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양반, 옛날부터 했던 생각이긴 한데… 혹시 내 몸에서 담배 쩐내 라든지 그런 냄새가 나나?“


<응? 어, 뭐, 좀 그렇긴 하지. 거의 매 순간마다 담배를 물고 있는데 안나기도 어려울테고.>


“파우스트는 그 이유가 잦은 흡연 뿐만이 아니라 실내 흡연 및 환기되지 않은 공기로 인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뭐야, 그렉~ 그런 건 갑자기 왜 물어봐? 혹시 금연하려고? 네가?”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말야, 그래도 관리를 좀 할까 싶어서.“


“며칠 전에 우리가 엔케팔린 채운다고 버스 하루 멈췄을 때, 난 그때 근처 식당가서 한 끼 먹었었거든. 손님들이 꽤 많았는데, 대충 빈자리 앉으니까 옆에 사람들이 담배 쩐내 심하게 난다고 엄청 수군거리길래. 좀 경각심이 생기더라고.“


“흥, 졸개, 이제야 깨달았나? 메피스토텔레스가 담배 냄새로 진동하는 가장 큰 두 지분이 네놈과 말줄임쟁이 졸개라는 것을.“


“어.”


“어쩌라고, 라고 하시네요…”


“됐다 됐어, 충분히 알았네.”



  ***



 모든 수감자들이 개인실로 돌아간 밤 시간. 그레고르가 서툰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손보고 있다.



(딸깍딸깍) “아이, 거 참… 왜 이렇게 복잡해?”


“은색 막대기를 여따 넣고… 물 넣고… (꽈악) 마개 닫고… 체결하면… (찰칵)”


“오케이, 됐다. 내일부터 함 써봐야겠네.”



  ***


다음날. 하나 둘씩 수감자들이 개인실 밖으로 나온다. 그레고르는 가장 먼저 일어나 버스 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좋은 아침일세!”


“엇, 굉장히 달달한 냄새가 나오! 누군가가 간식이라도 까먹고 있는겐가?”


“참이오, 인공적인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이 나는구려.”


“으하암, 어우 피곤… 윽, 이게 뭔 냄새야? 뭔 차량용 방향제 냄새가…”


“그레고르 씨, 지금 들고 있는 게 뭐예요? 담배는 아닌 것 같은데…”


“아, 일어났구나 거의들. 맞어, 이 친구는 전자담배라는 놈인데, 작동하는 방식도 특이하고 달달하니 맛있더라.“


“아~ 그 안에 물 끓여서 나오는 수증기 마시는 거? 완전 애들용 같은데? 가습기 아냐?”


“액상형 전자담배 또한 중독성 물질인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성인이 아닌 자에게는 판매가 제한된다. 그러나, 완벽하게 입증되진 않았지만, 궐련형 담배에 비해 해악성이 덜 하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담배 연기에 니코틴이 함유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간접 흡연에 주의 또한 바라는 바 입니다.“


“그래 그래, 어쨌든 저쨌든 간에 태우는 거보다야 백퍼 나을테니 괜찮을 거야.”


“애.새.끼.입.맛.”


“싱클레어 수감자가 아직 숙면중이므로 줄임말에 대한 지식에 근거하여 본인이 대신 해석을 진행하겠다. 애새끼 입맛이라는 뜻이다.”


“이봐, 그정도는 나도 알아 듣겠어… 그래도 내가 직접 고른 맛이라고, 태우는 담배보단 맛이 꽤 괜찮네.”


“그럼 앞으로 연초담배는 안 태우시고 전자담배만 하실 생각이세요?”


“지켜봐야 알겠다만, 당분간은 써 봐야지.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존재를 하루씩이나 그만뒀는데 말야.”


“그레고르 씨의 평균 흡연량에 의거하여, 전자담배 흡연을 유지했을 때 연초 담배와의 유지비 차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파우스트는 알고 있어요.“


“좋은 소식이네. 익숙해지면 유용하겠구만.“

“그래서 오늘은 일ㅈ… 아니 돈키 양반 뭐하는 거야!”


(킁킁) “이건 정말 멋있고… 맛있는 냄새가 계속 나오…!”


“이보게… 이 VAPORIZATIONAL MACHINE의 DESIGN을 보시오… VERY CYBERTIC하면서도… 속은 달콤한 내음을 풍기는…” (킁킁)


돈키호테가 너무 가까이 코를 대고 향을 맡은 나머지, 돈키호테의 콧바람에 의해 전자담배의 흡압센서가 작동하여 담배연기를 내보냈다. 


“쿸ㄹ럭쿨럭쿱럭쿨거커럭쿨류고ㅓㄱ쿠럭”


“아이고 참, 그러게 내가 조심하랬지!”


