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클리프. 거울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또 다른 자신들을 죽였다고? 정말 사실인가?"


 "내가 굳이 너한테까지 거짓말할 이유는 없지."


 "왜?"


 "캐서린을 위해서 말이야."


 캐서린과 면식이 있었고, 히스클리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던 아세아는 그가 무엇 때문에 거울 세계의 자신들을 죽이고 다니는지 짐작은 했지만 아직 의문이 남아있었다.


 "캐서린을 위해서? 대체 왜..."


 "안 보는 게 좋을 거다. 나한테 대가리 깨지고 싶지 않다면."


 "그래. 그러면 일단 저쪽으로 가 있어.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까."


 히스클리프?는 말없이 그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갔다.


 "좋아. 대체 뭐 때문에 히스클리프가 저렇게 되었는지 한 번 보자고."


 히스클리프?가 사라지자마자 아세아는 곧바로 자신의 유리창을 통해 히스클리프의 거울 세계를 관찰해보았다.


#1

 "캐서린! 내가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한 거울 세계에서는 히스클리프가 총상을 입은 듯한 캐서린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펑펑 울던 히스클리프는 곧 손에 들고 있던 권총으로 자살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그의 생각과 다르게 항상 목에 걸고 다니던 팬던트 덕에 중상을 입고 충격으로 기절한 상태였다.


 치료가 끝난 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의 묘비 앞에서 팬던트를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히스..."


 총알에 맞고 반쯤 찌그러진 팬던트에는 이들이 어렸을 적 찍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


 잠시 후, 눈물을 글썽이던 것처럼 보였던 아세아가 깔깔대기 시작했다.


 "하하, 이거 꽤 재밌는데? 야, 팝콘이랑 콜라 좀 잔뜩 가져와. 같이 먹으면서 보자."


 "후우, 아직도 애가 따로 없네요."


 "그래도 한 번 보면 생각이 확 바뀔걸?"


#2

 다른 거울 세계에서는 알몸인 히스클리프가 마찬가지로 알몸인 캐서린을 목줄로 묶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쓰다듬고 핥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점점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결국 히스클리프는 채찍을 꺼내들더니 캐서린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하으, 하, 히스... 좀 더 날 즐겁게 해 줘... 임신해도 상관없으니까 어서..."



 "소원대로 해주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때?"


 약지 연구원은 말없이 엄지를 치켜 올릴 뿐이었다.


 "그럼 이제 또..."


 그러자 방음이 잘 안 되는 벽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소리가 뭔가 좀 이상한데..."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이 철부지가..."


 다행히 약지 연구원이 어찌저찌 둘러대자 그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 그럼 좀 자게 내버려둬. 아까처럼 시끄럽게 하지 말고."


 곧 연구소는 조용해졌다.


 (다음 날)

 "히스클리프? 대체 왜 캐서린을 위해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지?"


 "모든 캐시는 죽거나... 불행해지거나, 추하게 망가져. 나 때문에."


 "추하게 망가진다니?"


 "또 다른 내가 그녀를...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녀를 망가트렸어. 순수함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음탕함과 집착만 남아있는 괴물로 망가트렸다고."


 "그래서?"


 "당연히 망설임 없이 녀석의 뚝배기를 깼지."


 아세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