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아이고, 힘들다.. 뫼르소, 예능보게 TV 좀 틀어봐."

"채널을 6번으로 바꾼다."

"드라마할 시간이네. 야! 드라마 틀어!"

"채널을 9번으로 바꾼다."

"에헤이, 지금 사람이 멀쩡히 TV를 보고 있잖아. 뫼르소, 다시 돌려."

"채널을 6번으로 바꾼다."

"미안하게 됐수다. 오늘 중요한 부분이라. 채널 다시 돌려."

"채널을 9번으로.."

"아니, 히스클리프. 분명 내가 먼저 보고 있었잖아! 이건 아니지! 뫼르소, 채널 돌려!"

"채널을 6번으로.."

"아이씨, 드라마 좀 보자니까! 야! 드라마 틀어!"

"...."

"오, 딱 뉴-스할 시간이구려. 이보게, 뫼르소군. 리모콘 좀.."

(열띤 토론 중)

"뭐야, 샌님. 볼일있냐?

"아무것도 아니오.."


평화로운(?) 수감자들의 휴식 시간.

수감자들이 업무의 피로를 풀던 중, 느닷없이 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싱클레어구우우운!"

"아이씨, 깜짝이야. 너 여기 왜 왔냐?

"응? 오늘 체스를 두기로 하여 찾아왔소만.. 싱클레어군은 어디 있소?"

"아, 그는 현재 씻고 있소. 잠시만 기다려보시게."

(벌컥)

"휴, 개운하다. 저 혹시 드라이기 좀.. 어?"

"꺄악! 돈키호테씨가 왜 여기 계신 거에요!"


싱클레어는 서둘러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야! 더럽게 왜 나체로 나오고 지랄이야!"

"어차피 남자만 있으니 괜찮을 줄 알았죠!"

"방금 싱클레어군 다리 사이로 거대한 무언갈 보았소.."

"하하! 잘못본거겠지!"

"돈키호테양. 잠시만 나가있어 보시게.."


(잠시 후)


"그.. 다 입었소? 싱클레어군?"

"네.. 아까는 정말이지 놀랐네요."

"그럼 이제 앉으시게나! 체스 두기로 했잖소!"

"그래야죠. 아 참, 이상씨. 오늘은 정말로 훈수두지 마세요."

"알겠소. 그러지 않도록 하지.

"지난번에도 안그러겠다 하시고는 몰래 힌트주셔서 졌잖아요!"

"크흠, 할 말이 없군.."

"알겠소. 오늘은 맹세코 참아보도록 하지."

"히잉.. 이상군이 없으면 이기기 힘들거늘.."


그렇게 체스를 두기 시작한 둘.

역시나 이상의 도움이 없으니 돈키호테가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였다.


"돈키호테씨, 빨리 하세요."

"히잉.. 어찌 해야한단 말인가.."

"..."

"쿨럭!왼편에 룩을 쿨럭!다섯칸 앞으로 쿨럭! 크흠.."

"..! 헤헤, 두었소!"

"이상씨, 방금 또 훈수 두셨죠!"

"무슨 소린가? 나는 아무것도 안했소만."

"딴 소리 말고 계속하시오!"

"분명 뭔가를 들었는데.."


그렇게 이상의 훈수는 계속 이어져갔고, 역으로 싱클레어가 밀리게 되는 그때.


"어때, 재밌지 않았어?"

"별로던데. 나 참, 이럴거면 드라마를 봤지."

"하하, 보다보면 재밌다니까."

"어? 저기서 다들 뭐하는거야?"


마침 예능을 다 본 그레고르와 히스클리프가, 두 사람이 체스를 두는 모습을 포착하곤 그들에게 다가왔다.


"여어~ 지금 누가 지고 있어?"

"제가 지고 있어요.."

"뭐야, 누구 차례인데?"

"제가 둘 차례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싱클레어, 이거 보니까 저어기 왼쪽에 비숍을 움직여. 그래서 룩을 잡아."

"네? 별로 좋은 수 같지는 않은데.."

