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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각의 첫 손님이 떠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시무룩)...


(시무룩2)...


앤젤라는 그렇다 쳐도, 붉은 안개는 왜 저런데?


그야...앤젤라에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친구가, 칼리에겐 지루한 일상중에 나타난 최고의 호적수가 도서관을 떠났으니까?


뭐...도서관도 그 친구한테는 잠깐 들렸다 가는 곳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후후...


방금 예소드가 웃은거야?


나만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사실상...앤젤라랑 게부라를 제외하고 제일 많이 대화를 나눈 사서가 예소드니까.


말하는 귀뚜라미에, 그 손님을 이루고 있는 신체에 대해 나눴던 대화도 꽤 유익했으니까. 거기다 예의바르기도 했고.


너무해! 난 그냥 일반적인 설명만 하다가 끝났는데!


그거야...그 손님이 역사나 문학에 대해 관심을 그렇게 가지진 않았으니까.

그에 비해 예소드는 기술과학 담당이니 사실상 그 손님은 예소드에게 있어서 최고의 대화상대지.


게다가 술까지 안마신다니...진짜 괴짜야 괴짜.


애초에 예술 가르쳐 준답시고 술 한번 안마셔본 손님한테 냅다 보드카부터 들이부었으니 문제지!


 

술 한번 안마셔본 사회 초년생한테 소주 대야째로 들이붓는 똥군기 대학 선배들이랑 뭐가 달라!


그러니까 예술은 제정신으로 하는 게 아님을 알려주려 한건데...


오죽하면 그 말하는 귀뚜라미씨까지 취해서 핀란드 보드카 찬양곡을 부르더라!


쯧...


설마 나 때문에 손님이 떠났다고 화 낼 생각은 아니죠?


넌 또 갑자기 뭔소리야?


그런 말 하는 거 보니 네짜흐, 너도 네가 잘못한 건 아는거네?


취해 있다면 모를까 맨정신일때는 눈치가 있으니까...


참 다행이네...눈치라는 게 있긴 해서.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면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또 만날 것이니 너무 걱정 마려무나 아이들아.


그래~게부라 너도 좀 기분 풀어.


이 빌어먹도록 지루한 외각에서 그런 강한 상대를 만나는 게 진짜 하늘에 별 따기일텐데...


그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손님이랑 몸의 언어에 대해 대화한답시고 30분 대화 후 대련만 6시간을 해?


거 2시간 마다 쉬는 시간 가졌으니까 된 거 아냐?


저기...그 손님 내 담당 층에 왔을 때 목 관절을 제외한 모든 관절에서 탄내랑 쇳소리 엄청 나던데?

잠깐이지만 내가 내리던 커피를 그 손님 관절에 부어서 좀 식혀야 하나 생각했었어.


결국, 난 대화만 좀 하고 담당 층 구경은 내 보조사서들이 대신 그 손님을 부축해주면서 해줬지만.


...


좀 심했군.


그리고 네 덕분에 이 철학의 층을 보조사서 아이들에게 부축 받은 채로 구경해야 했단다. 아쉽게도 그 아이와의 대화는 물건너갔고 말이야. 


인간이 된지 얼마 안됬다고 하니, 아직 자기 자신만의 철학이 없으니 어쩔 수 없잖습니까 비나?

다행이도 저와의 대화에서는 참말과 거짓말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린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예소드님의 말처럼 꽤 유익했습니다.


결국 나만 그 아이와 대화를 하지 못했구나. 이것이 따돌림이란 것이더냐?


아니...따돌림이 아니라 각자 담당하는 대화 주제가 다르다보니 일어난 해프닝인데 그런걸로 삐지면 어떻게 합니까?


(불쑥!)거 아지매 삐진 척 해봤자 별로 안어울려요. 징그럽기만 한데 뭘 자꾸 삐진 척이야 삐진 척ㅇ-


비나는 롤랑을 기둥으로 깔아뭉갰다.


이 시꺼먼 아이가 요즘 자꾸 왜 이러는 지 알 수가 없구나...


거기에서 반성하세요 롤랑군.


네...


난 다행이 그 손님이 인간이 된지 얼마 안된 상태에 자연에 대해 흥미가 꽤 큰 상태로 와서 대화는 꽤 재미있게 했는데.


...(부럽)


그...비나님? 부러운 티 내면 제가 뭐가되요?


신경쓰지 마려무나.


그래서...


음?


첫 손님이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서관 찾아오는 건 외각에 서식하는 이성 없는 괴물들밖에 없고!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그야...외각이니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잖니? 그 손님의 방문이 진짜 기적이었던 것이고.


(뾰로통)...후우


(속닥) 또 며칠동안 저기압이겠는데 저걸 어째?


(소곤)그래도 기계의 심장을 지닌 친구를 만나는 소원은 이뤘으니 그나마 손님의 기준은 많이 풀려서 다행이지요.


그러니까 그 헐렁해진 기준의 손님은 커녕 질 안좋은 손님조차 안오는게 문제지...


그보다 나 좀 이제 꺼내줘 호크마씨. 척추뼈가 밀가루로 될 거 같아...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앤젤라야. 그래도 네가 바래고 바랐던 기계심장의 친구를 만났으니 어느 정도 한은 풀었지 않았니?


...응


그렇다면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거라.

그 아이를 만난 것 그 자체로 기적이니 그 기적이 두 번이나 일어나길 바라는 건 과욕이니 말이야.


이제 기계심장을 가진 친구도 바라지는 않아. 그냥 대화가 가능한, 좀 점잖은 손님이 왔으면 해.


그래, 기준치는 진짜 많이 내려갔네, 그 점잖은 거 빼고.


난 그냥 이 지루함을 날릴 수 있는 호적수나 왔으면 좋겠네.


차라리 직접 도시로 들어가서 날뛰고 머리랑 발톱이나 부르세요. 그게 더 효과적이겠네.


오! 좋은 생각인데?


게부라? 지루함에 정신까지 놓지는 말자?


그만큼 이 빌어먹을 지루함을 해소할 뭔가가 좀 왔으면 좋겠단 말이지.


지금이라도 우리 앞에 있는 저 거대한 도서관 문이 갑자기 박살나면서 누가 들어오면 참 재미있ㄱ-


그때 도서관의 문이 짧은 굉음과 함께 박살났다.


그래 좋았어!


동시에 미미크리를 들고 넓게 풍기는 먼지 속으로 뛰어드는 게부라.


이제 보니 앤젤라보다 더 손님을 바라는 건 게부라였군.


저기 비나? 저 손님 맞이하러 가야 하는데 좀 용서해주시고 풀어줄 의향은 있나?


대신, 네 번은 없단다 아이야.


한편 게부라가 침입자에게 돌진했다.


누군진 몰라도 잘 부탁한...


야 이게 뭔?


어라?


앤젤라와 게부라가 당황한 이유는?

.

.

.

몰라 ㅆㅂ 게스트 누구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망할.

안드로이드 캐릭터 말고도 좀 존나 강한 캐릭터에 이왕이면 스토리상 죽은 게 확실한 캐릭터 말고 좀 애매한 애들이나 열린 결말인 애들.

스팀 뒤져봐도 누가 적절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