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이스쿨 오브 루이나






앤젤라, 책 정리하고 왔어. 

오늘은 좀 많...


...


저... 누구...

혹시 손님이신가? 명찰 필요해서 왔어?


아, 아니에요. 저는 호드라고 해요.

동아리에 입부하려고 왔어요.


워워.

말 조심해야 해, 호드.

앤젤라 앞에서 입부니 뭐니 했다간 칼 맞는다.


하아...


엇, 애, 앤젤라.

들었어?


롤랑, 호드는 세피라야. 입부해도 돼.

그리고, 들었어.


미안.

흉보려던 건 아니었어.


됐어. 나도 아니까.


그보다 호드 네가 세피라라면... 

너도 구 L동에서 일했었어?


네, 맞아요...


반말해, 반말.

그게 피차 편하지 않겠어?


그럴까? 

그래도 괜찮다면... 편하게 부를게.


롤랑이라고 불러.

그런데... 앤젤라, 자리 비켜줄까?


됐어.

네가 오기 전에 할 말은 다 했으니까.

호드한테 도서관 안내나 시켜줘.


앤젤라...


왜, 더 할 말 있어?


...

아니야, 앤젤라.

그럼 가볼게.


흠흠.

호드, 일단 날 따라올래?


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람이 많네.

생각보다 북적이고 있어...


맞아.

우리 도서관에서 고용한 사람들은 다들 여기에서 살고 있어.

건물이 워낙 큰지라, 유지보수만 하는 것도 일이거든. 차라리 누가 들어와 사는 편이 낫더라.


돈이 많이 들 텐데...


이 도서관이 구 L동일 때, 학교 전체에 에너지 공급을 했다면서?

그때 받지 않은 대금을 도서관 운영 자금으로 쓰고 있거든.

되게 풍족해.


식사는 저쪽 가사실에서 피에르랑 잭이 맡아서 해주고 있어. 

가끔 일손이 모자라면 우리도 도와주기도 하고.

서고도 있는데, 역사의 서고는 말쿠트가, 기술과학의 서고는 예소드가 맡고 있어. 

아마 너도 그런 서고를 맡게 되지 않을까 싶네.

호드는 무슨 책 좋아해?


나는...

문학이라면 다 좋아해.


문학소녀였네? 혹시 도서부원이었어?


응...


딱이네, 딱.


...


호드,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그런 표정만 계속 짓고 있으면, 나도 모른 척 하고 싶어도 모른 척 하기 어려워.


미안, 롤랑.

표정관리가... 잘 안 되나봐.


미안할 것 까진 없고.


롤랑, 그런데 말이야...


응?


롤랑은 우리 세피라들과 앤젤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으음... 

너희가 구 L동에서 교복을 만들었고, 그 성과를 퍼뜨리기 직전에 내장 AI으로 쓰일 예정이었던 앤젤라가 뒤통수를 쳤다는 것 정도?


나에 대해 언급된 적은... 없어?


응, 없어.


그렇구나...

난 말야, 큰 잘못을 저질렀어.


잘못?


응. 구 L동에서 교복을 만드는 실험을 하면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어. 

실험이 진행될수록 우리 모두 많이 아팠거든.


예소드가 그렇게 말하긴 하더라.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이 다쳤고, 쓰러지기도 했다고.


구 L동의 특이점은... 마음을 실체로 만드는 거였어.

우리의 목표는 그 특이점을 활용해서, 학생들이 입고 있는 교복을 통해, 마음을 물리적으로 나타나게 하고... 

그 마음을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거였어.


아하, 마음이 물리적으로 나타난다면 마음의 병도 실체를 가지게 될 테니까...

그걸 직접 치료할 수 있을 거란 말이지?

이제야 좀 이해가 되네, 그 카르멘이라는 사람의 생각이.


우린 그 목표를 위해, 많은 실험을 해야 했어.

게다가 환상체를 통해 학교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처투성이가 되어갔어.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는 없었...겠구나.

애당초 비밀 실험이었고, 그런 실험을 머리에서 허락할 리 없지.


맞아.

우리가 만약 사람을 도구처럼 쓰는 악덕 기업이었다면, 실험을 대신할 사람을 구했을지도 모르지...


어후, 그건 좀 무서운데.


한 번은... 같이 실험을 진행하던 후배가 크게 다친 적이 있어.

