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류의 층에서



"자 여기! 직접 만든 케이크!"


"난 먹지도 못-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생일인데 케이크가 없어도 돼?"


"어제부터 여기 층을 싹 파티장으로 꾸몄는데, 어때?"


"..."


"..."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 좀 해줘라!"


"아니 그게..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어."


"그런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마음껏 웃고 즐기면 되는 거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뭐, 나쁘지 않네."


"슬슬 시작할까?"


"생일 축하해, 앤젤라."


"생일 축하해!"


"생신 축하드립니다."


"생일 축하해."


"딸꾹! 으.. 생일 축하..."


"얼마나 마신 거야!"


"이런 날에는.. 술이 빠질 수.. 딸꾹!"


"아이고..."


"아무튼!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나도 축하해 주마 아이야."


"생일 축하한단다."


"다들 고마워."


"음.."


"근데 게부라랑 보조 사서들은 어디 간 거야?"


"아 그거?"


"조금만 기다려줄래?"


"무슨 일이길래 그래?"


"자 하나!"


"?"


"둘!"


"갑자기 무슨-


"셋!"


롤랑이 셋이라고 외치자마자 천장에서 게부라가 우스꽝스럽게 떨어졌다.


"으윽.. 이게 아닌데..."


"아..."


"?"


(아 좆됐다.)


"짜. 짜잔!"


그리고 보조 사서들이 일제히 악기를 연주하는 행진을 하며 나타났다.


그러다 한 명이 발이 걸려 넘어지더니 마치 도미노처럼 결국 다 같이 넘어졌다.


"어어.. 아 씨발!"


(우당탕)


장관이었다.


뭔가 멋지게 등장하려 한 게부라는 맥없이 떨어졌고.


단체로 악기를 연주하며 생일 축하 행진을 하려던 보조 사서들은 시작과 동시에 넘어져 전부 고꾸라졌다.


여러 악기까지 그들과 함께 뒤엉켜져 있었다.

누군가는 트럼펫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튜바에 깔려서 신음하고 있었다.


"아..."


"..."


"아, 아무튼! 생일 축하한다!"


"... 푸흡!"


"웃지마라..."


"아니.. 아 진짜.. 너무 웃긴 걸 어떡하지?"


"웃었으니까 어찌 보면 성공한 거 아닐까...?"


"저희가 이걸 얼마나 준비했는데 성공은 무슨 성공입니까..."


"..."


"아무튼! 오늘은 다들 즐기자고!"


"이런 건 언제부터 준비한 거야?"


"이거? 말하자면 긴데."


"그러니까... 아, 이때부터 말해볼까?"



(생일 얼마 전)


하층 지정사서들은 외각에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같이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월이 된지도 꽤 지났네."

(예소드가 하층 지정사서한태는 반말을 한데요, 난 왜 몰랐지.)


"벌써? 시간 참 빠르네."


"별일이 없으니까 더 그런 거 같아."


"음..."


"2월.. 2월이라..."


"2월이 왜?"


"2월에 앤젤라 생일 있지 않았나?"


"아."


"아."


"아."


(말쿠트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빨리! 빨리 전부 데려와야 해! 준비해야지!"


그렇게 다들 모였다.


"젠장..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 거니?"


"당연하지, 생일이잖아."


"그리고 앤젤라가 전에 말이야..."



(회상)


"롤랑, 생일파티라는 건 뭐야?"


"별거 없어, 그냥 생일을 기념하며 다 함께 먹고 마시는 그런 거지."


"그래? 그럼 이것도 적어놔야겠다."


앤젤라는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생일 파티 성대하게 하기라고 적었다.


(회상 끝)



"엄청 기대하고 있을게 분명해."


"좋아! 그렇 다 함께 힘내자!"


"이번 생일파티 준비는 내가 지휘할게!"


별 차질 없이 준비는 잘 진행되었다.


총류의 층이 롤랑을 도와 요리를 하고.

기술과학의 층에서는 조명 같은 장비를 설치하고.

예술의 층에서는 갖가지 술을 준비하고.

다 함께 총류의 층을 파티장으로 꾸몄다.



"쓰으읍..."


"왜 그래? 준비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뭔가 너무 평범한 게 좀 걸리네."


"평범하고 흔한게 뭐 어때서?"


"그래도 평범한 건 좀 그렇지."


"그럼 뭘 해줄려고?"


"많은 인원... 촉박하지는 않은 시간... 음.. 돈도 걱정할 건 없고..."


"음악회 어때? 깜짝 음악회."


그렇게 보조 사서들이 전원 호출 당했다.


"..."


"도와줄 거지?"


"아니 잠시만요."


"그러니까 매일매일 저희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던 사람을 위해 음악회까지 준비하라고요?"


"..."


"네, 준비해야죠."


"농담 한번 살벌하게 하네..."


***


"그렇게 된 거였지. 보기 좋게 망했지만."


"난 상관 안해."


"날 위해 준비해 줬다는 사실이면 충분한걸."


"그렇게 말해주니 감동인데?"



앤젤라의 생일은 별 탈 없이 잘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