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무의미한 것들 투성이다. 그저 정복감을 위해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생을 마감하는 다수의 연어들, 여름의 끝에서 마지막까지 자손을 남기고자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 편리한 방법이 있지만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한 자들, 누군가는 그들을 도전자라고 부를것이고 누군가는 그들을 어리석다고 표현할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난 그들을 어리석다고 할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것이 무의미해질 때 사람은 해탈하여 열반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불교에서 표현한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허무감이 만약 열반이라면, 불교는 철저한 허무주의적 종교단체다. 어쩌면 사실 부처는 니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들기도 한다.


이게 정말 깨닳음인가. 이런, 이딴 허무감이 정녕 깨닳음이란 말인가. 마치 책을 탐구하다 그 책에 담긴 뜻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닳은 독자마냥 욕이라도 하고싶은 기분이다.


그 때 내 귀에 들려온 오후 11시를 알리는 알람소리, 이런 벌써 잘시간인가. 오늘도 허무한 하루였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내일이 오지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난 눈을 감았다.


"어때? 예쁘지?"

한 아이가 봄에 핀 벛꽃을 보며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응!"

아이는 그저 대답할 뿐이다. 그 아이에 눈에는 그저 모든것이 아름답고, 멋질 뿐이다. 눈앞에 아이도, 꽃도.


(알람소리)

눈이 떠졌다.

"하..."

'씨발...또 냐...'

오늘도 한숨을 내쉬며 하루가 시작된것에 불만을 가졌다.


주방으로 내려가 약을 한봉지 뜯는다. 파로톡신 20mg, 항우울증약이다. 어머니께서 내 상태를 눈치채시고 한 일종의 특별조치다.

어머니는 변화한 내 모습을 비정상적이라 생각하고계신다. 애초에 정상인 나라는게 무엇을 뜻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아무 의미도 없는 약을 삼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확인해보니 어머니다. 현재 어머니는 나와 사정이 있어 별거중이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약의 복용여부를 이렇게 전화로 물으신다. 이쯤되면 집착이 아닌가싶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서찬아, 약 먹었니?"

강서찬. 내 이름이다.

"먹었어. 그만좀 물어봐."

"걱정되서 그래. 몸은 좀 괜찮아?"

"괜찮다고 몇번을 말해. 다 괜찮으니까 끊어"

"알았어. 학교 잘 다녀오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어."

"알았어."

'하...진짜 다 나가뒤졌으면.'


교복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가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린다.

'씨발, 아침댓바람부터 귀찮게시리.'

"네, 나갑니다."

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그녀석이 서있다.

"하..넌 지치지도 않냐?"

"넌 내가 지칠 것 같아?"

"...말을 말자."

"빨리 가자~! 이러다 학교 늦겠어!!"

"네, 네...알겠습니다.."


최서아, 고등학교 3학년. 나와같은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며 나랑 같은 반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는 물론, 어린이집에 유치원까지 같이 나온 5살 때 부터 알고지낸, 지겹도로 얼굴을 봐온 녀석이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이녀석이 더럽게 귀찮다. 초등학교 때 부터 매일 아침마다 문앞에 서선 이렇게 같이 학교를 간다. 정말이지 저녀석의 끊기는 터무니없을 정도다. 만약 낚시를 가게되면 하루가 지날 때 까지 물고기만 기다릴 것 같은 녀석이다. 하나 더 썰을 풀자면 이녀석은 프X소프트웨어 광팬이지만 게임을 더렇게 못한다.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게 아니라 근육이 기억하게 하는 그런녀석이다. 다XX울3가 처음 나왔을 때 3일밤낮을 새가며 겨우 클리어했다.


아무튼 버스에 타고 학교로 가는 중에도 이녀석을 말을 쉬지 않는다. 심지어 옆자리에 앉아서 더욱 더 귀찮게 군다. 그럴 때 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듣늗다. 원래는 저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막기위해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점점 음악을 듣는게 좋아졌다.


드디어 도착했다. 이곳이 내가 다니는 학교다. 중학교 내신 1급인 애들만 올 수 있었던, 소위 말하는 엘리트집단. 모여있는 애들이 전부 엘리트여서 그런가 시설도 좋고 수업환경도 나쁘지 않으며 급식도 우수하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스쿨버스는 운영하질 않고, 내 집에서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일단은 도착했으니 이어폰을 빼고 학교에 들어서 "넌 어떻게 1시간 동안 계속 내 말을 무시할 수가 있냐?"

이런 젠장, 이녀석의 존재를 깜박했다.


"그러는 넌 어떻게 1시간 내내 쉬지않고 떠들 수 있냐?"

"야, 내가 정상인거야!"

"정상이겠냐?"

"정상 맞다니까! ....아닌가? 아 아무튼 정상이야!"

"허, 잘났다 잘났어."

"내가 좀 잘나긴 했지~"

"칭찬이겠냐? 그걸 칭찬으로 듣는것도 재능이다."

"뭐?! 이게 진짜!"

솜방망이 같은 주먹을 내게 휘둘러온다. 마치 애들이 억울함을 표출하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아이고 미안하게됬습니다, 정상인 나리."

"야! 너 방금 귀찮다고 생각했지!"

"됐고, 학교나 가자. 늦겠다."


솔직히 말해서 학교 생활을 하는 이유는 없다. 그냥 다들 학생의 의무라고 하니까 그냥 하는거다. 뭐 솔직히 내 학교생활은 언제나 똑같다. 수업을 듣고. 쉬는시간에 쉬ㄱ "야~!!"