어린 나이에 조기 입학한 아이였는데... 실험 중에 크게 다쳐서 아직도 입원중이야.


...


그래서 난, 이 실험을 누군가가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자기만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난... 결국 머리에 밀고하고 말았어.


난리가 났겠군...


맞아.

동아리는 해체될 뻔했고, 시설과 자료가 전부 폐기 직전까지 몰렸지.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실험은 재개되었어. 나도 결국은 용서를 받았지.

하지만 난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라...

그래서 그런 표정이었던 거야?

너희의 성과를 망친 앤젤라에게도, 화 한 번 못내고 있는 거고?


맞아...


음...


호드, 누구나 죄책감은 가지고 있을 거야.

그래도 그 죄책감 때문에, 이미 용서를 받은 일까지 끄집어내서 널 괴롭힐 필요는 없어.

모든 사람이 죄와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누구나 내 일이 제일 급하고 제일 크게 느껴지지.

그건 당연한 거야. 누가 남의 불행을 내 것보다 크게 느끼겠어.

죄책감이 짙어도 그 선에서 멈춰야지, 거기에 매몰됐다간 이도저도 못한다고.

그러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훨씬 편해질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롤랑.

위로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 말... 왜일까, 조금 슬프게 들리네.


...


그래도, 롤랑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죄책감에만 묶여있으면 현실을 살 수 없잖아,

그러니까, 이젠 이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볼게.


그래, 호드.

앞으로 잘 부탁...


저기요~

우욱...


참아요, 좀!


토하지 마요, 누님!


이 타이밍에 손님이라니, 게다가 술주정을 부리는 것 같은데...

어라, 호드. 왜 웃어?


누가 생각나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아...


몸을 너무 못 가누는 거 아니야, 친구?


아이고, 미안해요.

술 마시고 반나절을 걸어서 왔더니 머리가 핑핑 도는 거 있지.


누님...


왜, 레인.

사과도 했고, 사정 설명도 했잖아.

내가 뭐 빼먹었나?


아뇨, 그냥...

답답해서 그랬어요.


답답해? 뭐가?


이제부터 할 일이 있잖아요.

우리가 왜왔는지 잊었어요?


응? 아아, 그렇지.

반가워요 여러분.

난 올가. 여기 둘은 미카랑 레인.


난 롤랑. 


난 앤젤라. 이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야.


미안한데, 거기 기계 친구. 묘라고 알아?

우리 그 녀석의 의뢰를 받고 온 거거든.


헉.


...

그 이름은 오랜만에 듣네.


저기, 호드?

묘...가 누구야? 아는 이름이야?


구 L동에서 실험을 할 때 비밀리에 R동의 협력을 받았었거든.

그때 묘가 종종 파견을 와줬어.


R동과 협력했었다고?

그런데도 그걸 머리한테서 숨겼어?

너희 정말 엄청난 일을 했었구나...


...묘가 뭘 시켜서 온 건데?

그리고, 나를 기계 친구라고 부르지 마. 

앤젤라라고 불러. 그게 내 이름이니까.


누님 때문에 화났잖아요...


아니 뭐, 기분 나빠할 줄 알았으면 이렇게 안 불렀지.

난 묘가 부르는 대로 불렀을 뿐이라고.


죄송해요, 저희 부장님이 좀 무례했네요.

저희가 여기까지 온 건, 최근 명찰 없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종종 나타나서 확인 차 온 거예요.


오는 길에 츠바이 6과가 통째로 명찰을 털렸다는 것도 들었고 말이지.

크~ 진짜 대단해. 학생회의 과 하나를 죄다 털어먹다니.


누님... 말 좀 곱게 하시라니까요...


이번에는 나쁜 말 안 했잖아, 레인. 칭찬한 것도 죄냐?

하여간 따박따박 잔소리는...


...

그래서, 용건이 뭐지?


아니 뭐...

일단 냉수 한 잔만... 우욱, 갑자기 속이...


아앗!

토하면 어떻게 해요! 바닥 다 버렸네.


제가 등을 두드려드릴게요.


야단났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쓱싹쓱싹)


정말 죄송합니다...

호드 선배님, 등 두드려주지 말지 그랬어요.

선배님 교복이 더러워졌잖아요...


세탁비는 물어드릴게요.


난 괜찮아, 미카, 레인.


그래서 뭘 알아가고 싶은 건데?


명찰을 가져가는 이유요.

