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본인은 군사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자자. 다들 앉아봐요.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까.


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없는 이야기면... 어떻게 될 진 알지?


파우스트는 이스마엘 씨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아시오, 파우스트 양?


그야 파우스트는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요.


또 그 소리구려. 그래놓고서는 모른다고 하는 말 듣는 것도 이젠 지겹-


(품 속에서 아달린 통을 꺼낸다)


아... 내가 잘못했소 파우스트양.


다음에도 그런 소리 하면 꺼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에요.


아무튼. 잠수함 알죠?


이런 거요.


모.환.


모르면 환상체다, 라고 하시네요.


잘 아시나 보네요. 최초의 잠수함은 바로 저희 미국에서...


야! 잠깐 무슨 개소리야!


최초같은 소리하고 있네! 최초는 바로 우리 T사 둥ㅈ, 아니 영국에서 만들었잖아!


근데 그거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인이었잖아?


그리고 왕립 해군 관심 못 받아서 망했고.


하지만 엄연히 왕도 태우고 항해했...[1]


하지만 실전 투입도 못 되고 망했죠?


(저 망할...)


(최초의 잠수함을 만든 사람인 코넬리우스 드레벨. 로쟈가 언급했듯 네덜란드인이다)

(드레벨이 만든 잠수함이 런던 템즈강을 항해하는 모습을 그린 기록화)


어쨌든, 1775년에 데이비드 부쉬넬이 최초로 '실전 투입된' 잠수함인 터틀호를 만들었죠.


(터틀호의 도면)


그리고 곧바로 다음 해인 1776년, 실전에 투입되었고요. 잠수함이 실전에 사용된 첫 사례죠.


하지만ㅋ 제대로 임무도 수행 못하고ㅋ 망했죠?ㅋㅋㅋ


...


(당시 터틀호가 공격하려고 했던 영국 군함, HMS[2] 이글의 설계도면)


근데 왜 망한 거야? 듣기에는 거창해 보이던데.


아. 그건 본인이 설명을 좀 하겠소.


당시 군함에는 밑바닥에 따개비가 달라붙으려는 걸 막으려고 구리판을 붙였는데,[3]


(19세기 초 목제 군함의 모형. 적혀 있듯이 'Copper belt', 즉 구리 판을 붙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것 때문에 터틀 호의 공격 방식이었던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고 거기에 폭약을 집어넣어서 터트린다는 계획이 실패했다고 하오.


그게 아니면 구리 판은 뚫었는데 그 위에 또 철판이 깔려 있었어서 철판을 뚫지 못했다는 말도 있고.


그것도 그렇고, 터틀 호는 죄다 사람이 페달 밟아가며 조종해야 했기에 이미 채력 소모를 너무 심하게 해서 또 사람이 돌려야 하는 드릴을 지쳐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는 설도 있답니다.


네, 뭐. 파우스트랑 이상 씨가 말한 대로 터틀 호의 공격은 실패로 끝났죠.


아무튼 미국 독립 전쟁 이후로 한동안 발전이 미미했던 잠수함에 발전을 주는 사건이 생기는데,[4]


바로 남북전쟁이었죠.


내전 하나로 100만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는 그 내전 말인가.


역시 아-뭬리카 클라스는 다르구려.


남북전쟁 최초의 잠수함을 건조한 건 북군이었죠.


(북군이 건조한 잠수정, USS[5] 엘리게이터)


이때 잠수함은 뭔가 좀 달라졌겠지?


아니오. 여전히 사람이 손으로 스크류 돌리고 페달 밟고 다 했소.


사람이 열여섯이나 탔으니 혼자서 다 해야 했던 터틀보다는 나았겠지만요.

(당시 잠수정의 내부 모습)


아무튼 완성된 엘리게이터는 당시 남북전쟁의 격전지였던 찰스턴 항으로 예인되어가던 중이었는데...


가라앉았소.


네. 풍랑을 만나 실전 투입도 못 되보고 가라앉았죠.

(떠내려가는 USS 엘리게이터)


그래서 남북전쟁 때 잠수함은 활약 못 하게 되버린 건가요?


아니요. 남부군도 잠수함을 만들었거든요. 이쪽은 잠수함을 개발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헌리'라고 불렀죠.


(남부군 잠수함의 설계사, 호러스 헌리 중위)


(헌리를 그린 그림)


근데 저 배는 저주받은 배였잖아.


이번만큼은 맞는 말을 하시네요, 히스클리프 씨.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줄창 틀린 말만 하고 있었단 거냐?



사실이잖아요?


자자. 싸우지들 마시오. 지금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 벗들끼리 싸우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니.


고마워요, 이상 씨.


일단 첫 번째 시험 항해 때 다섯 명이 익사했고, 두 번째 시험항해 때는 설계자인 헌리 중위를 비롯한 승조원 여덟 명 전원이 사망했죠.[6]


히스클리프 공 말대로 저주받은 배 맞구려...


아무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실전에 투입된 헌리는 그동안의 저주를 깨부수는 것처럼, 북부군 군함 USS 후사토닉을 격침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USS 후사토닉 함의 그림. 후사토닉이란 이름은 메사추세츠 주에 흐르는 후사토닉 강에서 따왔습니다)


이때 헌리도 같이 가라앉아버렸죠.


역시 당시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뚜렷했구려.


그리고 이후 남북전쟁에서 잠수함이 쓰인 실전 사례는 더 이상 없고요.


이후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잠수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나갔지만, 이상 씨가 말했든 당시 기술로 제대로 된 잠수함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뚜렷했기에 좋은 잠수함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죠.


기술이 발달하고, 어느 한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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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레벨이 만든 잠수함에 당시 잉글랜드 국왕 제임스 1세가 탑승하고 잠수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HMS는 His Masjesty's Ship 또는 Her Masjesty's Ship의 두문자어로, 번역하자면 국왕, 또는 여왕 폐하의 군함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영국 해군 군함의 이름 앞에는 이 HMS가 붙습니다.

[3]실제로 이 방법은 꽤 유효했지만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고 있는데, 오늘날의 철로 만든 배에 구리판을 붙이면 재질이 다른 두 금속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인 '갈바닉 부식'이라는 작용 때문에 구리와 닿은 철이 빨리 녹스는 문제가 있어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오늘날의 배에는 밑바닥에 따개비 방지 페인트를 바르거나 전기를 흘려 따개비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4]사실 미국 발명가 로버트 풀턴이 나폴레옹 앞에서 자신이 만든 잠수함을 시연하는 일이 있긴 있었고 유럽 각국에서도 여러 잠수함이 나왔지만, '미 해군 잠수함사'인만큼 따로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5]USS는 'United States Ship', 즉 '미국 함선'의 두문자어로, 앞서 말한 HMS와 같은 용도로 사용됩니다.

[6]첫 번째 시험항해 때 사망한 승조원은 마이클 케인, 니콜러스 데이비스, 프랭크 도일, 존 켈리, 앱솔룸 로빈스, 두 번째 시험항해 때 사망한 승조원들은 앞서 언급한 개발자 호러스 헌리, 로버트 브로크뱅크, 조제프 패터슨, 토마스 파크, 찰스 맥휴, 핸리 베어드, 존 마셜, 찰스 스프레이그입니다.


반응 좋으면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