방 현청소재지로 전락했다. 일본 본토 공습으로 인해 도쿄를 위시한 다른 대도시들도 인구가 1/2 또는 1/3으로 줄었지만 전쟁 이전 다른 도시들보다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인지 비교적 순위 변동이 크지는 않았다.

-이후에는 대체적으로 한국의 사례와 비슷한 도시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별로 거론할 것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한국보다는 수도권 집중이 덜 하다는 것이 있다. 2018년 기준 한국 수도권은 순위의 과반수인 열한 곳을 배출했지만 일본 수도권은 고작 여섯 곳을 배출했다는 것에 그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도시들의 인구순위를 합쳐보았다.

-일제강점기 초에는 한국의 상대적으로 적은 전체인구(남북 합쳐서 일본의 1/3)와 뒤처진 도시화로 인해 수도 경성을 제외한 순위의 절대다수가 일본의 도시로 채워져 있었으며 일제강점기 말에는 뒤늦게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은 일본을 추격해 여섯 개의 한국 도시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단 이후 1960년대 한국의 도시는 북부지방의 이탈에 따라 네 곳으로 줄었고, 빠른 성장을 거듭하던 서울이 오사카를 추월함에 따라 순위 1위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1980년대~199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의 도시화가 슬슬 마무리될 시점에 한국이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많은 한국의 도시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서울이 도쿄를 추월하게 되었고, 2010년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순위의 거의 절반인 아홉 곳(!)이 한국의 도시가 되었다.

-2010년대에 시작된 한국 대도시의 인구감소와는 반대로 대도시로 인구가 다시 이동하는 일본의 도심회귀 현상으로 말미암아 현재는 일본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머지않아 도쿄가 서울을 재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