그리고... 구 L동과의 관계성이 궁금한데요.


아, 참.

기계...가 아니라, 앤젤라?

묘가 그러는데, 만나면 안부나 좀 전해달래.

그리고 네가 있는 걸 보기만 하면, 바로 돌아와도 된다고 했어.


...

앤젤라, 잠시만.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갑자기 무슨 용건이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해서 따로 불렀어. 

잘 들어, 앤젤라.


...?


저 손님들, 푼수같아보여도 그냥 넘기면 안 돼.

R동은 학교 경비를 도맡아 하고 있어.

외곽 고등학교 녀석들이 얼씬도 못하는 것도 다 R동이 막강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만약, 저 녀석들이 돌아가는 바람에 묘라는 녀석한테 네가 여기 있다는 정보가 전해진다면...


R동이 도서관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맞아.

그러니까, 저 녀석들을 우리 도서관에 붙들어둘 순 없을까 싶은데.


그런 더러운 수작이라면 네가 잘 하는 거 아니었어?


더러운 수작이라니... 섭섭하게 말하네.

그리고 나라고 해서 매번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저기... 앤젤라, 롤랑.

혹시 도서관 안에 빈 방이 있다면 좀 내줄 수 있을까?


네게는 세피라들이 쓰는 방을 내줄 생각이었는데.


나 말고, 저 세 사람이 묵을 곳이 필요해서 그래.


뭐?


호드?

혹시 저 셋과 무슨 말이라도 나눈 거야?


그게, 올가가 구역질할 때 등을 두드려줬거든.

그때 명찰을 슬쩍했어.

여기, 받아.


...

정말 올가의 명찰이네.


와...

네가 정말 이걸 훔쳤다고? 

그래서?


셋 다 깜짝 놀라서는, 땀 흘리면서 내내 걷기만 하느라 언제 흘렸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제안을 했어.

명찰을 이 근방에 떨어뜨렸을지도 모르니까, 찾을 때까지 우리 도서관에서 지내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알겠대.


...

잘했어.


이야, 호드!

너 대단한데? 한 건 해냈잖아!


그런 건 아니야...

소설에 나온 방법을 따라했을 뿐인데...


나도 소설 좀 읽어야겠네~

이런 건 좀 배워야겠어.

덕분에 한 시름 덜었어, 호드.


다행이야,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어금니 사무소 접대 완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런 연유로, 명찰 찾을 때까지 한동안 도서관에서 지내게 된 올가라고 한다.

반가워.


여자 멤버가 둘이나 늘었네~


여자 방 청소할 사람이 는 건 좋네.

반가워요들.


그동안 둘이서 여길 다 청소한 거예요?

힘들었겠다...


우리 미카가 청소 하난 기가 막히니까 걱정 붙들어...

우욱.


아, 제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안녕하세요, 전...


됐고!


...?


넌 왜 명찰이 붙어있냐?


아, 전 계속 있을 게 아니라서요.


그래도 그냥 맡기고 와!

어차피 당분간 도서관에서 지낼 거잖아!


뭐, 그건 그렇네요.




제 3막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학교전설 en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도질 라인에 들어왔네요.

끝까지 연재할 수 있음 좋겠네요.

개념글 달면 다음편 씀.

아래는 차회 예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얀 전령이 왔어요? 인사해요.


이상한 일이에요? 지난 번에도 왔어요. 왜 또 왔어요?


당신으로 실을 뽑고 싶어요? 좋은 실이 나올 거예요.


제 교복을 노리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에요.

절 노렸다간 검지의 지령이 여러분을 노릴지도 몰라요.

자, 받으세요.


지령이에요? 귀찮아요.


그래도 따라야 해요? 거절하면 공격당해요. 지령을 읽어주세요?


알겠어요.

사육제는 도서관에 방문하여 명찰을 건 결투를 시행하고 결과를 검지에게 보고한다. 

기한은 금일 자정 전까지.


도서관으로 가요? 가기 싫어요.


우리는 명찰이 없어요? 결투를 안 받아줄 거예요.


그럴까봐 대행자들이 여러분을 위한 명찰을 모아왔어요.

이거라면 충분할 거예요.


명찰이 많아요? 좋은 미끼에요.


알겠어요? 도서관으로 갈게요. 재미있겠어요?


지령을 수행해요?



제 4막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들 한다."

학교질병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