“아ㅏ으우오우아ㅡㅏ아세상이돌고있소”


“하암… 좋은 아침… 아앗?!“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던 돈키호테는 방금 막 방에서 나온 싱클레어를 덮치고 넘어졌다. 


“아야…”


“아윽…”


(뭔가만져짐)


“어머, 싱클…”


“와 이새끼, 진짜 아다네. 이걸로?”




“헤응…”


“그, 그…”


“섹.방.”


“xx 할거면 바, 방을 잡으라니요, 이건 아-아침이라 그런…!!”


싱클레어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개인실로 뛰쳐들어갔다. 


“정말 잘하는 짓이다, 병아리들...”

 


 ***



거울굴절철도 3호선. 수감자들은 종착역 도착을 기다리며 지하철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벌레 졸개, 금연의 영향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만, 이번 굴절철도에서 졸개의 폼이 꽤 좋아보이는군.”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효과가 있는 걸까요?”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지, 다만 무리는 하지 마시게.“


“내가 칭찬도 들어보고, 이거 효과 참 좋네. 음…”

(자꾸 누수가 나네… 주기적으로 갈아주고 청소해줬는데도 왜이러지.)


그레고르는 조금은 축축해진 바지주머니와 액상이 묻어 끈적해진 전자담배를 몰래 어루어만지다, 이윽고 신경쓰기를 그만두었다. 


<종착역 까지는 좀 더 가야하니까, 눈 붙일 사람들 있으면 그렇게 해도 돼.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걸릴거야.>


“좋아, 난 쪽잠 좀 잘게~ 도착하면 깨워줘 단테.“


”그럼 저도 잠시…“


“나도 한 30분만…”


“하찮은 체력의 졸개들이군. 그 얄팍한 눈꺼풀들 닫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관리자님에게 안마라도 한 번 해주는 것이 부하가 상사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인 것을 모르나?”


“하아, 진짜 독종이네.“


“괘념치 말게 히스클리프 군, 눈 붙일 사람은 그리 하고, 아닐 사람은 아니하는 것이지. 다만 잠 잘 시간이 있고, 잠을 잘 수 있는 상태라면, 그리하는 것이 웬만하면 좋다는 것도 사실이오.“


“이상 수감자의 발언에 동의한다. 신체적으로도, 30분 가량의 짧은 낮잠은 피로 회복에 유의미한 회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커어어어어ㅓㄱ억어억거어ㅓㄱ억”


“와우…”


“파우스트는 돈키호테 수감자의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지하철 바닥에 누워 자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옷이 더러워질 염려가 많으므로.”


“……으음, 쿨…”


  ***


(속닥)“그레고르 씨, 그레고르…!”


“아이구 깜짝이야, 뭔데 그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이스마엘. 그레고르는 그 시선을 쫓아간다. 연노란색의 끈적한 물에 의해 그레고르의 바지는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어, 어…??”

“이런 거지같은, 누수가 왕창 났네 그냥!”


“괜찮아요, 비밀로 해드릴게요… 이해하거든요. 저도 뱃일할 때 엄청 피곤해져 몸이 녹초가 되면, 가끔 이런 실수를-”


“아니- 아니, 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나 전자담배 피는 거 기억하지? 거기서 액상 누수가 나서 그런거야. 이거 봐.”


그레고르는 축축한 주머니서 액상으로 범벅이 된 전자담배를 꺼냈다. 곳곳이 번들거리는 전자담배와 습해진 그레고르의 바지에선 익숙한 과일향이 물씬 났다. 


“봤지, 이스? 근데 방금 뱃일할 때 너가…”


“아아아ㅏㅏ아아아ㅏ아아무말도안했어요!!!!”


“시끄럽다 졸개들! 지하철에서 이 무슨 소란이냐! 무슨 1호선에 다시온 것 같군.”


“거.거.”


“거기서 거기 라네요…”


“와아, 그레고르의 소변에선 레몬 냄새가 나는군요~”


“더럽게 뭔 소리를 하는거야! 아니라니까?”


“이렇게 난장판이 될 거면, 전자담배를 왜 피는거야? 엄청 불편해 보이는데.”


“건강에 덜 해롭다 하다만, 그냥 흡연하는 것 말고도 다른 조건이 있나보오. 이 중에 전자담배 흡연 경험이 있는 수감자가 있는가?”


