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면 어른이 된거라던데  난 늘 커피가 맛이 없었다.

향도 맛도 즐기지 못하고 어둠을 느낀 채로 어른이 된 나는 너무나 어리숙하고 매사에 쓸데없이 민감했다.

그래서 늘 그녀가 타준 커피를 밀어내고 거부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변하려 하지 않았다.

그 끝은 자연스래 이별로 이어졌다. 뭣도 모르고 도전했던 에스프레소 만큼이나 씁쓸한 이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와의 마지막 시간이 떠오를때면 찬장에서 검은 알갱이를 꺼내곤한다.

바로 씁슬한 향기를 풍기는 로스팅된 원두였다.

원두를 곱게 갈아 가루를 낼때면 괜스레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늘도 도전해 볼꺼냐면서 장난스레 웃던 그 표정이 떠오른다.

툭 툭 툭. 커피 방울이 조용히 떨어질때면 그 소리에 묻혀 눈에서 액체가 방울져 떨어진다.

입김을 살며시 불어 입안에 머금은 커피가 요새는 맛있게 느껴진다.

그러면 그럴수록 떠오르는건 그녀가 우려냈던 커피의 향기. 그때는 밀어내기만 했던 향기.

그 향과 맛은 돌아오지 못하는데 괜스레 그 때와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머금어 음미한다.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된 나를 보면 과거의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매일 우려 커피 향이 짙게 밴 손을 들어 과거에 나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