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다.

 

달이 칼바람에 저미기 시작할 때 즈음 쏟아지는 비는 살 속까지 아리게 시리다.

 

이런 찬 날씨에는 눈물을 내기도 힘이 든다.

 

그래서 이상은 버스의 창가에 그저 붙어있었다.

 

어스름한 내부조명 안에는 이상만이 자리했고,

 

본인도 텅 비어있기에

 

버스는 실로 텅 비어있었다.

 

그저 칙칙한 바깥을 보면서

 

보온병 뚜껑에 덩그러니 담긴 커피를 홀짝이면서 

 

조금씩 더 눅눅해질 뿐이었다.

 

 

 

버스 뒤편의 복도 문이 열린다.

 

파우스트 양이 버스 통로를 일직선으로 건너와 빈 운전석을 살핀다.

 

그러곤 운전부 앞 쪽의 외피를 들어내고는 내부장치를 살피었다.

 

이내 달각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열의 수감자를 더 태우고,

 

관리자라는 사람도 찾아야 한다 들었는데

 

그럼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이 버스는 필시 바삐도 움직여야 될 텐데.

 

문제가 생긴 것인지 오늘 저녁은 운전사와 길잡이가 일찍 자리를 뜨고,

 

이 처자만이 바삐 움직이면서 버스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상은 그저 다음 모금의 커피를 입에 물었다.

 

 

 

달각대는 금속음이 잠깐 멈추었다.

 

파우스트는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있지만 

 

...

 

다만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때 따뜻한 카페인만큼 도움이 되는 건 많지 않다.

 

쌉쌀한 향을 따라, 파우스트는 이상에게로 향했다.

 

 

 

“이상씨.”

 

 

“...”

 

 

“이상씨.”

 

 

“듣고있소.”

 

 

파우스트는 이상의 태도가 이럴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혹시 커피 말고 다른 차 종류는 가지고 있으신가요. 이를테면 홍차라던지.”

 

 


이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차. 한 잔 부탁드려도 될까요?”

 

 

파우스트는 이상의 차들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제 이상이 베르길리우스와 계약... 그러니까 상담 목적으로 응접실에 갔을 때,

 

그곳에 비치된 인스턴트 차들을 

 

이상이 조금 가져왔는 것이라는 걸 파우스트는 알고 있었다.

 

또한 그 응접실에는 커피말고도 홍차도 있다는 것도.

 

카론을 위한 코코아까지 있다는 것도 파우스트는 알고 있었다.

 

 

이상은 파우스트의 말을 듣고 좌석 옆에 있던 보온병을 들어서 잠깐 흔들었다.

 

묵직한 울림을 확인하고는 이내 자신의 외투주머니를 뒤적였다.

 

파우스트는 이상의 손에 들린 보온병 뚜껑을 보고는 말했다.

 

 

“컵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파우스트는 끝으로 뒤돌아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내부의 수납공간을 좀 뒤적이더니,

 

종이컵을 꺼내어 이상에게 다가가 건네었다.

 

이상은 말없이 검은 기름때가 묻은 파우스트의 하얀 손을 보다가

 

살짝 지저분해진 종이컵을 느릿느릿 건네 받았다.

 

파우스트는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기계 장치에 머리를 박고 작업을 이어갔다.

 

 

 

비 튀기는 울림 가득한 적막 속에

 

달그락거림과 물따르는 소리가 잠시 지나갔다. 

 

잠깐의 시간 후에

 

파우스트가 고개를 들어 이상 쪽을 보았다.

 

그의 자리 옆에는 김이 올라오는 종이컵이 놓여있었다.

 

 


“이상씨.”

 

 


“...”

 

 

“이상씨, 혹시 말씀드린 홍차는?”

 

 


“여기 있지 않소?”

 

 

“...”

 

 

“파우스트는 파우스트에게 가져다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흐음...”

 

 

 

이상은 눈을 지긋이 감고는 눌러붙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괜찮다.

 

파우스트는 이상이 이럴 것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종이컵을 든 이상이 근처로 다가가왔다.

 

그러고는 그저 분주한 파우스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동안.

 

목마른 사람이 우물 구멍을 찾는다고,

 

파우스트는 허리를 피고 이상의 손에 있던 미지근한 종이컵을 낚아채듯이 잡았다.

 

그리고는 내용물을 입으로 가져가던 파우스트는 

 

문득 멈추었다.

 

 

“...”

