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조금 아프군."

"이게 뭐가 조금이야!"


나는 아저씨의 팔에 난 커다란 상처를 붕대로 감싸며 말했다.

아저씨가 말하길, 지는 태어날 때 부터 고통에 무뎠다고 한다.

팔에난 상처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쩔수 없었잖나. 갑자기 고블린이 나타날줄 누가 알았겠나."

"예. 고블린따위에 붕대감으신 아저씨말 잘 들었구요."

"이녀석이.."


아저씨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동안 붕대를 다 감았다. 보통 아저씨는 팔에 난 상처만 내게 맡기시고 나머지 부위의 상처는 알아서 하신다. 붕대질은 내가 더 잘하는데.


"다했으면 붕대를 주게나. 나머지는 내가 하고 올테니."

"아니 더 있어?"

"그래. 배 쪽이 살짝 아프구나."


아저씨의 말에 난 밑을 쳐다봤다. 두껍게 입은 옷 위로 새빨간 피가 흥건했다.


"아저씨! 괜찮은거 맞아?!"

"그랗게 호들갑 떨정도는 아니다."


무덤덤하게 말하는 아저씨의 말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저정도 상처면 일반인은 난리를 쳤을 텐데. 아무래도 오늘밤 아저씨한테 진실을 물어봐야겠다.














"아저씨. 솔직히 말해봐. 태어났을 때 부터 그랬던거 아니지."

"응? 그게 무슨 소리냐?"

"고통에 무딘거. 그거 후천적인것 같은데."


내가 이런말을 하는데는 근거가 있다. 선천적으로 고통에 무딘사람들도 상처를 입으면 아프진 않아도 자각하면 놀라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울만큼 덤덤하다. 마치 익숙한것처럼.


"...어떻게 알았지. 내입으로 말한적은 없을것인데."

"아저씨가 날 키웠는데 그정돈 알지."

"혹시 이렇게된 이유를 알고싶어서 말한건가?"

"....실례가 안된다면."

"가정폭력이다. 남들보다 조금더 아픈."


...놀랐다. 아니, 충격적이다. 그 아저씨가? 가정폭력을? 그것보다, 남들보다 더 아픈? 이건 무슨 뜻이지?


"내 부모님은 고통이 곧 참회라고 믿었다. 그뿐이지."


더이상 말하면 안될것 같다. 내가 20년동안 아저씨 밑에서 커오면서 처음본 얼굴이다. 화제전환을 해야겠다. 음...내가 아저씨 나일 물어봤던가?


"음...그..아! 그래! 아저씨. 몇살이야?"

"그걸 이제 물어보는군. 32이다."


음? 32? 내가 지금 22이고, 4살때 주워졌으니까...그때가 14살이었다고?


"뭐야. 생각보다 휠씬 젊잖아? 40대에서 50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 어휴, 됬다."


아저씨가 대화를 끝내버렸다. 아 조용해지는건 못참는데.


"아저씨는 왜 모험은 하는거야?"

"흠...목적 없이 집에서 도망쳐 나온것 뿐이지만 지금 목표는 네가 시집가는거 보는거다. 궁금해졌거든."

"뭐, 뭐야?"


시집? 그딴거 절대 갈 생각없다. 난 아저씨따라 평생 모험하는게 꿈이라고.


"아니? 난 시집 안갈건데? 난 아저씨랑 평생 같이 있을거야. 평생."

"뭐?"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당황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자 나도 얼굴이 빨개졌다. 시집얘기 뒤에 말하면 안됬다.


"크흠! 그...먼저 자라. 난 망보고 잘테니."

"그..그래! 아저씨."


침낭에 눕기 전 아저씨의 귀를 보니 엄청 붉어져 있었다. 아, 진짜 부끄럽다. 아니, 이건 다른 종류의 감정이다. 부끄러움과, 설렘, 그리고...두근거림? 잠깐이건...












"그녀석이 그런말을 할줄이야..."


4살에 버려진 아이를 18년동안 키워온 나는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부끄러움과 설렘, 그리고 두근거림과...또다른 부정적 감정. 내가 그 아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될까라는 불안감과 그 아이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한다는 생각.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내가 느끼는건...









"사랑이다." "사랑이잖아."

















"잘 잤나?"

"음...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아저씨?"


나는 천막을 정리하는 아저씨를 반쯤 뜬 눈으로 바라봤다.

갑자기 어젯밤 일이 생각나 얼굴을 돌려버리긴 했지만.


"일어나라. 이제 갈 시간이다."

"네네."


나와 아저씨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떨어져 어색하게 걸었다.

장난이라도 쳐볼까?


"음..아저씨랑 나랑 10살 차이지? 그럼 오빠라고 부를까?"

"10살차이면 삼촌뻘이다."

"아이참~ 왜그래 오빠~!"


나는 이 말을 하고 후회했다. 생각보다 엄청 부끄럽다. 뭐지?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리고 옆을 보니 얼굴을 가리고있는 아저씨를 볼수있었다. 하지만 붉어진 귀까진 가릴수없었다.


"그...ㅇ..왜그래 아저씨? ㄱ..계..계속 오빠라고 불러줘?"

".....마음대로해라."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이젠 부정할 수 없다. 난 아저씨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저씨도 날 좋아한다. 아니면 저렇게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지겠는가?


"...이젠 인정해야할것 같군."

"뭘?"

"내가 널 좋아한다는걸."

"엣."


갑작스레 고백을 받아버렸다. 이젠 얼굴이 아닌 몸 전체가 뜨거워지고 심장과 함께 아랫배도 두근거린다. 응? 아랫배? 아무튼. 엄청나게 부끄럽고...기쁘다. 하늘을 날아갈것 같이.


"하지만...넌 더 좋은 사람을 만날수있을거다. 나같은 이상한 장애인은 말고..."

"뭐?"


아저씨의 말에 희비가 교차했다. 날 좋아한다 해놓고선 이렇게? 화가난다. 아무래도 아저씨를 혼내줘야겠다.


"아저씨가 뭐 어때서? 고통에 무딘게 왜? 그런건 상관없어. 내겐 아저씨가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가장 존경스러워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놈의 하지만! 아저씨가 내가 좋다면서! 나도 아저씨 좋아! 근데 뭐? 더 좋은사람? 아니. 내게 아저씨보다 더 좋은사람은 없어."

"내 정신과 몸은 이미 흉터로 가득해 흉측하다. 이런 사람보단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이 낫지않겠는가?"

"뭐가 흉측해. 전혀 흉측하지 않아. 그거 알아? 아저씨는 가끔 작은 개미한테 한눈이 팔려 아이처럼 쭈그려 구경해.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난 그럴때 마다 아저씨가 귀여워 죽겠어. 아마도 난 아저씨를 오래전부터 좋아한것같아. 그러니까."


"사랑하는 방법도 배우고 사랑받는 방법도 배우자. 같이."


내가 하고싶은 말을 쏟아내고 숨을 헐떡거리며 아저씨를 바라봤다. 부담되지 않도록 아주 부드럽게.


"...고맙고..미안하다."

"그럼 날 더 사랑해줘."

"..평생 지겨울때까지 사랑해주마."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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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조금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