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면 거른다는 글이 있어서 한번 써봄.


해병대 사실 그대로 알려준다.



1. 구타 및 부조리


연평부대 대연평도 북쪽 해안 진지에서 포병으로 근무했었음. 병장 만기 전역했고.


다른 부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당시 해병대는 배치받을 곳이 크게 4곳으로 정해졌었다. 


백령도 6연대


연평부대


김포 2사단


포항 1사단"


뭐 목포나 제주도 해역방어, 해병 사령부, TMO 등등 특수 보직은 다수가 아니니 논외라고 치고.



전역한 친구들이나 복무 당시 훈련소 동기들에게 근황 체크를 많이 했었다.


부조리가 심한지, 폭행이 심한지 등등.



그리고 대부분 답변은 백령도, 포항 쪽은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쪽이였고,

(야 연평도 심하다던데 괜찮냐? 이런 것. 실제론 괜찮았으니...)


2사단은 빡센 분위기는 확실히 있었던 느낌인데, 아닌 곳도 있었는 듯 하다.



사실, 부대보다는 병과에 따라서 빡센 분위기 여하가 달라지는 것 같다.


대개 중장비를 다루는 전차나 장갑차 부대는 어딜가나 조금씩 빡센 분위기는 있었던 뉘앙스였음.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팩트 체크가 필요하긴 함. 우선 분위기 상 그랬고, 눈빛도 좀 달랐다 이 친구들은.


아마도 사람이 쉽게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장비를 다루니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연평도 포격전이나 총기 난사 같이 흉흉한 일이 많이 있던때라 그랬는지 몰라도,


훈련소는 물론이고 자대 배치 받고 이병 때부터 1대도 안맞고 전역했음


물론 내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고. 다들 어떤 느낌인지 알잖아? 


그냥 물 흐르듯이 지냈고, 병과 공부 열심히 했고, 어렵지 않는 것 시키는 것 따라하고, 어려운 것 있으면 내 관할 아니라고 잡아 떼고.


일반적인 복무자랑 크게 차이는 없는 듯.



아, 물론 한두번 크게 혼나면서 맞은 해병 친구들은 있을 수도 있을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그 비율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







대신 행동에 제약이 있는 부조리? 같은 것은 있었음


그런데 솔직히 애들 장난 수준이고, 무슨 게임 레벨업하는 듯 한 시스템임


이를테면, 



1-1. 이병 때는 혼자 담배를 못 피운다. 선임이 피우러 나가자고 하면 나간다

그런데 이건 짬 날때 눈치껏 몰래 몰래 피우다가 한 2~3주 뒤에는 혼자 피러 나가도 별 말 없더라고.



1-2. 계급마다 입을 수 있는 츄리닝이 있다.


해병대 보급 이외에 사제 해병대 츄리닝이 있음.



이게 뽀급 츄리닝이고,



이게 싸제 츄리닝임.

마크사 같은 곳에서 구매 가능한데, 일이병이나 호봉이 안되면 함부로 못 입었음.


상의는 뭐라고 했는데 이름이 기억은 안남. 연평 부대는 일병 5호봉 부터 입을 수 있음.

하의는 반딱이라고 했는데, 상병 5호봉 부터 입을 수 있음.





아, 참고로 그 김포 총기 난사 사건때 빤스만 입고 도망쳤다는 '빤스런'알지?

뭐 변호라면 변호인데, 그게 빤쓰가 아니라 이 반딱이라는 츄리닝임.

그런데 하도 짧다보니 '빤쓰'로 착각한듯. 

계급 높은 사람들은 대개 이거 입고 자고 생활하고 놀거든. 이유는 엄청 편해.





이런 츄리닝에 계급제가 있는 이유는 아마도

츄리닝 입고 영외로 나갔을 때 다른 해병의 계급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아니였나 싶음

츄리닝에는 계급장이 없으니깐 혼동하지 말라고 그런 듯.





1-3. 기타


그외에 


뭐 젓가락은 상병인가? 부터 사용 가능하다라는 것이라던지


아니면 군복이나 팔각모 특이하게 각잡는 거라던지



뭐 이것 저것 있기는 한데 많이는 생각이 안나는 듯. 