 

 

“이상씨.”

 


“...”

 

 

“이상씨. 이건 홍차가 아니라 커피입니다.”

 


“... 그렇구료.”

 

“혹시 파우스트가 한 말을 듣지 못하신 건가요?”

 

 

“중하지 않은 것에 주의를 두는 성격은 아니기에.”

 

“파우스트는 커피와 홍차는 꽤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우스트의 감정선 없는 말에는 노기가 껴있지 않았음에도

 

칙칙한 날씨 때문인가.

 

퍽 차갑게 들리었다.

 

 

“가배든, 홍차든 그것이 그리 중한가.”

 

 

이상의 대답은 대놓고 차가웠다만. 

 

 

“...”

 

 

파우스트가 할 말을 잃었다.

 

심지어는 이상은 파우스트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까까지 파우스트가 한창 고치고 있었던

 

기계장치 쪽을 더욱 유심히 보는 듯 하였다.

 

기가 찰만한 일이었지만.

 

파우스트는 한숨과 여러 가지 뱉어낼 말들을 그냥 종이컵의 내용물과 삼켰다.

 

미지근하다.

 

그리고 쓰다. 

 

심히 쓰다.

 

 

“이 구동 부분, 만든 이가 누구오?”

 

 

“파우스트입니다.”

 

 

파우스트는 이제 내용물이 무엇이든 신경쓰지 않고 삼키면서 대충 답했다.

 

 

“흠...”

 

 

꿀꺽꿀꺽

 

 

“그럼 저 크-랭크 하단이 저런 식으로 연결된 이유는 무엇이요?”

 

 

“...?”

 

 

“!”

 

 

파우스트는 컵을 대충 운전석 좌석에다 올려놓고 다시 허리를 굽혀 기계장치를 만진다.

 

확신에 찬 손길은 아까전의 달그락 거림과는 달리 무게가 있었다.

 

 

“보시오.”

 

 

이상은 뒤돌며 말했다.

 

 

“가배든 홍차든 그것이 뭐가 중하겠소.”

 

 

아마 알고 있을 것이었던 답을 찾은 파우스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이상은 복도의 문을 열고 걸어 나가고 있었다.

 

 

 

 

 

 

 

 

 

 

 

 

 

 

 

 












짜고 비린 바람이 불어왔다.

 

비리다. 짜다. 뭐가 먼저 앞에 붙어야 할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그 외에 습기가 떡진 내음들은 딱히 설명하기도 싫다.

 

그런 무거운 냄새가 가득한 바람이었다.

 

그럴 땐 코를 좀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이상은 보트수리점에서 얼마간 떨어져있는 곳에  홀로 있엇다.

 

그 근처의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나무상자위에 걸터 앉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사이가 틀어진 친우들에 대한 생각에

 

그의 낯빛은 그리 밝진 못했다.

 

아니, 오히려 진탕인 이 호수의 바닥과 비슷했다.

 

이상은 길게 한숨 쉬었다.

 

뱉은 숨만큼 보온병 뚜껑의 차를 삼킨다.

 

곧 잔이 비었다.

 

 

 

차 한잔을 더 태워야 하는가.

 

그러다간 밤에 잠을 설치겠지.

 

이상은 손에 쥔 뚜껑을 만지작 거린다.

 

그런 생각에 빠진 그의 뒤에 누군가 섰다.

 

인기척을 느낀 이상은 뒤를 돌아보았다.

 

 

 

“파우스트는 이상씨가 여기 있을줄 알고 있었답니다.”

 

 

“아. 파우스트양.”

 

 

 

파우스트 양은 걸터앉은 이상의 옆에 걸어가 섰다.

 

 

 

“수감자들의 기호품에 관한 목록. 혹여나 해서 단테에게 문의를 해보았습니다만.”

 

 

“아아. 관리자한테까지... 신경 써주고 있었구려.”

 

 

“그다지 유용한 정보를 얻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한가...”

 

 

“또한 파우스트의 의견으로는, 가벼운 기호품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판단됩니다.” 

 

 

“...”

 

 

“이스마엘씨를 포함하여, 버스에 있는 인원들은. 그런 걸로 해결될만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면, 수감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 조언 고맙소.”

 

 

둘 사이의 말이 끊어졌다.

 

그 틈새를 비릿한 호수 냄새가 채우기 전에,

 

이상은 자신 옆에 놔두었던 보온병을 들어보이며 파우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차나 한잔 들겠소?”

