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치안이 가장 안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네임. 그곳에 난 친가를 두고 있음. 뭐 욕먹을 만하니까 욕먹는 거고, 섬노예같은 것과는 별개로 20여년 간 신안을 들락날락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써볼까 함. 혹시라도 옹호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냥 적어봄.


사실 이미 도지챈 분들이야 지리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많아서 상당한 지식이 쌓여있는 지라 지리 쪽은 나보다도 잘 아실거임. 이미 여러번 나온 얘기도 있을 거고, 그래서 난 대중교통 쪽으로도 추가적인 얘기를 해볼까함. 그리고 신안 지역 중에서도 압해도 이남 섬 지역임.


일단 신안은 대한민국에서도 유달리 섬이 많은 지역,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자체임. 여기서부터 제주도, 울릉도와는 별개로 완전 다른 느낌. 단순히 엄청나게 큰 섬에 아주 작은 부속도서가 몇 개 끼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고만 고만한 크기의 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음. 고로 중심지가 형성될 수가 절대 없는 곳. 그나마 읍, 면소재지인 섬들이 조금 큰 섬들이자 중심지 역할을 하는게 현실. 흔히 보통 신안군 지역을 보면 행정적으로 읍, 면소재지 섬+주위 낙도로 구성시킴. 할아버지댁도 면소재지인지라 몇 개의 낙도를 가지고 있음. 다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의 섬 형태들도 상당히 간척되서 잡힌 형태임. 간척 이전에는 더욱 작은 섬들이 모여있었고, 규모가 있는 섬들도 현재보다 상당히 작았음. 우리 조부모님 마을도 지금은 간척되서 집 앞마당 쪽이 상당히 넓은 논밭이지만, 예전에는 집 마당 바로 코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함. 여담으로 이번에 섬노예 사건이 터진 신의도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두 개의 분리된 섬이었음. 상태도와 하태도라는 두 개의 섬 사이에 간척을 하면서 하나로 이어졌고, 보통 주위 다른 섬들은 이런 경우 상당수 농지로 이용을 했는데 신의도는 염전이 상당히 많이 생김.


참고로 여기서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는데, 실제로 외부 사람이 들어와 살 경우에는 오히려 본 섬보다 낙도가 정신적으로는 더 편할 수도 있을 거라고 하심. 그 이유 중 하나가 완전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너무 고령인지라 외출도 힘들어서 젊은 사람들과 교류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하시더라고, 다만 이건 케바케라 조심스러움.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큰 섬들은 보통 토박이인 젊은 사람(청년 ~ 중년 정도)들이 조금 살아서 서로 친목을 통해 일종의 자기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다닌다고 하심.(이건 경험담이신 것 같음. 현재 상당히 고령이신지라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으시고, 젊은 사람들이 가끔 와서 서명이나 단체 활동에 도움같은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하는데 도통 그게 뭔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고 하심. 공직생활도 하신지라 눈치가 꽤 있으신 분임.) 결국 작은 사회를 넘어 닫힌 사회로 가는 거고, 실제로 내가 느낀 바로는 거의 닫힌 사회임. 자기들 원하는 대로 다 해먹는 거지. 고령의 노인들보다 젊은 토박이가 더 무서운 상황임.


둘째로 여러 인프라가 매우 열악함. 경제적 논리에 의해 그나마 가치가 있는 곳에 인프라가 유치가 될 수밖에 없기에 낙후된 건 당연. 다만 치안 관련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음. 신안 경찰서는 고사하고, 그냥 여러 읍, 면소재지에 목포 경찰서 산하의 작은 파출소, 치안센터 한 개씩이 전부임. 심지어 그곳에서 일하는 인원은 대부분 그 지역 출신 사람. 이번 섬노예도 역시 민관의 유착관계가 문제가 되었음. 심지어 우리 가족, 친인척들도 명절에 내려가면 혀를 차면서 올라옴.


그리고 교통 관련 인프라 역시 좋지 않다. 도로는 아직도 비포장인 곳이 많고, 그나마 관광객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던가 하는 곳만 포장이 되어있음. 심지어 더 이상 차로 갈 수가 없어 걸어 들어가야 하는 집도 있고. 또 해안가 쪽은 차로 접근이 힘든 곳도 많음. 그냥 코앞이 절벽인데, 어떻게 그런 곳 근처에 사는 사람도 있다..


또한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 상 다리가 개통되지 않으면 백이면 백 배로만 이동할 수 있음.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배라는게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넘치는 현재의 우리에겐 굉장히 불편한 교통수단임. 결과적으로 당연히 별로 타고 싶지 않은 교통수단이고, 관광객들이 입도를 꺼려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인 존재. 다만 최근에 개통한 천사대교 덕분에 전부터 다리로 연결되어 있던 자은, 암태, 팔금, 안좌, 자라도는 더 이상 배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섬이 되었고, 실제로 관광객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함. 육지 외부인의 통행이 매우 잦아진 거임. 작은 사회를 조금씩 열게 하는데 외부인의 접근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하기도 하는 걸 보면 나름 긍정적인 부분일지도.