사실 제대로 지켜지는 것들은 위에 몇가지 정도이고, 벌써 세월에 조금 흘렀으니 나도 기억이 안남 ㅋㅋㅋ


그런데 생활하면서 '와 씨 이런걸 제약하나? 존나 치사하다'


이런 것은 없었음. 


사람 생리적인 현상이나 그런 것을 제약하는 건 아니여서인지, 


막 부조리라기 보단 재밌던 적도 있었는 듯. 계급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 참고로 해병 반지는 없었다. 무슨 반지계라고 옛날에는 후임들이 돈 모아서 전역자한테 금반지 해줬다고 했는데


내가 이병일때도 병장들은 그거 구경도 못해봤다고 하니, 적어도 나 있던 곳은 사라진지 오래인듯.




1-4. 벌레 먹이기


선임은 시키지만 나는 안먹어 봤고, 실제 먹는 사람 못봤다로 정리할 수 있는듯. 


뭐 기합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섬이라서 섬 대형화가 일어난 것인지 벌레들이 하나같이 흉측하고 엄청나게 컸었다.


진짜 과장이 아니라 방아개비가 담배갑 길이만큼 길고 통통했고, 


무슨 이름 모를 날갯짓 빠른 날벌레는 벌새로 착각할 정도였음. 


오바 싸는 것이 아니라 성남 출신 후임이 저게 벌새냐고 물어봤던 것이 기억나네.


뭐 그런데 이건 다른 군부대도 이상한 동물들 많으니 제외.




아무튼 이런 벌레를 잡아서 선임들이 먹으라고 하는데, 대개 장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입에 넣으라고 치면 


"야 됬다 됬다 이시키 선임 나쁜놈으로 만들라고 하네 ㅋㅋㅋ"


이러고 다시는 권유 안함. 내가 봤을 때는 처음 온 애 기합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



처음부터 딱 거절하고 하는 애들한테는 계속 집요하게 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마저도 나 상병때는 없어진듯. 나나 동기들이 없앤 건 아니고, 그냥 아예 하는 애들이 없어 보이던데.


다른 애들은 은밀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했다 안했다 이런 말 자체가 없었음.




1-5. 기수 열외


이건 있었던 것은 사실이였는듯. 일단 내 중대에도 거의 기수열외? 비슷한 분위기의 친구가 나중에 들어왔는데


투명인간 취급까지는 아니여도, 병사들끼리 하는 중요한 자리 같은 곳에는 자연스럽게 빠져있음.


막 공개적으로 망신이나 모욕주고, 관물대에 이상한 쓰레기 넣고. 

이렇지는 않음. 


왕따 까지는 아니고, 그냥 서로 선 지키고 상호 문제 안 일으키는 선으로만 대해줌.


거기다 다른 병과면 말 걸어도 딱히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음.




나는 기수열외 친구 들어올 때 말년 즈음이라서 처음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담배피러 자주 나가고 이야기도 자주 하면서 나름 노력했었는데,


그냥 사람이 좀 찐스러운 분위기라서 인간적으로 친해지긴 어렵더라고. 


잘 씻지도 않아서 냄새도 많이 났음. 담배 냄새를 뚫고 날 정도였으니깐.



기수열외자들은 '찌르레기'라고 해서 다른 병사 어처구니 없는 것으로 영창이나 군기 교육 보내면 생기는 칭호로 알고 있음.


우리 중대에 들어왔던 그 친구도 뭐 맞거나 욕한 걸로 찌른게 아니라, 티비 자기가 보고싶은 것 못보게 해서라고 했나?


그렇게 들었음.





2. 힘들었던 점


2-1. 자원이 없다.


해병은 해군에게 배분된 예산을 나눠쓰는 형태라서(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름)


해군에서 나누어주는 짜투리 예산만 씀.


그래서 장비도 옛날, 보급도 후졌고 오는데도 느림. 밥도 후졌고...


뭐 하나 신청하면 섬이였는지 몰라도 굉장히 느렸음. 당연히 진지에 PX도 없었고.



그런데 휴가나 외부로 출타할 때 마다 인천 해역 방어 사령부의 해군들의 삐까번쩍한 보급이라던지


영내 식당?이라던지 입고다니는 옷이라던지


사실 상대적 박탈감이 조금 든 것은 사실임. 그렇다고 해군 괴롭히는 것은 비정상이고, 그냥 부러웠음.



대신 총알이랑 탄약은 오지게 많이 줌. 


