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감자와의 대화

그대는 친우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매번 울려퍼지는 버스의 비명소리가 지겨워 질 때 쯤,

나는 단테와의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소.


(그때의 대화는 이 곳에서 확인 할 수 있소.)


실수에 마음 아파하는 친우가 나에게 미안하다 말하니 내 이 고통을 어찌 아프다 말할 수 있었겠는가.



"째깍째깍"

(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변동 가능성이 있는 최대 12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편안한밤 되시길."


"수고했소, 단테."


"째깍째깍"

(아, 오늘 불침번이 이상이구나! 오늘밤 잘 부탁해.)


"그대도 평안한 밤 되길."


단테, 그대가 마주하게한 과거의 날개에 비하면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눈을 감으면 그 들판이 펼쳐졌소.

워낭소리와 알싸한 꽃향기, 적당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오며 나눴던 이야기들.


요즘엔 깨어졌던 날개에도 쉴 새는 있어야하는가,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소.


하지만 나는 그럴 때면 눈이 아닌 곳으로 세상을 보곤 하오.

어떨때는 관리자 단테의 옷에서 풍기는 갓 다림질한 냄새로,

어떨때는 히스클리프군과 이스마엘양이 싸울 때의 후끈한 열기로,

어떨때는 돈 키호테양의 해결사의 영웅담으로,

어떨때는 스쳐가는 로쟈양의 머리카락과 그레고르의 갑피가 느껴지기도 하오.


그리고 그것은, 불침번 때의 여흥으로 자리잡았소.


요즘 그 중에서 가장 즐기는 것은 파우스트양의 향기였소.


그녀가 지나가면 약간의 향수의 냄새가 불어왔소.

은근한 꽃향기가 약간의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하나

향수로 가릴수 없는 은근히 배어있는 기름내와 풀무를 하여 밴 쇳내는 기술을 즐기며 웃음이 피어나던 구인회를 마주하는 것 같소.


기억은 감각을 깨우라,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금 그녀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이상씨?"


"흐으어읏!!"


...약간의 말미를 보낸 뒤


"그래서 부딪혔던 뒤통수는 괜찮나요?"


"아아... 난 괜찮소. 그저 약간 놀랬던 것일 뿐이오."


"그래서... 무슨 일이오, 파우스트양?"


"며칠 전, 단테씨와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서 입니다."


"아아... 그것 말인가...."


"그 당시 상황과 대화의 내용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친우와의 대화를 밝히라 하는가... 대화는 추억으로써 그 곳에 남아있어도 된다 생각하네만..."


"관리자의 신변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 비록 친우를 위해서라곤 하나, 그때의 대화를 다시한번 비춘다니 마음에 모래가 쌓이는 기분이오..."


그리하여 나는 단테와의 대화를 파우스트양에게 상세히 설명했소.

비록 사이사이에 궁금한 점이 많았으나, 그 것은 파우스트양에게도 폐가 될까 하여 접어두기로 하였소.


하지만, 그리하여도 이 버스 내의 수감자들 중 나를 버스로 이끌어 준 파우스트양이기에, 묻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소.


"파우스트양."


"네? 무슨 일이시죠?"


"그대는 관리자에게서 무엇을 바라는가?"


"그것은 아직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이런, 내 질문을 잘 못 골랐구료."


"파우스트양."


"그대는 친우로써 단테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


"내 비록 이 버스에 탔던 것은 내 발을 쉬이 누일 장소가 필요해서 였으나... 나는 이미 단테에게서 많은 것을 얻었소."


"비록 나의 깨어지고 흩어진 날개를 되찾아 주려 손을 내민 것은 파우스트양, 그대였지만..."


"이 여정에서 느꼈던 바로는 모든 수감자는 관리자로부터 얻어야할 것이 있었다고 생각하오."


"비록 그레고르와 로지온양과 관련된 이야기는 남아있을 상이로써 존재하지만,"


"싱클레어군과 나, 이스마엘양의 여정에서 느낀 바로는 관리자에게 많은 짐을 씌우는 것만 같소."


"그리고 이것은 이상적이지 않소."


"이것이 우리들의 여정이라면 무엇이라 할 말이 없소만..."


"만약 나의 친우들을 그저 나침반으로써 여겼다면, 그것 도한 이상적이지 않은 일이오."


"말해보게, 파우스트양. 그대는 단테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우리는 관리자로써의 단테의 시간에 귀속되어있는 몸.

하지만 그 시간은 돌려지지만 추억마저 흩어지진 않기에 고정된 시간 속에서 흐르는 침묵을 나는 흩어놔야만 하오.


"..."


"이상씨는 지금 이 순간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렇소. 구인회에서의 일이 그러하오."


"저번 K사에서 놋쇠 황소 환상체와의 전투가 있기 이전, 이야기 했던 내용을 기억 하시나요?"


"분명... 그대는 천재이므로, 인재의 범주에 끼고싶지 아니하다 하였소."


"맞아요, 저는 이상씨가 인생에서 한번 마주칠까말까한 천재이죠."


"저는 대부분의 의문에 대해 상황이 허락하는 한 답을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 역시 수정해야겠네요."


"대부분이 아닌, 전부 다입니다."


"아직 이상씨가 고민하고 있어 개인실에 작성하던 문제의 답조차도 내어 드릴 수 있죠. 답은 무질서도의 조성 환경에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없다는..."


"흐어으... 그쳐주시오..."


"그 문제는 마지막으로 남긴 여흥이란 말이오..."


"...저도 그 기분을 알고 있답니다."


"알고서 그리하였다면..."


"네. 파우스트는 그러한 문제로썬 여흥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파우스트양이 단테에게 원한다는 것은..."


"저의 창조물이 완벽하개 작동하는 모습을, 같이 느끼고 싶은 것일 뿐이랍니다."


"..."


"대답이 되었다면, 저는 이만 개인실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대도 평안한 밤 보내길..."


나는 친우에게 날아오르길 바랬소.

그저 찬란했던 날개만을 좇았소.


하지만 나는 아직 눈을 뜰 수 없소.

그렇지만 아직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오.


오늘따라 콧속에 자리잡은 향기는

쇳내와 기름내가 더욱 강해진듯 하오.


아직 파우스트양에게는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만은 모두가 평안한 밤이 되기를.


나도... 나도 장편 콘문학 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