하지만 하의, 신의, 도초, 비금, 장산도같은 꽤 먼 바다 쪽에 위치한 섬들은 여전히 배임. 몇 년 전까지 우리 시골 드나들던 배는 배가 녹이 슬다 못해서 배의 철판이 휘어있고, 소요 시간은 3시간...(흔히 이쪽 지역 여객선들은 철부선이라 부르는 화객선. 쾌속선이라 불리는 쌍동선들도 있지만 주로 흑산도 항로로 다니는 편.)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90년대 중후반까지는 그 흔히 유람선같은 사람 조금 실고 다니는 그런 작은 배가 드나들었고, 당연히 소요시간은 5~6시간;; 게다가 선착장조차도 없어서 그 삼시세끼 보면 만재도가는 쾌속선이 섬 근처까지 오면 어선이 마중나와 바다 위에서 도선하는 것처럼 섬에 입도했고, 심지어 노 저어서 들어왔다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들음. 


이렇게 매우 열악한 대중교통이 이어지는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져버림. 이 일로 신안지역을 다니던 배들이 조금씩 교체되었는데, 교체되기 직전에 다녔던 배가 20년이 된 배인데, 그전에는 어디서 운행하던 놈인지도 모름. 사고 이후에는 현재 상당히 좋은 배로 바뀌었고, 운영사도 바뀜. 참고로 신안 지역 배들이 대체로 지역농협에서 운행하는 형태가 많이 보임. 최근 1~2년 전에 신규 건조한 배라 배의 여러 부분이 개선이 되었고, 가장 중요한 배의 속력이 굉장히 빨라져서 소요 시간이 최대 1시간 50분까지 줄었더라;; 이 정도면 무궁화가 ktx가 되었음. 


그리고 전기.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강원도 산골 오지가 있다고 말을 함. 너무 사람이 안 살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할아버지댁 역시 90년대 후반까지도 전기가 안 들어갔음(대충 말씀들어보면 98~9년 정도에 처음 전력공사가 된 것 같음). 당연히 전기가 안 들어오니 육지에서 사용하던 각종 전기제품은 못 쓰는 거. 이정도로 육지 여러 문물들의 전파가 늦은 곳이었음. TV조차도 제대로 못보고 사니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자각도 당연히 늦을 수밖에. 참고로 할아버지 댁 앞에 2010년 쯤인가 가로등 불이 들어옴;;


결국 위와 같은 환상적인 상황들이 엮여서 외부인의 유입이 거의 없었음. 당연히 관광할 거리도 없으니 잠깐이라도 들어올리가 없고, 살려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더욱 있을 리가 만무함. 최근에야 조부모님댁 옆 집에 젊은 부부가 하나 들어왔는데, 그게 몇 십년만에 육지에서 사람이 마을에 들어온 거라고 함.  할아버지조차도 사람은 큰 곳에서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는 증조할아버지의 신념때문에 어릴 때 목포로 나가서 공부하심. 그리고 60년대 후반정도부터 공직생활을 하신 것 같고, 젊었을 때 여러 사진을 보면 교육공무원 쪽이셨던 것 같음. 전남지역 여러 곳 돌아다니시다가 90년대 중반에 고향으로 와서 면장을 하신게 마지막 공직생활이셨음. 육지에서 많이 생활하시면서 여러가지 보고 배운게 많으셨는지 전기의 중요성을 아셨던 듯함. 자기가 면장일 때 전기를 어떻게든 들여왔어야 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안타까웠다고 지금도 말씀을 하시더라.


추가적으로 신의도에서 염전히 유달리 발달한 개인적인 추측을 좀 적어보려함. 그리고 할아버지 집에 있던 책에서 본 내용도 기억을 더듬어 조금 적음. 틀리거나 잘못된 내용은 과감히 지적해주시길. 일단 신의도는 상대적으로 큰 배가 드나들기 유리한 섬임. 다시 말하면 화물을 적재하기 상당히 유리한 배가 오가는데 좋았던 것. 그리고 다음 위성 지도를 보면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 신의도 사이에 꽤나 넓고 깊은 바다가 있음. 현재도 신의도행 여객선들이 목포-장산-신의 루트로 이동하고, 제주행 대형여객선들도 이 사이 바다로 다님. 신의도는 간척으로 상당히 넓은 땅이 생기면서 작게 운영되던 염전들도 간척된 땅에 모여 더욱 커지고, 돈되는 일에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염전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지 않나 하는게 추측임. 최근에는 새우양식장으로 바뀐 곳도 약간 있다고 들음. 다만 염전 일이 매우 고된 노동에 섬지역은 갈수록 젊은 인구가 유출되어 일할 노동력을 구하기 힘든 나머지 그런 안 좋은 일을 저지른 것 같음.


혹시 신안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출신자가 있다면 글이 조금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그리고 글이 상당히 길어서 죄송합니다..ㅠ

This site is protected by reCAPTCHA and
the Google Privacy Policy and Terms of Service ap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