“파우스트는 지금껏 쭉 비흡연을 유지해왔지만, 이유는 알 수 있어요. 각각의 역마다 온도의 변화가 극심한 거울굴절철도에선, 날씨 및 온도로 인해 액상의 농도가 급변하여 코일에 붙은 솜이 타거나 과유입이 되어 누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관리가 필요한 전자담배는 조금만 관리가 허술해도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액상 수용량이 많은 제품을 구매한 그레고르 수감자의 것은 이에 따른 피해가 더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마엘 양은 혹시 뱃일할 때 거시기에 코일이…”






“그래도 어릴 땐 다들 그런 경험이 한 번씩 있지 않나요? 저도 두어살 땐 그런 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애기때야 안 그런 사람이 더 적겠지.”


“이스마엘 수감자는 성인이다.”


(폭소)


“그… 그만…“


<자자, 얼추 도착한 것 같으니까 준비하자. 인격패 잘 챙기고.>



***



우우웅


“으와, 쳐다보기만 해도 뇌가 아려오네.”


“정신을 놓지마라! 쥐어들 자 싱클레어 수감자는 ‘판단을 멈춘 집행’ 스킬로 오른손에 합을 맞추고, K사 홍루 수감자는 시선 상태이상에 피격되어 기믹 빌드-업을 실시해라.“


<츠바이 그레고르, ‘수호자’ 스킬로 수비 위력과 방어 위력 증가 버프를 걸어줘. 아직 6신제가 없어서 R사 히스클리프에게 회피를 명령해야 하는데 코인값이 조금 불안정해.>


“문제 없지. 맡겨두라고, 관리자 양반.“


<레스고>



(딸깍) “스으읍…”


“거기까ㅈ- 어어어, 이거 왜 이래!!”


그레고르의 전자담배가 작동을 멈추지 않기 시작했다. 흡입구에선 액상이 튀고, 점점 타는 냄새가 퍼지며, 기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그- 그레고르 씨?!“


“누수된 액상이 기기 내에 침투하여 흡압센서의 고장으로 작동이 멈추지 않는 상태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기기의 버튼을 5번 누르면 전원이 꺼질 것이다.”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안 되잖아!“


“이미 전원부와 배터리까지 누수가 도달한 것 같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그것을 멀리 떨어뜨려놓지 않으면 폭발하여 아군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빨리 버려요, 큰일나기 전에!!”


“아- 아이씨, 모르겠다!”


그레고르는 뜨거워지고 있던 전자담배를 던졌다. 그러나 던지기 직전 손에서 미끄러져, 히스클리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뭐- 뭐야!!”


히스클리프는 회피했다. 그 뒤엔 료슈가 있었다. 


“료슈 씨, 조심해!”




“널 구하러 올 사람은 없더라고…”


“잠시만, 저것 하나 튕겨내겠다고 오버클록은 너무-”


깡!


료슈의 검을 맞고 튕겨 날아간 전자담배는 정확한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경멸의 나선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잘 날아가네요~”




(콰앙!)




전자담배는 폭음을 내며 폭발했다. 참관타 7대죄악 내성만 꼴랑 있었지 폭발 공격 내성은 없었던 경멸의 나선은 알조차 남기지 못하고 한 줌의 재로 바스라졌다. 옅은 레몬향과 비릿한 피 냄새가 종착역을 메웠다. 


<와우… 1턴클이야. 총 29턴…>


“이걸 해냈다고 할 수 있나?”


“아무튼 해냈소!”



***



(칙칙)“쓰읍, 후우…”


(칙)“습, 하아…”


“이힣힛힉힛 특별배너 이힉싯힣힛 앞자리가2야“


“정상적인 과정으로 도출해 낸 유의미한 턴값이 아니기에 회수의 위험이 있습니다. 너무 기뻐하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려요.”


<ㅜㅜ>


“으음~ 상쾌한 담배쩐내로 시작하는 아침은 익숙해서 좋네요~”


“하아암… 어우씨, 23구 냄새.”


“…결국 태우는 걸로 돌아오셨네요.”


“…난 이게 역시 맞는 것 같어. 귀찮게 액상이 어쨌고 코일이 저쨌고, 어휴… 복잡해.”


“순.애.색.스.최.고.”


“싱클레어 군이 부재중이므로 대신 번역을 진행하겠다. 순한 애새끼같은 전자담배는 버리고 색색이 맛있는 연초를 스읍 하고 피는 것이 최고라는 뜻이다.“


“역시 간편한 게 최고긴 하네만.”


“맞아맞아, 술이나 담배나 똑같아~ 칵테일이 맛있지만 결국엔 만들기 귀찮으니 보드카를 병째로 마시게 되는 것처럼.”


“그나저나 싱클레어와 돈키호테, 두 졸개가 안 보이는군. 아직 방에 있나?“


“순애섹스중.”


“번역을 부탁한다, 찌꺼기.”


“순애섹스중.”




“카론, 그게 뭔지 몰라.”


“…언행을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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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콘무낙

금연 중인 림버스 콘무낙에서 어느정도 모티브를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