 

 

파우스트가 말없이 자리 한쪽을 손으로 툭툭 털어내곤

 

 

이상 옆에 걸터앉았다.

 

 

“파우스트는. 커피로 부탁합니다. 가급적이면 진한 걸로.”

 

 

“아. 이런. 컵이 없구려. 잠깐 버ㅅ... 아니 보트까지 다녀오리다.”

 

 

“괜찮습니다.”

 

 

파우스트는 손에 쥔 뚜껑을 놓고 일어서던 이상을 멈춰 세웠다. 

 

그리곤 바닥에 놓여진,

 

방금까지 이상이 들고 있던 보온병 뚜껑을 들고는 그에게 건네었다.

 

이상은 자신의 컵을 받아 들고는 짐짓 당황하여 파우스트를 쳐다보았으나,

 

이미 그녀는 호수의 다른 먼 곳을 보고는 말이 없었다.

 

이상은 붉어진 표정을 감추며 코트 주머니를 뒤지었다.

 

잡동사니가 호숫바람에 끼긱대는 사이로 물따르는 소리가 자그맣게 난다.

 

 

 

곧 따뜻한 온기가 파우스트에게 건네어 졌다.

 

파우스트는 여전히 먼 곳을 보면서 보온병 뚜껑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이상씨.”

 

 

“어이 부르오?”

 

 

“기억하실까 모르겠지만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무엇을 말이오?”

 

 

“파우스트는 커피와 홍차는 꽤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이번에 분명 커피를 부탁드렸습니다.”

 

 

달근한 홍차내음이 둘을 감싼다.

 

 

“흐음. 둘 차이가 중하다니”

 

 

이상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그러한가?”

 


 

“하아...”

 

 

파우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파우스트양 잔 안을 보시겠소?”

 

 

“홍차가 있네요.”

 

 

“무엇이 보이난 말이요.”

 

 

“... 홍차가 보이네요.”

 

 

“허. 잔에 비친 파우스트 양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요?”

 

 

“...”

 

 

“이상씨.”

 

 

“어이 부르오?”

 

 

“설마 커피와 홍차 전부 제 얼굴이 비친다고 둘의 차이가 없다고 하는 말장난에는, 파우스트는 동의하지 않아요.”

 

 

“핫, 중한 것은 그것 아니었소?”

 

 

“중요한 건 차라리 이 이상씨의 보온병 뚜껑이에요.”

 

 


이상이 잠시 말을 잃었다. 눈을 피하며 헛기침을 하는 그에게 

 

파우스트가 미소를 한 모금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 이런 작은 컵에는 이상씨가 말하듯이 파우스트의 얼굴이 잘 비춰지지 않으니까요.”

 

 

“하.”

 

 

 

이상은 당했다는 듯 웃었다.

 

 

잠깐의 웃음 사이로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를 가른다.

 

그러나 호수의 악취도 

 

향긋한 차내음을 내쫓진 못하였다.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이상씨는

 

하이얀 파우스트양과 눈을 맞췄다.

 

이상씨는 문득 고향의 목련꽃이 떠오른다.

 

이 호수의 파도도 잔잔한 가운데.

 

파아란 눈만이 짐짓 떨리운다.

 

서로의 눈망울이 공진함을 계산한 공학자는 생각했다.

 

속에 있는 이 열감은 필시 차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파우스트양은 차피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니오?”

 

 

“...”

 

 

“그리하다 하면, 지금 가배와 홍차의 차이가 뭐가 중하겠소.”

 

 

 

 

이상은 그 말과 동시에 

 

허벅지 위에 다소곳이 피어난 파우스트의 왼손에

 

자신의 왼손을 포개었다.

 

 

 

 

 

 

 

“... 그렇다면”

 

 

파우스트가 올라오는 열감을 뱉어내며 물었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리고 늘 그렇듯이.

 

 

파우스트양는 답을 알고 있었고, 

 

 

오늘은 이상씨 또한 그러했다.

 

 

 

 

 

 

 

 







 

 

 

 

 

 

 

 

 

 

 

 

 

 

 

 

 

 

 

 

 




 

 

 

 

이상은 자신의 방 안에

 

 

 

 

 

 

 

 

 

쿵쿵쿵

 

 

쿵. 쿵. 쿵. 쿵.