아씹


"수업진짜 심심하다...어떻게 이런 걸 매일 듣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도 꼬박꼬박 수업듣는걸로 모자라서 전교1등까지 하잖아."

이녀석은 하는 공부는 그냥 학교에서 듣는 수업뿐이며, 쉬는시간마다 나한테 온다. 게임은 못하는 주제에 공부같은 건 잘한다.

"뭐래ㅋㅋ그러는 너도 나랑 같이 전교2등 하면서."

"난 그냥 원래 그런거야."

"ㅋㅋ천재님 납셨네~"

"지는ㅋㅋ"

솔직히 말해서 이녀석과 같이 있는게 귀찮을 뿐이지, 이녀석과 같이 지내는 시간을 생각보다 즐겁다. 마치 메X플 경험치 노가다 마냥 귀찮지만 그래도 재밌는 그런느낌.

"아니 근데, 넌 진짜 언제 연애할꺼냐?"

"지랄ㅋㅋ지도 모쏠이면서."

"난 할 수 있는데 안하는거야. 내가 아무한테나 번호물으면 다 좋다고 번호줄걸?"

"남자란건 원래 그런거야 이년아. 여자가 번호물으면 헤벌쭉하면서 좋다고 번호주는, 그런게 남자야"

"ㅋㅋ남자 평균 엄청 낮아졌네"

"그러는 여자들도 원빈이나 강동원이 번호물으면 손자이름까지 생각하는 주제에."

"ㅋㅋ여자들도 평균 엄청낮아졌네ㅋㅋㅋ"

"그래서 넌 따로 관심있는 애 없냐?"

"...있어."

...아, 끝났네.

"누군데? 우리반이야?"

"응, 우리반이야."

하...씨발.....

"그럼 빨리 고백하지 그러냐?"

"미쳤냐? 부끄러워서 못하겠는데..."

........하...........

"야, 그런건 원래 다 깡으로 하는거야. 한번만 용기내봐. 바로 넘어갈걸"

"오! 내일바로 해야겠다!"

"그래, 힘내라"

"웅!~ 잘가~"

"그래, 몸조심해라."

...씨발, 씨발, 씨발, 씨발...씨발!!!


..ㅋ....ㅋㅋㅋ.....뭐야, 나. 걔 좋아했나보네...?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울었다.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눈 앞에 좋아하는 사람이 십여년간 있었는데 고백안한 내가 증오스럽다. 무의미하긴 뭐가 무의미해...걔가 있는데.....아니 이젠 있었지...내일이면 걔도.....

생각하지말자, 이 이상은 도저히 못버티겠다. 

그리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소리)

아...결국엔 와버렸구나, 오늘이.

오늘도 반복되지만. 오늘의 결말은 결국 절망일것이다.

언제나처럼 어머니에게 전화가왔고 언제나처럼 학교갈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석이 현관앞에 서있다.


"네..나갑니다..."

"야! 뭐야, 너 얼굴이 왜그래?"

"신경쓰지마, 그것보다 너, 오늘 준비했냐? 고백한다며.."

"당연하지~, 준비만전! 이런느낌!"

...진짜 고백할건가 보다...


시간이 흘러간다. 하지만 아직 녀석은 고백하지 않았다. 다행이라 해야할까...아니면 어째서라고 표현해야할까...

"야, 너 학교끝나고 나 좀 보자."

걔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왠일이냐, 너가먼저 불러내다니."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 이거 말하는 것도 엄청 부끄러우니까.."

"알았다."

"학교끝나고, 교문앞에서 보자."

"응..."

이제 끝낼건가 보네...역시 내가 방해되나....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간다.


딩-동-댕-동

끝났다. 그리고 이제, 걔와 내 사이도 끝날거다.

교문앞에서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걸로 이제 정말 끝이구나..'

"기다렸지..?"

"아니야, 나도 방금왔어. 그래서 할 얘기가 뭐야."

"그...오늘 내가 고백하는 거...알고있지..?"

알고싶지 않았도 알수밖에 없었던, 그 말.

"...응, 근데 오늘 너 아직 고백 않했잖아"

"그게...그...."

"...말할거면 빨리 말해, 그래야나도 편하니까..."

"그...너 좋아한다!"

"...그래, 행복한 연애해ㄹ..뭐?"

"너 좋아한다고!! 2번 말하게 하지마..부끄러우니까..."

"아니...아니 잠깐만, 너 오늘 고백한다며."

"응"

"그리고 우리반 애라며."

"응"

"근데 왜 나한테 고백하는거냐?"

"내가 알고지내는 애가 너 말고 있냐..?"

"아."

"그래서...받아..줄거야?"

그저 울었다. 너무나도 기뻐서 울었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넌 진짜...."

"아ㄴ,야! 갑자기 왜 울어! 울지마...."

"슬퍼서 우는거 아니야...그냥, 너무 기뻐.....지금 이 시간이 의미가 넘처흘러서......"

"그래서, 받을거야..?"

"물론이지...오히려 이쪽에서 고백하고 싶다고..하핳...."

"뭐야..너 그렇게 웃을 수 있었어..?"

"웃어야지..지금 너가...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운데..하하하!"

정말이지 귀찮은 여자다. 하지만, 너무나도 내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생각나서 써본다. 소설쓰는거 생각보다 재밌네 히힛.