아마도 해군은 지상 병력이 많이 없는데다가 사격 훈련도 적으니 


돈은 안되고 보관하자니 유지관리비 들고, 소모해야하는 탄약들은 해병대에게 몰아 준다라는 느낌이였음.



그래서 사격 훈련은 오지게 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주마다 개인 화기 사격 200~300발은 쐈던 기분임.


사격 훈련도 그냥 누워쏴 앉아쏴 엎드려쏴 이런 것이 아니라 



전력 질주 후 뛰어 쏴, 방독면 쓰고 전력 질주 후 쏴 이런 것도 했었는데


그때는 군 기밀 어쩌구 했는데 괜찮겠지? 여기 파라과이인가 과테말라 서버라며


이런 위험하다고 훈련 햇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들엇긴 햇는데 아무튼 이건 신선해서 기억에 확실히 남아있음



2-2. 병과의 다양화


이건 연평부대 특징일수도 있는데


ㄹㅇ 사람 수 달려서 별 잡일 다 시키는 중소기업 마냥 한 사람이 여러 병과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나의 경우에는 포병 특기로 들어와서 진지로 배정됬는데, 



방공진지이니깐 사수 전사했을 때 발칸포 쏠 줄 알아야 한다고 20mm 발칸포 쏘고,


1종 보통 운전면허 있네? 자주발칸포 부조종수 부사수로 배정되고,


국립대 다니네? 머리 좋겠네? 미스트랄 유도탄 조장으로 들어가고,


시골 출신이네? 예초기 돌리고.



별 특기란 특기는 다 시켰음 ㅅㅂ 상병까지 맨날 전과책 달달 읽고 다님.


후임이 뭐 장비 관련 물어보는데 대답 못하면 개 쪽팔리니깐 또 자연스럽게 열공 하게됨 ㅋㅋㅋ




3. 재밌는 점


3-1. 훈련


훈련 특이한 것 많음. 특히 섬이라서 지휘 체계가 자유로운지 독립적인 건지


과감한 실훈련도 많았음. 기억나는 건 주변 부속 도서 점령이라던지, 무인도 탈취 훈련 등등


그런데 이 섬이 북한 섬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섬인지는 사실 누구도 모른다고 들었음 ㅋㅋㅋㅋ 그냥 공유지였는듯.


지금 찾아보니 섬이 작아서 구글 지도에는 안나오네



3-2. 해병대 전역자들의 현역자 대우


용산역에서 집가려고 기차 기다리면서


담배도 태우고, 이리저리 구경할 겸 한바퀴 돌아다니면


해병대 전역한 직장인들이 지나가면서 "고생하세요!"하면서 용돈 주는데 이게 몇만원씩 수금됨 ㅋㅋㅋ 



최대 일병 정기때 3시간동안 8만원 + 던킨도너츠 8개 들이 1박스 받았었음.


용산역 들어오는 기점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던킨도너츠 사장이 해병인지는 말은 안했었는데


그냥 가져가라고 하시더라.



해병대라고 조용히 돈 주는 사람들 많음 용돈 쓰라고. 


뭐 인터넷 보면 광장 한복판에서 노래 시키고 경례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나는 없었음.


그냥 수고하라고 하고 몇 만원 돈 주고 쓱 지나가심



그리고 난 꿀꺽 함ㅋㅋㅋㅋ 나는 뭐 준적 없음 ㅎㅎ


나 전역 이후에 예전 대학 다닐 때 버스 기다리면서 


그냥 편의점에서 레쓰비 하나 사준게 전부이다.


77ㅓ억-




3. 개병대가 생기는 이유


3-1. 기대치


남탓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만약에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해병대 나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사람들이 계속 끈질기게 물어본다. 



막 벌레 먹어봤냐, 얼마나 맞았냐 등등등


직장이든 학교든 뭘 계속 끈질기게 물어보는데


아 나때는 안그랬다 지금은 바뀌었다 말해도


다른 사실로 와전되고 지 혼자 확대해석됨 ㅋㅋㅋ


사람들 머리 속에 있는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무서운 듯.


같은 대학 다니는 친구는 그냥 귀찮아서 얼토당토 않는 것 대충 이야기 했는데


진짜로 믿고 나중에 크게 퍼졌더라고 ㅋㅋㅋ 이렇게 아차 싶은 순간이 있음.



