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내 인생의 전부를 줄테니 네 인생의 전부를 나에게 줘!'
'...응!'

그렇게 수많은 고난과 역경 끝에 둘은 이어지게 되었다.

한편 두리는 저 둘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이거면 된거야...'

비록 두리의 마음은 전해지지 못했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오빠가 둘도 없는 가족인 언니와 서로 이어졌으므로.

그렇게 두리는 조용히 아카데미의 옥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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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나는 내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집어던지고 키보드를 부쉈다

"이럴거면 아예 등장을 시키질 말던가!! 왜 굳이 등장시켜서 고통받게 만드냐고!!"

나는 하렘물이 싫다

대체 그 남주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히로인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

남주가 대체 뭐가 잘나서!

"하...읽는게 아니였어"

내가 방금 읽었던 웹툰의 제목은 '순도 100%'

평범한 아카데미생 한종현을 둘러싼 하렘 러브코메디물이다.

난 원래 하렘물을 잘 읽지 않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게 지금에 이르렀다

방금 이어진 히로인은 이하나. 이 소설의 메인 히로인이었다.

그리고 내가 응원했던 히로인, 이두리의 언니이기도 했다

난 사실 순도 100%를 읽을 때 딱히 지지하는 히로인이 없었다

그냥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읽었던 거였지

그러던 중 시즌2가 시작하고 이두리가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나는 이두리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다

사실 하렘물에서 후발주자는 이어질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 근데 학년을 넘긴 후에야 등장하는 히로인? 게다가 이후로 추가되는 히로인도 없다고?

이건 그냥 패배 히로인이지

하지만 난 그걸 앎에도 이두리를 응원했다

그 뒤로 나는 이두리를 보기 위해 이 만화를 읽었다

이두리가 행복했으면 해서 굿즈도 열심히 사고, 홍보도 해보고, 팬카페도 만들고, 위키도 정리하고....뭐 내가 해볼만한건 다 해봤다

다행히도 이두리의 캐릭터성이 좋아서 그런가 인기는 수직상승해서 마지막 인기투표에서는 2위까지 어찌 올라갔다.

근데 어떻게 인기투표 5위랑 이어지는데....

1등이랑 이어졌으면 납득이라도 했겠다

참고로 1등 역시 서브 히로인이다.....

메인 히로인들이 다 어디 한군데 나사가 빠져서 그런가 메인보다 서브가 더 인기가 좋더라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나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한 1시간쯤 울었나?

어느덧 새벽 1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제 자야지"

꿈은 꿈, 현실은 현실이니까

내일 공장에 나갈 준비나 해야지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내가 잠에 든 지 5분 후 메일 한통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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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 딩동!

"...뭐야 택배올 일 없는데"

"야!!! 안 일어나냐!!"

어떤 여자가 초인종을 누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누구세요?

그렇게 나는 현관문을 빼곰 열었다

현관문 앞에는 흑발에 레이피어를 차고 있는 어느 미소녀가 있었다

분명히 이두리였다

?

"누구세요...? 누!구!세!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화가 잔뜩 나 있는 듯하다

"너 때문에 아카데미 입학 첫날부터 지각하게 생겼는데 누구세요라고?"

뭐지? 상황파악이 잘 안된다?

왜 내 앞에 이두리가 있는 거냐고

설마....

"빨리 챙겨서 나와!!"

"네...넵!"

그렇게 내 방을 둘러보니 못 보던 물건들이 많았다

검이라던지

교복이라던지

그리고 교복에는 '강 인'이라는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강인이라면 분명...이두리의 소꿉친구이자

입학식 때 테러사건으로 사망하는 엑스트라였다

그리고 남주와 이두리를 만나게 해주는 연결고리였지

이제 인정해야할 거 같다

난 빙의 당했다고

뭐 상관 없다

어차피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 중졸에 공장에서 일해 입에 풀칠이나 하는 삶이였다

그저 꿈이여도 좋다

누구보다 이두리의 행복을 바래왔기에

꿈에서라도 행복했으면 한다

그렇게 나는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정말이지...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마음껏 감사하도록 해!"

이두리는 허리춤에 양손을 얹으면서 자신을 치켜세웠다

무심코 쓴웃음이 나왔다

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원

"그래. 정말 고마워"

나는 이두리를 바라보면서 웃는 얼굴로 대답해줬다

"...어?"

이두리의 당황한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 하다

"...너 오늘 뭐 잘못 먹었어? 원래 이럴 땐 개소리 하지 말라 그러잖아?"

"뭐...고마운 건 사실이니까"

"흐응?"

이두리는 그 말을 듣더니 다 안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기 시작했다

"설마 강인, 이 누님에게 반해버린 건 아니겠지?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뭔 헛소리야!!!!"

"아하하하하하!"

"하...어? 저거 셔틀버스 맞지?"

나는 길가에 서있는 버스를 보았다.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

거의 다 탄 거 같은데?

"맞으니까 어서 뛰어!!!!"

그렇게 우리는 재빨리 뛰어 가까스로 버스에 탔다.

아카데미 생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