 

 

 

 

 

쾅쾅쾅쾅쾅콰코카쾅코콰콰콰콰쾅쾅코아코아코앙콰코아코아쾅

 

 

 

 

깡.

 

 

텅그렁

 

 

딸깍.

 

철컹 드릉.

 

딸깍.딸깍.딸깍. 드륵드륵드르륵.

 

끼리릭.끼리릭.끼리릭. 텅.

 

철컥. 잘그락잘그락잘그락 드륵 딱.

 

 

 

 


이상은 더 이상 자신의 방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의

 

겹겹의 잠금장치가 허망히 뚫리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옷바람의 이상은 하이얀 벽에 기대어있었다.

 

그 모습은 자신의 단검으로 찢고 구겨버린 보온병의 모습과 짐짓 비슷했다. 

 

 

그는 차마 울지 못하고 있었다.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거대하고 하이얀 살결은

 

바퀴벌레처럼 그를 짓눌러 터트렸다.

 

하얀 피를 흘리며 떨고있는 그를 올려다보는 그

 

 

그 여자

 

 

 

 

 

 

“이상씨 오늘도 여기에 계셨군요.”

 


 

‘내 방이오 씨발’

 

 

“파우스트가 목이 마른데 어디 마실 게 없나요? 따끈한 차라던가”

 

 

‘지랄...’

 

 

“미안하지만 파우스트양. 본인은 지금 남은 음료가 없소.”

 

 

“그럴 줄 알고 파우스트가 길잡이 방에서 다양한 마실 거를 가져왔답니다.”

 

 

‘지랄염병...’

 

 

“이상씨, 오늘은 홍차를 타 주실건가요 커피를 타 주실건가요.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지랄도 이지랄로 풍년이면 삼대까지 굶어 뒤질 일은 없겠소...’

 

 

그는 잠옷바람으로 근처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그의 양치컵에 뜨신 물을 부었다.

 

그리곤 그녀가 가져온 지랄맞은 더미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들었다. 씨발 오늘은 홍차였다.

 

 

‘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내가미쳤었소.’

 


 

대충대충 티백을 아래위로 흔들고는 파우스트에게 건네었다.

 



 

“여기있소. 파우스트양. 하오나 이 늦은 밤에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이렇게 들이키면 몸이 상할까 염려되오.”

 

 

“괜찮아요 이상씨, 밤은 기니까요.”

 


‘씨이이발...’

 

 

이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파우스트는 싸구려 플라스틱 컵(양치컵)을 들고는 입으로 가져가가다

 

 

잠시 멈칫 하였다.

 

 

 

이상도 움찔했다.

 

 

‘뭣. 이번에 바꾼 치약이 민-트 향이 강했었나보오.’

 

 

“이상씨.”

 

 

“무...무슨 일이오 파우스트양”

 

 

“파우스트는 홍차가 마시기 싫어졌습니다.”

 

 

“아하. 오늘은 가배를 드는 게 좋겠구려. 조금만 기다리시오.”

 

 

 

파우스트가 이상의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아닙니다. 이상씨 커피든, 홍차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하. 씨발. 진짜.’

 

 

“그저 파우스트는 밀크티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 하오나 파우스트양 이 방엔 우유 같은건 없소.”

 

 

“이런 버스에 우유를 보관할만한 곳이 있지도 않을 것이고...”

 

 

“그리고 또...”

 

 

 

“...”

 

 

 




이상씨는 고요 속에서 느껴지는 탐식을 읽었다.

 

 

마주한 것은 먹잇감을 내려보는 눈길에서 보이는 오만.

 

 

뻔히 보이는 답을 찾지 못해 헤메이는 자에 대한 분노.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육중한 둔부에서 느껴지는 나태.

 

 

요새 풋풋한 다른 수감자들의 사이들을 보면서 삼킨 질투.

 

 

오늘 하루 동안 부족했던 스킨십에서 오는 우울.

 

 

그리고 그 모든 것과 공명하는 선명한 색욕은

 

 

죄다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녀자의

 

 

파아란 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알고 있다.

 

 

이상씨는 알고 있었다.

 

 

 

파우스트양은.

 

 

 

언제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혹은 이상씨에게서 답을 쥐어짜낼 것이라는 것을.

















p.s. 

이상과 파우스트는 아딜린과 파우웅 없이도 순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었나 생각합니다.

또한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을 반추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모두들 순애섹스라는 말의 

파우스트의 겹겹의 둔부와도 같은 그 무게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롭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