아무래도 숫적으로 소수자이다보니 정확하지 않거나 많은 데이터가 없는 만큼 와전되는 소문이 많은듯.


거기다 요새는 해병 전역자들이 군적 숨기고 다니거나 아예 일체 언급도 안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리고 여기 계신분들은 다들 알겠지만,


해병대는 육해공군 같이 전략의 목적이나 성격이 다른 군대이지


뭐 엄청나게 특출난 훈련을 받는 특수부대는 절대 아님.


다만 훈련이 자주 있고, 또 약간 비틀어서 한다는 것 뿐이지.


여기에는 그럴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특별하게 치켜세우거나 해줄 필요까지는 없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3-2. 그래서 개병대는 없느냐?


있음. 비율은 


정상인 9:1 개병대


이거나 그 이하인듯.



3-3. 개병대는 생기는 이유


100% 확실하게 어떤 사람이 개병대로 변하는 이유 설명 할 수 있음.


우선 첫째,


개병대들은 저임금, 저학력 같은 일진 따까리나 했던 룸펜이나 논두렁 양아치 같은 놈들이 많음.


저학력자들을 비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이유가 있음.



해병대? 그래 솔직히 특수부대 급의 극한의 환경은 아니여도,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불편하고 곤란한 훈련을 견디는 장소는 맞음.


사람은 성장하면서 가장 최근에 고통스럽게 어떠한 고난을 겪고 성장하는 것을 가장 강렬히 기억함.



이를테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 시간과 돈을 쪼개가며 결국에 취업에 성공한다던지


아니면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밤샘과 철야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었다던지.



개인적으로 나는 대학 때 반년 동안 영어 회화한다고 스파르타식 동아리 들어가서


거의 갇힌 듯이 동방에 살면서 영어로만 이야기하고 공부했던 기억이 가장 강렬했음.


그만큼 그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편이고.



그런데 딱히 지 인생에 그다지 큰 노력을 한적이 없고


그에 대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해병대가 가장 마지막 자신이 극복했던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었다면


그 사람은 높은 확률로 개병대가 되게 된다.


당시 군생활에서 개병대의 조짐을 보였던 친구들은, 아직도 해병대의 기억을 추모하는 삶에 살고 있고


그 기억속에서 갇혀 지낸다.


안타까운 삶에 안타까운 인생인거지.








정리하면서


원래는 정말 간단하게 글 쓰려고 했는데


쓰면서 억울했던 한이 쌓여서 한번에 나온 것도 있고


또 이런 글을 쓰는 곳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 그래서 오전 근무 날치기로 끝내고 점심 되서야 탈고한다.



불가피하게 글이 길어진 점 양해 바라겠음.


긴글이라 얼마나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내 욕심이지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해병 선배 후배 친구분들


기수 말하는 건 문제 없으니 상관없는데


기수 말하고 나서 자기보다 낮으면 갑자기 우쭐해져서 우세 떨려고 하고


도리어 자기보다 높다고 대우해줄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들 치고 제대로 멋지게 사는 사람 못봄.


그냥 우리는 2년동안 나라 잘 지키고 온건데, 뭘 아직도 그 망령에 갇혀 지낼 필요가 있나



혼자서 묵히고 지내면 그건 '자부심'이겠지만,


그걸 과장하고 남한테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하면 '자만심'이 되는 거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 아니라

한번 해병은 2년 해병임


이성과 현실을 직시했으면.




일반인들에게


선입견과 색안경을 쓰지 않고 해병대를 봤으면 함.


당신들에게는 고정관념으로 때려부숴야할 적폐 마냥 대하지만


나는 당신네들 군생활처럼 당시 나름의 경험과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임


개병대들도 있지만, 조용히 지내는 해병들은 더 많음


직장에서 3~4년 가까이 알고 지냈던 동년배 직원이 알고보니 연평도 옆옆부대원인 경우도 있었음.


이런 숫자가 허수로 작용하니 잘 안보이는 면도 있고.



그냥 당신들같이 군대 갔다 온거고, 사령부랑 옷만 달랐을 뿐


똑같이 나라 지키다 온 사람이고 그냥 그때 다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일 뿐


괴물이거나 무슨 꼴통이 아님.


'해병은 걸러야 제맛' 이런 자세는, 스스로를 주홍글씨를 새기고 인간적인 한계를 구분 짓는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