"뭘 모르는 소리들 하시네. 야, 그렇게 하지 말고 옆에 퀸으로 나이트를 잡아."

"그러면 퀸이 잡힐 것 같은데요."

"야, 그래야지 킹이 살지! 체스가 뭐야, 킹 살리는 게임 아니야?"

"히스클리프. 체스 좀 해보셨나? 뭐, 나보단 아닐테지만 말이야."

"웃기시네. 갓난뱅이들 체스야말로 수준이 다르거든? 모르면 그냥 앉아있어."

"그냥 폰을 전진시키는게 낫지 않을까요?"

"싱클레어. 나 못 믿어? 내가 이래뵈도 G사 체스 1등이었다고."

"뭔가 못미더운데.."


그렇게 계속되는 히스클리프와 그레고르의 훈수 속에서, 싱클레어는 체스를 이어나갔다.


"체크! 싱클레어군, 그대 차례네!"

"싱클레어, 이번 딱 한번만 나 믿고 두라는 대로 둬봐."

"야, 꼬맹이. 벌레양반 말 말고 내 말대로 해봐. 이기게해줄게."

"잠시만요. 생각 중이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 빨리 두시오!"

"어.. 어떻게 하지.."

"시간 없대잖냐. 빨리, 한번만 믿어."

"주위 말 듣지 말고 내 말대로 해. 지금 위기잖아?"

"자,잠시만.."

"야 꼬맹이!"

"싱클레어, 빨리!"

"내 말대로 하라고!"


"으아아! 모르겠다!"

"...."

"체크메이트! 이번에도 이겼소!"

"에이, 끝났네."

"그러게 내 말대로 하라니깐.."

"..."

"야, 거기서 그렇게 하면 어떡해!"

"체스 많이 둬 봐야겠어. 아직 기본이 안됬구만."

"으으.."

"잘했소. 돈키호테양. 실력이 더 늘어난 것 같군."

"이상군, 고맙소! 덕분에 이길 수 있었소."

"내 말대로 했으면 이기는건데, 아쉽네."

"알려줘도 못하냐? 답답하기는."

"으으으..!"

"모두 적당히 좀 하세요!"


"뭐,뭐야, 왜 화를 내!"

"싱클레어군, 지금 약간 흥분한 것 같소."

"흥분을 하지 그럼 안하겠어요!"

"이상씨, 대체 몇번이나 훈수를 두시는거에요!"

"한두번도 아니고, 심지어 안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훈수를 두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미안하오. 일단 좀 진정을 하고.."

"게다가, 옆에 두분은 또 왜 그러시는 거에요? 제가 언제 도와달라 말이나 했나요?!"

"그, 미안해, 싱클레어.."

"아니, 그래도 도와주려 그런건데.."

"도와주는게 아니라 옆에서 방해만 하고 있으니까 그렇죠!"

"옆에서 계속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만 하는데 생각이 잘 되겠어요?"

"대체 왜! 모두 훈수를 못둬서 안달인거에요!"


"그.. 싱클레어군은 왜 저러는 것인가..?"

"쉿. 지금 많이 흥분하여 저러는 것이오."

"서,설마 내가 이긴 것 때문에 화나서 그러는건.."

"아니아니, 그대랑은 상관 없소. 안심하시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흥분한 친우를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닌 것 같소."

"좋소! 이 몸이 싱클레어군을 진정시키도록 하지!"

"아니, 돈키호테양이 무슨 수로.."


(문뜩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자,잠시만. 돈키호테양,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었다.

돈키호테는 주먹을 단단히 쥐고 싱클레어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 싱클레어군!"

"돈키호테씨, 저 지금 화난 거 안보이시는.."


(퍽)


<..그래서 애를 이렇게 심하게 팬거야?>

(진정당한 싱클레어)

"하,하지만 본인은 진정을 시키려 그랬소만.."

<앞으로 너희 둘은 한 달간 체스 금지.>

<그리고 돈키호테랑 훈수둔 세 명은.. 1주일간 버스 청소.>

"할 말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