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 아, 아니. 이 새끼가 갑자기 발정이라도 났나."

"그야 그렇잖아. 보통 꼴리는 포인트는 이입에서 나오는데, 순애는 이입이 힘들잖아. 우리가 대머리아저씨, 금태양, 체육교사, 오타쿠들에 이입하는 건 그게 이입이 잘생긴 엄친아에 비하면 그나마 쉬워서잖아.
 하지만 순애는 그 둘 사이에 어떻게 끼어들 순간이 없어. 알콩달콩 러브러브한 섹스하고 있는 가운데에 내가 그 상대방을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긴 힘들다고."

"야. 말 끊어서 미안한데, 나, 그래도 여자거든?"

"어. 근데, 여자들은 순애 더 좋아하잖아. 아냐?"

"어... 음... 조... 좋아하긴 하지."

"봐봐. 그럼 왜 꼴리는 지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적절한 공동연구자네."

"미친놈... 음... 그래... 근데 하긴... 하루라도 정상이었다면 너가 아니지... 그렇다면 우선 그럼 한 가지 질문. 너는 순애 좋아해?"

"음. 꼴림포인트로 치면 7 정도 아닐까?"

"7..."

"왜?"

"만점이 얼만지는 말해줘야할거 아니야... 뭐, 아무튼, 그러면... 순애 중에서도 좋아하는 장르 있잖아. 소꿉친구라든가. 동네 아는 애라든가. 오래 알고지낸 여자애라든가."

"응? 딱히 안 가리는데. 굳이 따지자면 오래된 커플 장르?"

"소꿉친구는 안 좋아해?"

"응? 갑자기? 좋아해. 소꿉친구도."

"...."

"뭐야? 왜 그래?"

"아니야... 그럼 다음. 남자주인공이 둔감한게 좋아, 아니면 바로바로 알아채는 게 좋아?"

"음. 확실히 남자쪽이 둔감하면 순애라고 보긴 힘들다고 봐."

"그치?"

"아. 왜 때려."

"그냥. 언제는 이유 있어서 맞았어 너가?"

"그것도 그래. 자. 그럼 내가 질문. 반대로 너는 순애가 왜 꼴려?"

"음... 이입이 잘 돼서?"

"너 모솔 아니야?"

"어... 불행하게도..."

"아...ㄷ... 아니, 확실히 여자애니까 이건 좀."

"그래. 아다 맞아 쌍노무새끼야."

"근데 어떻게 이입을 해?"

"너가 지금까지 한 말 중에 답이 있단다... 에휴..."

"뭐가? 아. 난 미안하지만 금태양은 이입 잘 못하는데? 다른 쪽은 노력하자면..."

"당연히 그렇겠지!! 미친놈아!!"

"아. 혹시 나몰래 사귀고 있는 오래된 남친이라도 있어?"

"없어 개새꺄!!"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 사람 무안하게..."

"열받게 하잖아..."

"그래그래. 미안. 아무튼. 그렇구나. 고맙다. 도움이 됐어. 여자는 이입이 잘 된다... 메모..."

"하... 그래. 내가 참지. 참아."

"뭐, 어쩌겠냐. 친구 좋다는 거지."

"... 야. 근데 내가 최근에 봤는데."

"뭐?"

"섹스 얘기를 같이 해본 이성과 섹스할 확률은 90%에 육박한대."

"오."

"오는 개뿔 지랄. 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세상엔 예외도 있으니까."

"그러게. 섹스 얘기라니. 허들 높네. 난 언제 해보냐."

"허들같은 소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